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아래 광주청지트)가 주관한 내구제 대출(휴대폰깡, 폰테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유기홍, 조승래, 윤영덕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30일 광주청지트가 이번 정책 토론회에 대한 후속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토론회의 의의를 소상히 설명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내구제 대출 실태를 공유한 광주청지트 박수민 이사장은 "명확한 문제 진단을 위한 전국 단위 피해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구제 대출(폰테크, 휴대폰깡)이란 '나를 스스로 구제하는 대출'의 줄임말로 대출희망자가 휴대폰 등을 개통해 브로커에게 넘기면 브로커가 그것을 판매한 후 수수료를 챙기고 판매 금액의 일정 부분을 대출희망자에게 주는 형태의 불법 금융을 말한다.
내구제 대출은 약 20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사회적 문제가 되었으나, 금융감독원은 "내구제 대출은 대법원 판례 등에 비추어 볼 때 대부업법 등 금융 관련 법령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관련 제재 등의 업무를 처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구제 대출 문제에 대한 정부 기관의 공식적 통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사이 내구제 대출을 통해 개통된 휴대폰이 대포폰으로 사용되어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 이용되는 등, 각종 사회문제가 이어져왔다.
광주청지트는 "최근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등록대부업체에서 내구제 대출을 진행하는 일까지 있었다"며 "금융당국은 (내구제 대출이)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지 않음을 이유로 한 20년간의 방치를 끝내고 적극적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구제 대출 사전 예방을 위한 포털 유해 단어 지정,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 기업의 책임성 강화, 피해자 지원을 위한 민간 자원 연계, 휴대전화 개통 회선 축소" 등을 제안했다.
광주청지트는 또 '피해 신고 창구 설치, 청년 친화적 접근과 종합적 대책 마련, 금융복지상담센터 전국 확대 설치' 등을 제안하며 정부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다.
이번 토론회에 축사를 보낸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포털 사이트에) '휴대폰깡'을 검색하면 청소년 유해단어로 지정돼서 위험성 경고가 나오는데, 내구제 대출, 폰테크를 검색하면 대출 이미지가 노출된다"며 "광고차단 효과가 반도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학생들에게는 장시간 사용하는 휴대폰이 불법 사금융에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인지시키는 교육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에 참여한 금융감독원 이명규 민생금융국장은 "금감원은 향후 내구제 대출을 신종 불법 사금융으로 보고 앞으로 마련될 범정부TF 등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정순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이동통신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개인정보 관련 법안 발의 현황을 살펴보고, 휴대폰 개통 회선 축소 요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내구제 대출' 관련 피해 구제를 위한 법률적 대안 제시에 나선 김남희 변호사는 "내구제 대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명의도용을 막기 위해, 명의자가 아닌 통신사에게 (명의도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전기통신사업법의 경우 사업자 처벌을 위해 제정되었으나, 오히려 이용자를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현행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가 문제를 드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광주청지트가 광주시의 청년 금융복지 지원사업을 위탁해 운영 중인 광주청년드림은행을 찾은 전체 내담자 377명 중 9%에 해당하는 34명이 내구제 대출 피해자였으나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피해 사실을 신고할 경우 본인 명의 휴대폰을 타인에게 넘기는 것을 금지해 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광주청지트 박수민 이사장은 "절박한 상황에 놓인 이들을 상대로 이뤄지는 불법 사금융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대출 확대, 법정 최고금리 인상을 통한 대부업 대출 보장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이들에게 가닿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정망을 구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