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광주여성민우회가 성명을 내고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및 남도학숙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남도학숙은 서울 등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광주시 및 전남도 출신 대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기숙시설로 해당 대학생들에게 학업 활동에 필요한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2014년 남도학숙에 입사한 A씨는 입사 직후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A씨가 남도학숙에서 성희롱 피해를 입었음을 인정했고 2022년 8월에는 대법원이 A씨가 청구한 '성희롱 및 2차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성희롱 인정, 2차 피해는 기각'을 골자로 하는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남도학숙은 대법원 판결 직전까지도 A씨가 입은 성희롱 피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 직후 홈페이지에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청구했다. 이는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 비용 회수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20일 열린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시 산하기관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상대로 한 소송비용 청구를 비판하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공익소송의 경우 억울함이 없도록 조례를 충분히 활용해서 가능한지 분명히 살펴보겠다"고 답변했다.
"소송비용 확정 신청,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
이날 광주여성민우회는 "광주시 소송사무처리 규칙 제23조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특히 인정될 때에 소송비용확정결정 신청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시 측은 이와 관련된 책임 있는 행정 조치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희롱 피해자가 남도학숙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시민의 권리 구제 등을 위해 불합리한 사회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공익소송'에 해당된다는 것에 이론의 여지가 전혀 없다"며 "피해자는 일상으로의 회복을 도모하려 했으나, 또다시 시작된 소송비용 확정 신청은 수년간의 법적 공방으로 지칠 대로 지친 피해자를 다시 한번 좌절시켰다"고 했다.
광주여성민우회는 "광주시와 전남도는 즉각 논의 구조를 만들어,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중단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공개사과한 후 며칠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바로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하는 현 상황은 피해자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이는 광주시와 전남도 및 남도학숙이 진정으로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사과하고 있는지 묻게 한다"고 했다.
광주여성민우회는 또 "남도학숙 성희롱 피해자 지원 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광주시와 전남도 및 남도학숙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즉각 중단하고 철회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광주여성민우회가 성명을 발표하자 광주시 측은 "민사소송법상 일부 패소했더라도 당사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도록 규정돼 있어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철회할 수 없다"며 "법원에서 소송 비용이 확정되면 광주시, 전남도, 남도학숙 등 관계기관이 함께 검토해 감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