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의 금호강 파크골프장 조성공사 현장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의 모습이 무인카메라에 포착되자 환경단체들이 공사 중단과 공사 축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북구청은 2022년 10월부터 사수동 금호강 둔치 10만㎡(약 3만250평)의 면적에 파크골프장 조성 공사를 벌이고 있다. 북구청은 공사에 착공한 뒤인 지난 1월 말에 업체를 선정해 사후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난 2021년 11월 공고한 '대구시 금호강 사수지역 체육시설조성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공사 전 법정보호종의 서식 여부를 면밀히 재조사하고, 서식이 확인될 경우 전문가 자문 들을 통해 해당 종의 특성에 따른 적정 보호 대책 수립·실시 후 공사를 실시"하라고 적시했다.
따라서 그동안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는 북구청이 이 협의 내용을 위반했다면서 공사 중단을 촉구해왔다.
이와 관련 공대위는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북구청이 포크레인으로 긁어놓은 수달과 삵의 서식처로 추정되는 호안공사 현장에서 지난 21일 ~ 23일간의 조사에서 3일 동안 모두 수달의 모습이 무인카메라에 포착됐다"면서 "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이들의 보호대책을 즉시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특히 "3일 연속해서 수달의 모습이 포착됐다면 수달이 이곳에서 살고 있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 판단"이라면서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의 다음과 같은 견해를 전했다.
"3일 연속해서 수달이 포착됐다면 그 일대에 수달의 집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일대 덤불 속에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서식하면서 출몰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공대위는 또 "비단 수달뿐 아니라 삵도 이틀 동안 포착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삵에 대한 보호대책도 수립해야 한다"면서 "법정보호종이 2종이나 출몰했기 때문에 제일 좋은 방법은 지금이라도 공사를 포기하고 이들이 이곳에서 지금처럼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어 "공사를 포기하는 게 어렵다면 공사를 최소화해서 이들의 서식 환경에 최대한 교란 요소를 피해줘야 한다"면서 "공대위는 지난 1일 대구 북구청과의 만남에서 '파크골프장 규모를 30% 정도 줄이고, 공사 현장에 수달 인공 서식처를 3곳 정도 만들어줄 것' 등의 협치 의견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공대위 박호석 대표는 "그것(공대위의 협치 제안)이 수달의 도시 대구의 위상에 걸맞은 행정이고,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는 지혜일 것"이라면서 "대구 북구청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