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편을 보다가 조계종의 제적처리에 대한 무효소송을 벌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명진 스님(평화의길 이사장)이 조계종 승적 박탈 징계 무효소송에 돌입한다는 것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윤석열 정권 출범 뒤 말을 아껴왔던 스님이 모처럼 직접 나선 결연한 선언의 자리였다. 스님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자 플로어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통렬한 죽비를 날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던 스님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명진 스님은 "폭행과 돈거래가 횡행하며 징계자를 봐주면서 뒷거래하고. 당동벌이로 자기 패거리는 징계하지 않는 조계종단 우두머리는 자승(전 총무원장)"이라면서 "종정이나 원로나 선원수좌, 본사 주지, 종회의원 그 누구도 자승의 망동을 꾸짖지 않고 추종하는 모습을 보니 대한불교 조계종이 아니라 '자승불교 졸개종'으로 추락했다"고 일갈했다.
명진 스님은 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문화살롱 기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2017년 4월 조계종의 징계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위자료 3억 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징계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을 낸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였다. 간담회에는 기자뿐만 아니라 불교단체 회원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기자간담회] 대한민국 조계종? "자승불교 졸개종"
명진 스님은 "1994년도 서의현 총무원장 체제를 무너뜨리고 개혁종단을 출범했는데 그 종단이 무산되면서 불교가 더 후퇴했다는 말씀을 드리는 서글픈 자리"라면서 "작금의 불교 사태들이 너무나 참혹할 정도로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정도"라고 밝혔다. 최근 해인사 주지 성추문, 골프, 폭력 사건에 이어 세력다툼 양상까지 보이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명진 스님은 "제 징계 문제만을 따지려고 이 자리에 선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동안 징계를 당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왔지만, 조계종이 걸어가고 있는 길을 보면서 개인의 승적 복원 문제보다 불교의 해악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소송을 결심했다, 조계종이 무너지고 쓰러지고 폭삭 주저앉아야만 새로운 싹이 돋아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마련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명진 스님은 "자승 권력과 돈 앞에 무릎을 꿇는 사람이 중인가, 졸개이지"라고 개탄하면서 조계종의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불교가 이 지경에 처한 이유는 무엇일까. 출가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게 사찰 입장료 받는 것이다. 이게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 그 돈이 한국 불교를 타락시킨다. 정부 지원금도 문제다. 각 사찰마다 템플스테이 비용이나 문화재 보수비용을 각 지자체나 문화재청에서 청구해서 받았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시절에 본사 주지들이 동화사에 모여서 정부지원금을 총무원으로 이관시켜달라는 청을 하고 정부가 들어줬다. 불교계에선 문화사업단을 만들어서 그 돈을 배분했다. 문화사업단 요원들은 대부분 자승의 졸개들이다. 결국 권력과 결탁해서 얻어낸 국민세금을 자승 권력을 유지시키는 통치자금으로 쓰고 있다."
명진 스님은 "그들은 윤석열 정권과 결탁하면서 더 권력에 흠뻑 취해서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면서 "오늘 (자승의 상월결사가) 인도순례를 갔는데 불교 중흥을 내세웠지만 내가 볼 때는 불교를 빙자한 유흥"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 이야기는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에 나왔다.
"이 소송을 하려고 얼핏 마음을 먹은 것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편을 보면서다.(중견기업 회장의 딸) 웨딩드레스가 벗겨져서 관세음보살 문신이 노출됐고 이로 인해 파혼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호텔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하는 대목이 나온다. 실제적,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에 대해 300여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저도 조계종의 부당한 징계로 실질적,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봉은사 옛날 땅 관리권 500억원을 갈취하려 했던 사람으로 누명을 썼다. 이 때문에 저에게 절을 지어주겠다고 했던 수많은 강남의 봉은사 신도들이 저를 떠났다.(웃음) 그래서 소송을 결심했다. 저는 노후에 뭐 먹고 사나. 실질적인 손해배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웃음)"
특히 남선사 도정 스님은 조계종과의 징계 무효소송에서 승소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조계종의 종헌종법은 표현의 자유 등을 명시한 헌법 위에 존재하지 않는데, 조계종단은 조폭의 논리로 건전하게 비판하는 세력을 무참하게 징계해왔다"고 비판했다.
김경호 '운판' 대표는 "한국 불교는 '비구 독재' 소수 정치승의 전횡이 일상화됐다"면서 "도박한 승려의 수사를 막아주고 음행을 저지른 자와 폭력을 행사한 자들이 종단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자승을 비롯한 반민주 폭력집단의 비호덕분"이라고 성토했다.
[위자료 3억원 소장] 반대파 제거 위한 '정치 징계'... "50년 수행에 사형선고"
명진 스님은 소장을 통해 소송 이유를 4가지로 요약했다. 명진 스님은 소장에서 "기본적으로 계율 위반 등 종교 내부 문제가 아닌 자승 총무원장의 반대파 제거, 개혁파 제거의 일환으로 이뤄진 정치적 징계"라면서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당시 은처 의혹 등 범계 문제가 제기된 용주사 주지 성월, 전 총무원장 설정,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전 동국대 총장 보광 등 자승 총무원장을 지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징계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진스님과 영담, 도정, 허정스님 등 자승 총무원장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이들에 대해서만 징계처분을 내린 것을 보면 그 이유가 분명하다."
