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물가와 각종 공과금이 상승한 가운데, 빙과류의 가격이 20~33%나 상승, 관련 도소매상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최근 빙과업체들은 원재료 원가와 인건비, 물류비의 상승을 이유로 빙과류의 공급가를 올렸다. 대표적으로 올해 2월 초, 빙그레는 엔초의 가격을 600원에서 800원으로, 붕어싸만코의 가격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렸다. 롯데제과도 '빠삐코'의 가격을 600원에서 800원으로 올렸다. 이 밖에도 빙과업체들은 50여 종의 빙과류 가격을 10~20%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상승? 혜택 보기 힘들어"
빙과류 가격 상승에 따라 도소매상들의 고충도 커졌다. 빙과류 도매상인 A씨는 "빙과류 공급가가 상승하면 매출도 함께 상승하는 것은 당연해보이지만 도매상은 그 혜택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소매상에 비해 50%가량 적은 마진이 생겨 가격 인상의 혜택이 적은데다 매달 제조사로부터 사입하는 최소 계약 물량이 정해져 있어 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량 감소의 위험부담만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냉동창고나 냉동탑차 등이 필수적인 도매상으로서는 최근의 전기료 인상이 큰 타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A씨는 "상대적으로 전기를 적게 쓰는 겨울인데도 기존 대비 전기세가 30%가량 올랐는데, 빙과류가 활발하게 유통되는 여름에는 전기세가 더욱 심하게 오를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소매상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충북 음성시에서 빙과류 할인점을 운영하는 B씨는 "여러 종류의 빙과류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손님의 발길이 이전보다 뜸해졌다"며 "지난해에 비해 판매액은 살짝 떨어지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가격이 오른 상태에서 실제 판매량은 많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낮은 가격에 빙과류를 많이 파는 '박리다매' 전략에 의존해야 하는 빙과류 할인점에 치명적인 사업환경의 변화인 셈이다. 판매 부진과 전기요금 상승 등을 이유로 결국 B씨는 최근 빙과류 할인점을 폐업키로 했다.
한편 빙과류 업체의 가격인상은 국내 소비자 물가의 상승의 맥락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이들은 최근 수년간 해마다 아이스크림 가격을 꾸준히 올렸고 그 때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들었기 때문이다.
빙과류 도매상인 A씨는 "빙과류 가격정찰제가 도입된 이후, 빙과류의 가격은 매년 10~20% 가량 꾸준하게 올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빙과업체들이 공급가 상승의 이유로 제시한 원자재 가격은 매년 급격히 오르지 않았다.
한국물가협회 자료에 따르면, 빙과류의 대표적인 원자재 중 하나인 우유는 1L 한 팩 가격이 2019년과 2020년에는 평균 2570원으로 유지됐으나 2021년에 들어 평균 2616원으로 1.7% 올랐다.
다른 원자재인 설탕은 정백당 1kg 당 가격이 2019년에는 평균 1668원이었고 2020년에는 평균 1707원으로 2.3% 올랐으나, 2021년에는 평균 1678원으로 오히려 1.7% 하락했다. 빙과업체들이 공급가 상승의 이유 중 하나로 제시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매년 10~20%가량 오른 빙과류 가격에 훨씬 못 미쳤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빙과류 업계의 약 80%를 양분하고 있는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빙그레는 수년간 입찰과정과 가격 상승을 담합해 온 이유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1천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빙과류 업계 종사자와 일반 소비자는 이유도 모른 채, 빙과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가격에 따라 지갑을 열어왔고 올해도 빙과류 가격은 대폭 상승세를 보였다. 물론 빙과류가 곡물이나 원유 등과 같이 대중들의 삶에 꼭 중요한 필수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기호품에 대한 과점 현상이 소비자들에 불합리한 피해를 끼치고 있지 않은지,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를 넘어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 김태민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