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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p.21)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당시 미국 정부에 대항하며 한 말이다.

그는 정부가 노예제도를 계속 유지하고 멕시코 땅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것에 반대하며 인두세를 거부한다. 자신이 낸 세금이 총을 만드는 일에 들어가길 원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정의를 위해 '시민'으로서 정부 권력에 '불복종'한 사례로서 수많은 인권 운동과 반전 운동에 영향을 미쳤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소로의 '시민의 불복종'이 떠오른다. 윤석열 정부가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벌이고 있는 소위 '노조 때리기' 행태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조합비 회계장부 제출을 거부한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제제와 압박은 "명백한 권력 남용"이라고 노동법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가 제시하는 법적 근거는 모두 "판례를 반대로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우리는 '국가'가 '법'대로 한다며 노조를 억압하는 것을 '국민'으로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인간'으로서 법보다 '정의'를 더 존경해야 한다는 소로처럼 그 행태에 '불복종'할 것인가.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지은이)
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비드 소로(지은이) ⓒ 은행나무
 
헨리 데이비트 소로의 <시민의 불복종>(은행나무, 2022)은 소로의 사상과 실천을 담은 에세이다. 번역자 강승영은 '시민의 불복종'을 비롯해, '가을의 빛깔' 등 소로의 다른 작품 5편과 함께 묶어 출간한다.

소로는 1817년 7월 12일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 근교 콩코드에서 태어났다. 1837년 하버드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형 존 소로 주니어와 함께 진보적인 학교를 운영했다. 이후 측량사, 목수, 가정교사 등으로 일하며 틈틈이 강연과 글쓰기를 이어나간다.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장자크 루소의 제안에 따라 월드 호수가 옆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2년 동안 살았다. 이 내용을 <월든의 숲속 생활> 책으로 묶어서 출판한다. 연설문을 정리하여 출판한 '시민 불복종'과 더불어 두 권의 책은 지금까지 읽히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시민불복종'에서 소로는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시민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고 있다. 그는 글에서 정부 권력의 부당함도 지적하지만 무엇보다 불의에 방조하는 시민들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각 사람들은 자신의 존경을 받을 만한 정부가 어떤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p.20)고 한다. 또한 노예제도가 폐지되기 위해서는 '방조자' 입장에서 벗어나 노예 소유를 그만두고 형무소에 갇히는 일까지 감당하라고 촉구한다. 

불복종의 의미는 정부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더 나은 삶을 위한 행동이다. 정부가 하는 일이 항상 옳고 맞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의문이 생기고 확인이 필요한 일에는 질문하고 비판할 수 있다. 공동체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로만큼 행동하기 어렵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부터 제안해본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의 노동현실을 담아낸 <다음 소희> 영화가 손해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영화를 관람하는 것도 열악한 노동 현실을 인식하고 변화를 이끄는데 힘을 보태줄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자연과 일상을 담은 에세이를 통하여 소로의 또 다른 결의 사유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난 소로의 생각은 환경문제에 중요한 통찰을 준다. 우리는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며 자연은 인간을 위한 먹거리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로는 "돼지가 내 뜻을 거스른다고 해서 사리를 모르는 동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p.79)며 인간보다 더 우월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가을 낙엽을 보면서 "이 늠름한 나무들이 자신의 멋진 외투를 벗어 진흙 위에 깔아 놓은 이런 곳이라면 여왕님이라도 그 위를 지나가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할 것이다"(p.110)라고 언급한다. 자연과 동물은 인간의 부수적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가 생명이며 존중해야 할 대상임을 보여준다.

소로의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의 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p.51)라고 말한다. 여기서 내 방식대로 산다는 말은 이기적으로 혼자 잘 살겠다는 말이 아니라 각자 삶의 방식을 존중하며 살아가자고 들린다.

인두세를 내지 않는 행동이나 자연인으로 사는 실험적 모습이 남들과 다르다고 해서 틀리고 이상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감옥에 갇힐 수도 있는 위험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함에도 소로는 "자신의 가치"(p.47)를 높여주는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세상이 요구하고 인정하는 삶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에세이 <시민의 불복종은>은 헨리 데이빗 소로의 정부 권력과 자연에 대한 관점 그리고 그의 담다른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고전이다. 불의에 대항하는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한편, 뛰어난 관찰력과 세심한 필력으로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을 그려낸다. 현실 문제를 어떻게 사유하고 행동하며 나아가는지 좋은 모범을 보여주는 이 책을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2017)


#헨리데이비트소로#시민의불복종#민주시민의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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