"광주광역시는 그동안 법령과 정부 정책의 범주 내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재원을 활용하여 관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왔으며, 이를 성실하게 이행해 왔다고 자부한다." - 광주광역시가 광주 장차연의 시외 이동권 소송에서 제출한 답변서
명절 연휴를 이틀 앞둔 19일,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광주 장차연), 공익변호사와 함께하는 동행,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광주광역시 종합버스터미널 유스퀘어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지난 2014년 1월, 설날을 앞두고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 모인 장애인들이 시외버스에 탑승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시내버스에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가 있었지만,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시외버스에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가 단 한 대도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현실은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호남 최대 규모의 터미널이라는 이곳에는, 여전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가 단 한 대도 없는 실정이다. 현재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외버스는 여전히 전국적으로도 극히 드물다"고 비판했다.
광주 장차연 측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9조 제1항은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당연한 권리에 따라 지난 2017년에 금호고속과 정부를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9년 현대자동차가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고속버스를 개발해 일부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였지만,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금호고속은 지난 수년간 프리미엄 버스를 포함한 수익성 높은 버스 도입만을 추진했을 뿐,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는 단 한 대도 도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장애인 이동권, 법에 명시된 국민의 당연한 요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노준선 변호사는 "지난 2017년부터 벌써 5년 넘게 이어져온 시외 이동권 재판을 대리해 왔다"며 "이 재판에서 금호고속은 단 한차례 답변서를 제출해 '우리는 공익적인 회사가 아니다.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도 아니다. 우리는 이익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차별적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 어떤 근거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 광주광역시 또한 마찬가지다. 광주시는 시외 이동권 소송 답변서에서 '광주시는 그동안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지난 5년간 광주시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차별 해소를 위해 도대체 어떤 조치를 자부할 정도로 실시해 왔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노 변호사는 "금호고속은 재정적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금호고속보다 규모가 작은 충남고속, 한양고속 등은 최소한 한두 개 노선에라도 휠체어 리프트가 설치된 차량을 도입했다"며 "그에 비해 금호고속은 휠체어 리프트를 단 한대의 버스에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언에 나선 광주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민정 활동가는 "우주여행도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명절날 타지에 있는 가족에게도 갈 수 없다"며 "차량을 소유하지 않았거나, 대여조차 못하는 장애인에게 KTX로 갈 수 없는 곳은 마치 미지의 먼 나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법에 명시된 이 나라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요구인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며 ▲장애인의 시외 이동권을 보장할 것, ▲금호고속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을 즉각 도입할 것, ▲광주시는 시외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과 실질적인 재정을 즉각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