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광주광역시의회가 본회의를 열고 이귀순 시의원이 발의한 '광주시교육청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번 조례안에는 광주시교육감이 광주지역 대안교육기관에 프로그램 개발비, 기관 운영비(인건비, 급식비 등) 등 필요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례안에는 또 광주시교육감은 필요시 광주시장에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근거한 운영비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이번 조례안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광주시교육청 측이 조례안 추진 당시부터 '부동의' 의사를 밝혀 왔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시청 앞에서 컵라면 먹은 청소년들... 사연이 있습니다 https://omn.kr/22fot).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에서 진행된 조례안 심의 당시 광주시교육청은 "조례안에 따라 광주지역 대안교육기관에 운영비를 지원할 경우 상위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상충된다"면서 "광주시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방보조금으로 대안교육기관 운영비를 지원하면 재정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날 통과된 조례안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광주시의회에 '재의 요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광주시의회는 10일 이내에 해당 조례안에 대한 재의를 추진해야 한다. 재의 요구를 받은 조례안을 의결하기 위해서는 광주시의회 본회의에 재적의원의 과반수가 출석한 상태에서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이후 광주시교육청이 한 차례 더 재의를 요청할 경우, 해당 조례안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다.
현재 매년 학교를 그만두는 대한민국 청소년은 약 5만 명이며, 광주에서는 한 해 약 1500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2011년 전국 최초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조례'를 제정해 광주의 대안교육기관에 중식비 및 상근교사 1인 인건비를 지원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광주지역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예산 지원 문제가 첨예해졌다.
지난해 말, 광주시는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음을 이유로 광주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중식비 및 상근교사 1인 인건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새롭게 시행된 법률에 따라 이제는 광주시교육청에서 관련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아직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광주 대안교육기관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직후 광주지역 대안교육기관들로 구성된 광주대안교육기관연대는 "대안교육기관법에 따르면 대안학교 등록 및 관리 감독 업무는 교육감 소관이지만,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역시 명시되어 있다"고 반발했다.
이후 광주시 측은 평년보다 늦은 시기에 공모사업을 공고한 후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학교 밖 청소년의 든든한 성장을 위한 예산 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 이는 조례 제정 등 교육청의 준비 미흡으로 인한 지원 공백이 우려되자 광주시가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에는 광주대안교육기관연대가 광주시청 앞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먹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받아선 안 된다"며 '모든 청소년에게 무상급식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광주시의회는 광주 대안교육기관 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광주시교육청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안' 제정을 추진했다.
이날 '광주시교육청 대안교육기관 지원 조례안'이 의결되자, 광주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 10개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광주교육시민연대 측은 성명을 내고 "학교 밖 청소년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공백 없이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기반을 마련한 이번 조례안 의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광주시교육청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재정지원 근거를 조례로 두는 것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안교육기관법, 지방교육자치법, 초·중등교육법 등 대안교육기관을 지원할 관련 법률 근거는 차고 넘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광주교육시민연대 측은 "공교육의 보완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명문화한 이번 조례 제정은 적절한 입법조치"라며 "광주시교육청은 이를 즉각 시행해 나가야 한다. 만약 광주시교육청이 재의 요구, 거부권 행사를 할 경우, 시민사회 역시 그에 상응하는 법적 대응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2023년 현재 광주시는 공모를 통해 선정한 10개 대안교육기관에 인건비 및 급식비 4억9천만 원과 프로그램 지원비 5억여 원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