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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뒤 오세훈 서울시장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며 연령 기준 개편에 나설 뜻을 밝힌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기존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종로3가역에서 노인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대구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뒤 오세훈 서울시장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며 연령 기준 개편에 나설 뜻을 밝힌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기존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 ⓒ 연합뉴스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가 연이어 화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지난 1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지하철이 매년 1조 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적자 가운데 30%가 노인 무임승차에서 나온다며 해법 제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재부는 지자체 소관이라며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교통비 지원을 놓고 지자체와 정부 간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대 정부에서도 꾸준히 제기되던 갈등이었다.

급기야 홍준표 대구 시장은 현재 만 65세부터 무임승차를 허용하는 제도를 만 70세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노인의 나이 논란으로 번졌다. 몇 살부터 노인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1889년 독일의 비스마르크 수상 때부터 노인의 연령이 65세였다며 비스마르크 연원설을 주장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의 시초는 1980년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대중교통 비용을 50% 할인해주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1983년에 법적 노인 연령이 만 65세로 정해졌고 이듬해인 1984년부터 100% 할인이 도입됐다. 당시에는 버스도 무료였지만 1990년대 들어오면서 버스 무임승차는 폐지됐고, 지금의 지하철 무임승차만 남게 됐다.

노인 대중교통 무료화가 시작했던 1984년만 하더라도 서울시의 만 65세 노인 비율은 3.8%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7.4%로 증가했다. 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를 감안한다면 앞으로 노인 비율은 더 늘어나게 된다. 즉 65세에서 70세로 인상하는 건 단기적인 해법에 불과하다. 따라서 노인의 나이를 재정의하고 무임승차 연령을 상향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몇 년 뒤에 또다시 겪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동권, 복지로 볼 것인가

무임승차 논란의 핵심은 이동권을 국가적 차원의 복지로 볼 것이냐다. 그간 이동권은 복지 차원에서 다뤄진 적이 많지 않다. 노인의 무임승차,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콜택시, 저상버스 도입 정도가 이동권을 다룬 복지 정책이었다.

이동권은 보편적인 인간의 기본권 중 하나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삶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우울감을 토로했고, 고립된 삶을 살면서 겪은 어려움을 느꼈다. 급기야 '코로나 블루'라는 의학적 진단명까지 생겼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도 나타났다. 이동권은 그만큼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였다.

어떤 사람들은 노인들이 무료로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까 정처 없이 지하철만 탄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지하철은 노인에게 리프레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종종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것 같은 노인들이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들을 목격한다. 어디 가는지, 뭘 샀는지를 물으며 짧은 대화를 이어간다. 지하철에서의 짧은 교류가 노인 자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되는 등 의료비 절감에도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0만 원대에 불과한 얼마 안 되는 교통비지만 은퇴 후 소득이 없는 노인 세대에게 이는 큰돈일지도 모른다. 10년 전 무상급식 논쟁이 뜨거웠을 때도 얼마 되지 않는 식비 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논쟁이 있었다. 그럼에도 무상급식이 실현된 건 결코 비용 때문이 아니다. 돈을 떠나 국가가 의무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는 걸 복지의 개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노인의 무임승차도 마찬가지다. '이동권을 우리 사회가 복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노인 무임승차가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이다.

전 국민 대중교통 무료화는 어떤가

이동권을 복지의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노인 무임승차로 축소할 게 아니라 전 세대를 대상으로 확대해보면 어떨까? 대중교통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외국에서는 대중교통 무료화를 이동권 개념을 넘어 기후위기 대안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대중교통 무료화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 92%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미국 캔자스시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대중교통 무료 서비스를 시작했고, 보스턴·샌프란시스코·워싱턴D.C에서도 대중교통을 무료화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룩셈부르크, 벨기에 하셀트,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교통 무료화가 지역 경제 활성화, 승용차 탄소배출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대중교통을 무료화함으로써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해 자동차가 내뿜는 미세먼지와 탄소를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서울시에 보급된 전기차는 2%가 채 안 된 반면 전기버스는 보급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또 서울시는 교통체증과 주차 대란으로도 악명 높다. 대중교통을 무료화한다면 교통체증, 주차 대란 나아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위에서 소개한 외국의 도시들은 인구 100만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다. 인구가 10배 많은 서울에서 이를 실현하는 건 무리라고 볼 수도 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가 매년 1조 원의 적자를 낸다고 했지만 서울시 1년 예산은 40조가 넘는다. 달리 얘기하면 40분의 1이면 서울시민 누구나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2023년 우리나라 1년 국가 예산은 638조다. 전 국민 무료교통이 결코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결국 이동권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달렸다. 단지 적자라는 비용적 개념에서만 본다면 노인 무임승차라는 논쟁에 국한되지만 좀 더 넓게 이동권,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전 국민 무료화까지도 확대해 볼 수 있다. 2023년 대중교통 무료화가 던지는 질문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4차 산업으로 접어들면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기성 정치인의 정치 문법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상상력을 더함으로써 미래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노인무임승차#무임승차#교통요금#미래당#미래당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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