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부러워 하지 않지만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는 '어른의 종이접기'. [편집자말] |
우주로 나가는 이미지를 생각하면, 카운트다운 소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인공위성이나 로켓 등을 쏘아올릴 때 가장 극적인 장면 말이다.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하며 오직 발사의 순간만 마주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주와의 접점이 아닐까. 그 이면에 숨어있을 노력과 과학적인 원리도 발사의 순간에 초조히 줄을 서 있는 것 같다. 5, 4, 3, 2, 1...
그러나 우주로 나가는 일의 성공과 실패는 이 숫자를 뚫고 대기권을 나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궤도에 올라섰다고 해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의 경우 전력 공급 장치인 태양열 전지의 부피와 크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뜻밖에도 종이접기가 사용되었다.
미우라 패턴을 아시나요
우주 과학에 종이접기를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은 일본의 천체물리학자 미우라 코료(Miura Koryo)다. 그는 장치의 부피와 크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접기 기술에 주목했고, 1995년 그가 제안한 태양열 전지판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전지판을 접다니! 양끝에 약간의 힘을 주면 완전히 펼쳐지는 이 패턴은 복잡한 모터 설계 없이 큰 전지판을 훌륭하게 펼쳐냈다. 오늘날 이 패턴을 그의 이름을 붙여 미우라 패턴이라고 부른다. 미우라 패턴은 가로와 세로, 대각선으로 접어 사다리꼴로 만들어 접는다. 평평했던 종이가 물결처럼 보인다.
그 뒤로 종이접기의 다양한 방식들이 우주 과학에 검토되었다. NASA에서 개발 중인 인공위성 태양전지판은 2.5m의 크기이지만 펼치면 25m로 확장이 가능하다. 이것을 하나플렉스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도 종이접기의 원리가 숨어있다. 이 접기는 거칠게 말해 장미접기와 유사하다. 내부의 사각형 혹은 육각형을 중심으로 말리는 것처럼 접히는 형식이다.
과학자가 종이접기 작가가 되었다
우주와 종이접기에 로버트 랭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와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공부하고 2000년까지 NASA등에서 과학자로 활동했으나, 2001년 종이접기 작가가 되기로 한다. 그 후로 종이접기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 다른 공학자들과 함께 종이접기를 접목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2015년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 망원경의 렌즈를 '접어서' 우주에 보내는 것이 있었다. 그의 블로그에 따르면, "방사형으로 대칭이며, 유한한 수의 주름에서 붕괴되고 궁극적으로 원통형 로켓에 맞는 구조가 필요했다"는데, 그것은 바로 "우산과 유사한 구조"였다.
어렵고 멋진듯 한 말 끝에 '우산'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구조가 프로젝트의 열쇠였다는 것이 재미있다. 아쉽게도 이 망원경 프로젝트는 지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토 타입만으로도 거대한 스케일의 망원경 렌즈를 확인할 수있다. 우산처럼 접어졌다가 약간의 힘만으로도 펼쳐져 직경을 확보하는 망원경을 상상해볼 수 있다.
미우라 패턴, 하나플렉스 등의 접기의 공통점은 규칙적인 주름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름 붙이기 어려운 기술에 천착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과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주름'이었다.
이것은 접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접는 과정에서 대단히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으며 평범하고 지루한 접기에 가깝다. 그러나 약간의 각을 다르게 주는 것만으로 접힌 면들이 일정하게 같은 너비를 가지면서, 가지런히 작아지고 일시에 펼쳐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종이접기라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하다가 우주에서도 사용되는 접기까지 찾아보았다. 하루하루는 비슷하고 어떤 변화가, 극적인 미래가 도래할 기미도 없어보인다. 눈앞에는 내가 확보한 면만이 작게 보일 뿐. 무엇이 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사태, 초조하고 위태로운 작업. 그러나 매일을 사는 사이 골과 산이 만들어지고, 그 사이에 이야기가 쌓인다.
무용하게 보내는 듯한 일상에도 작게 올라가고 있는 산과 골. 이것이 이루는 무늬는 나중에야 다 볼 수 있으며, 작았다가 커지는 주름을 갖게 된다.
우주에서 사용된 종이접기도 손바닥만한 종이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