두 번째는 허위사실에 기초한 잘못된 징계라는 주장이다. 가령 조계종 초심호계원은 징계결정문에서 "피제소인(명진 스님)은 2007년 7월 9일 한전부지와 관련하여 종단에 보고 또는 논의 없이 제3자인 은인표와 계약하여 봉은사가
한전부지의 실질적 권리를 확보하는 시점부터 은인표에게 독자적인 개발권한을 수여하고 전매차익을 보장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소 금 500억원의 이익을 보장하기로 하였고"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징계 결정문과 달리 당시 계약서에는 은인표가 봉은사에 500억원의 이익을 보장하는 내용이 적혀있다. 따라서 2019년 9월 대법원은 초심호계원의 징계결정문을 보도했던 <불교신문>에 대한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명진 스님의 손을 들어줬다. 봉은사 부지를 팔아 이익을 편취한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밖에도 명진 스님은 소장을 통해 "초심호계원이 징계의 사유로 결정문에 적시했던 종단에 대한 비판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 것이고, 과잉 징계에 해당한다"면서 "종단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50년간 승려로서 수행 생활을 이어온 이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승적박탈 징계를 내린 것은 도를 넘어서는 지나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명진 스님은 또 "자승 총무원장의 퇴임 후 종단의 자정과 개혁, 화합을 기대하고 기다려왔지만 원행, 진우 두 총무원장이 들어선 뒤에도 종단은 개혁되지 않았고, 욕망에 사로잡혀 권력다툼을 하기에 바빴다"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 모든 종단의 부정과 부패의 근원에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 있다. 총무원장 퇴임 이후에도 강남 총무원장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종단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자승이 있는 한 조계종단의 잘못된 처분이 바로 잡히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만시지탄의 심정으로 사회법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징계무효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공의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인터뷰] "윤석열 정부는 개망나니 정권"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명진 스님은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해인사 현응 전 주지스님의 성추문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명진 스님은 "현응 스님은 조계종에서는 보물단지처럼 똑똑했고 사리가 분명했던 사람이었는데 종단의 권력구조에 들어가면서 돈과 자리와 힘에 의해 인간성 자체가 타락했던 게 아닌가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면서 "사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더 중한 범계를 저지르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성추문 일으켰던 사람들이 대종사가 되고 방장이 오르는 참혹한 조계종단의 현재 모습이다. 대체 자정능력이 있겠는가"라고 개탄했다.
명진 스님은 윤석열 정부를 "개망나니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동네에서 못되게 구는 얘들을 보면 망나니같은 놈이라고 부른다. 왕조 시대 죄인의 목을 치는 직업인데, 그 사람들은 술을 먹지 않을 수 없다. 술 먹고 행패를 부려서 사람들도 무서워했다. 나는 윤석열 정부를 한마디로 '개망나니 정권'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를 중앙지검장 시켰다가 검찰총장 시키고 마지막까지 '윤석열 검찰총장은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라고 감싸 안았던 게 전 정권이다. 그런데 지금은 맨날 문재인 정권 탓만 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대선 때에는 그렇게 쫓아다니며 빌다가 어느 순간 내쳤다. 최근에는 나경원 전 의원한테 그랬다. 뒤통수 전문이다. '뒤통수 대통령'이다. 의리도 없고 경우도 없고 본인과 조금 안 맞으면 내쫓고 밟고 협박하고... 이런 망나니 정권이 어디 있나."
명진 스님은 오마이뉴스, 오마이TV를 매월 후원해 온 10만인클럽 회원이다. 마지막으로 시청자와 독자, 후원자들에게 인사말을 부탁했다.
"앞이 캄캄하고 참 힘든 세상이다. 미래도 없고 정권이 또 바뀐다고 좋은 세상이 올 수 있을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일제 36년 치하에서도 살아서 해방을 맞았다.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그 암혹한 시기에도 살아남았다. 또 넘어갈 것이다. 내가 든 이 조그만 촛불이, 조그만 함성이 모여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한발 한발 걸어나가는 거다. 저절로 이뤄지는 세상은 없다. 이뤄지기 위해 애써 나가는 거다. 인간의 욕망 앞에 다 무릎을 꿇을 때에도 올바름과 정의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모인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보살의 길이고, 그리스도의 사랑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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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10만인-명진 스님] “<우영우> 보면서 손배소송 결심” 명진 스님(평화의길 이사장, 전 봉은사 주지)은 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우리함께빌딩 2층 문화살롱 기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2017년 4월 조계종의 징계 처분이 무효임을 확인하고 위자료 3억 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징계무효 확인 등’ 청구 소송을 낸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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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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