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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대서양 심해의 타이태닉호 잔해를 보기 위해 잠수했다가 내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타이탄' 잠수정
북대서양 심해의 타이태닉호 잔해를 보기 위해 잠수했다가 내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타이탄' 잠수정 ⓒ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
 
세계 각국이 힘을 합친 북대서양 실종 잠수정 수색 작업이 비극으로 끝났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22일(현지 시각) 111년 전 침몰한 여객선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보려고 심해로 내려간 잠수정 '타이탄'의 탑승자 5명이 전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18일 잠수를 시작한 후 나흘 만이다. 

해안경비대는 타이태닉호 뱃머리로부터 488m 떨어진 해저에서 잠수정 잔해물 5개를 발견하고, 이를 근거로 결론 내렸다.

존 모거 보스턴 해안경비대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잔해물들은 이 잠수정에서 재앙적인 내파(catastrophic implosion)가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다만 잠수정이 실종 당일 파괴된 것인지, 그 후 파괴된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모거 소장은 잠수정과 탑승자 시신 수색 작업은 계속할 방침이라면서도 발견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저는 매우 가혹한 환경"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수색 작업을 도운 캐나다, 영국, 프랑스에 감사를 전한다"라며 "지난 며칠간 끔찍한 시련을 겪었을 타이탄 탑승자와 그들을 사랑한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라고 밝혔다. 

예전에도 '안전 우려' 지적... 전 탑승자 "자살 미션 같았다"
 
 북대서양에서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 탑승자들을 보도하는 미 CNN 방송 갈무리
북대서양에서 실종된 잠수정 '타이탄' 탑승자들을 보도하는 미 CNN 방송 갈무리 ⓒ CNN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이 운영하는 이 잠수정은 1912년 침몰한 호화 여객선 타이태닉호의 바닷속 잔해를 보기 위한 관광 목적으로 쓰였다. 1인당 비용이 25만 달러(약 3억2500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상품이다.

실종 당시 잠수정에는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스톡턴 러시 최고경영자(CEO)와 영국 억만장자 해미쉬 하딩, 파키스탄계 재벌 샤자다 다우드와 그의 아들 술레만, 프랑스 해양 탐험가 폴 앙리 나졸레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탑승 전 사망할 경우에도 운영사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약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정은 잠수 시작 1시간 45분 만에 연락이 두절됐고, 최대 산소 공급량이 나흘 치여서 21일 오후 '골든타임'이 끝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의 부실한 안전 검증과 해저 관광의 위험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2021년 이 잠수정에 탑승했었던 독일인 탐험가 아르투어 로이블은 "돌이켜보면 자살 미션 같았다"라며 "살아 돌아온 것은 매우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심해 생태학자인 니콜라이 로터만 영국 포츠머스대학 교수는 AP통신에 "해저 관광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사고도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술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CNN 방송에 따르면 이번에 잠수정에 탑승했다가 사망한 러시 CEO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전 우려에 대해 "안전을 원한다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말고, 자동차도 타지 말고, 아무것도 안 하면 된다"라고 일축한 바 있다. 

영화 <타이태닉> 캐머런 감독 "같은 곳에서 또 비극"
 
 실종 잠수정 '타이탄'과 관련해 미 ABC 방송과 인터뷰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
실종 잠수정 '타이탄'과 관련해 미 ABC 방송과 인터뷰하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 ⓒ ABC
 
1997년 영화 <타이태닉>을 제작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22일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잠수함 탑승자인 해양 탐험가 나졸레와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캐머런 감독은 "이번 사고가 111년 전 타이태닉 침몰 사고와 기이한 유사성이 있다"라며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타이태닉호 선장도 얼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를 받았지만, 달빛도 없는 밤에 전속력을 냈고, 그 결과 (배가 얼음에 부딪혀 침몰하면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라며 "경고를 무시한 비극이 같은 장소에서 또 벌어졌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이 잠수정의 안전에 대해 매우 걱정했다"라며 "심해 잠수 공학계의 최고 전문가들이 이 회사에 서한을 보내 일반 승객을 태우는 것은 너무 실험적이고 안정 검증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었다"라고 전했다. 캐러먼 감독은 영화 제작을 위해 30여 차례 타이태닉 잔해를 보려고 잠수한 경험이 있다. 

그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내가 생각했던 유일한 시나리오도 내파였다"라며 "수색 작업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틀렸기를 바랐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션게이트 익스페디션은 성명을 통해 "(잠수정) 탑승자들은 뛰어난 모험 정신, 해양 탐사와 보호에 깊은 열정을 공유하는 진정한 탐험가들이었다"라고 애도했다.

#타이태닉#타이탄#잠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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