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시민사회에서 충남인권조례 폐지 청구안의 서명에 "문제가 있다"며 행정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충남도의회에서 충남인권조례 폐지 청구가 제출됐다. 이어 지난 3월 6일 도의회에 폐지 청구인 명부가 접수됐다. 현재 청구인 명부는 충남 시군의 읍면동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부에 서명한 이들이 충남도 거주자가 맞는지, 선거권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소속된 위기충남공동행동은 ▲일부 청구인 명부에 적힌 주소가 '동일 필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명부의 형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점에 주목하고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앞서 위기충남공동행동은 지난 3월 13일부터 22일까지 충남인권기본조례와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의 청구인명부 열람을 진행했다.
이들은 "충청남도의회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조례 제7조 별지 제5호 서식에 따르면 명부의 표지에는 서명을 요청한 조례명, 청구 사유와 함께 대표자와 서명을 요청한 수임자를 적고 서명하게 되어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서명이 수임자 별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일련번호도 없어 신고된 수임자가 맞는지, 누가 어떤 서명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명자들이 '충남 조례 폐지 사유'를 고지받았는지도 불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위기충남공동행동에 따르면 일부 서명에서는 주소지의 필체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필체도 발견돼 충남도의회에 '이의 제기'했다.
하지만 충남도의회는 지난 3월 30일 운영위원회를 통해 "필적 판단이 사실상 어렵다"며 시민사회 단체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충남도의회 사무처에서 '동일 필체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로 낸 의견을 따른 것이다. 이에 위기충남 공동행동은 "인정할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임가혜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행정소송을 위해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 대책위 차원에서는 필요시 법률 대응을 하겠다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며 "소송 시기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서명 전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동일 필적을 문제 삼지 않을 경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기에 동일 필체 문제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충남도인권센터 관계자도 "충남의 모 군에서는 한 사람이 80개의 청구인 서명을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도 발견됐다. 주소란의 필체가 똑같아 보였다"라며 "필적감정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례가 폐지될 경우 충남도의 인권 행정이 후퇴될 수밖에 없다. 인권센터가 알려지면서 상담과 조사 의뢰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충남도 의회에서 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특히 도의회는 장애인과 이주민, 노인 등의 인권 약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충남도의회 사무처는 동일 필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충남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동일 필적 문제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동일 필적 여부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서 유효 서명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필적 판정에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본인이 (대리 서명을) 인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