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일정을 연장한 것과 관련, 대통령실 측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집중호우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이 국민과 국정을 대하는 태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당 송갑석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전쟁터에 가서 '사즉생 생즉사'를 외치고 있을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재난재해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며 "대통령실의 말에 수해 피해자와 가족들, 대피해 있는 이재민들과 끝나지 않는 폭우에 가슴을 졸이는 국민들의 억장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당에서도 탄식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대통령실에서 지금 가도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냐고 한 부분은 잘못된 메시지라고 생각된다"며 "대통령께서 모든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대통령이라고 여러 차례 얘기하지 않았나? 국내 문제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안타까움이 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규탄의 목소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대다수 누리꾼도 적절치 못한 대통령실의 태도에 분노했습니다. 한 누리꾼은 각 나라 지도자의 대응 모습을 비교하며 "일본 총리는 2022년 9월 태풍 대응 위해 유엔총회 출국 연기했다. 같은 해 9월 캐나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 국장에 참석하기로 했으나 캐나다에 상륙한 허리케인 대처를 위해 불참을 결정했다. 그런데 한국 대통령은 사망·실종자 수가 40명에 육박했음에도 일정을 연장했다"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다른 누리꾼은 "이탈리아 총리는 대홍수로 14명이 사망하자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했다. 한국 대통령은 수십 명이 사망한 참사가 일어났음에도 일정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며 "한국은 지금 무정부 상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지난 5월 20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G7 정상회의 도중 자국에서 홍수 피해가 발생하자 일정을 단축하고 조기 귀국한 바 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해외 순방 도중 김건희 여사의 쇼핑 논란을 언급하며 "대통령에게 전용기를 주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든 국가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해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해외 쇼핑하라고 주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폭우로 충북 청주 미호강 제방이 터져 침수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사고 현장에서는 17일 오전 10시 현재 4구의 시신이 추가로 인양됐습니다. 누적 사망자는 13명으로 늘었습니다. 경북에서는 산사태와 급류 휩쓸림 사고로 1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실종, 17명이 다쳤습니다.
행정안전부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40명, 실종자는 9명, 부상자는 34명으로 집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