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일각 "브로커, 검찰 수사관 인맥도 상당"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사기 사건 피의자에게 거액을 받아 챙긴 혐의로 60대 브로커가 검찰에 전격 구속되면서 광주·전남지역 간부 경찰들이 검찰 수사의 칼끝이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속된 브로커는 검찰 수사 무마용으로도 같은 피의자에게 뒷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지만, 그가 20년 가까이 경찰 간부들과 친분을 쌓으며 경찰 인사 개입설까지 몰고 다녔던 터라 일단 경찰의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은 고위직 경찰 연루 의혹 규명을 위한 수사 확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최순호)는 지난 4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A(62)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앞서 지난 2일 A씨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A씨 등은 코인 투자 사기 혐의로 불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B씨에게 검찰 및 경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최근 1년 사이 '상당한 금액'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브로커 A씨가 수사 무마용으로 받은 금품은 벤츠 1대와 현금 15억 원, 10억 원 대의 코인으로 알려졌지만 수사당국은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이 사안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수사 무마용으로 상당한 금액을 챙긴 혐의"라고 전했다.
브로커 A씨에게 금품을 건넨 코인 사기 피의자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비롯한 다수 경찰 관서에서 유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경찰청 수사 사건 관련 피해금만 30억 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코인 사기 피의자 B씨의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검찰 단계에서 수차례 영장을 기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브로커는 구속되고 유착 경찰은 떨고, 사기범(피의자)은 시내를 활보하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브로커 A씨를 체포, 구속하기 전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관련 내사를 벌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하루 이틀 내사를 벌인 것 같지 않다. A씨 등 2명을 재판에 넘기고 나서 고위직 경찰 등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검찰이 내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와 진술 등을 바탕에 두고, 구속 수사 중인 브로커 A씨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실제 사건 처리를 명목으로 금품을 챙겼거나 유착 의혹을 받는 경찰 고위직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A씨에 대한 구속영장에는 검경 수사 무마용으로 금품을 챙겼다고만 적시됐을 뿐, 검경 인사들의 실명은 적혀있지 않다고 이 사건에 밝은 복수의 법조계 인사는 전하고 있다.
검찰, 내사만 수개월... '고위직 경찰' 수사 확대 무게
A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관련 혐의를 상당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부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했으나 검찰이 의심하는 전체 금액과는 다르고, 수수 목적도 수사 무마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검찰의 구속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입을 굳게 닫을 경우 고위직 경찰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벽에 부닥칠 공산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상당 기간 내사를 벌여온 데다 브로커 A씨의 신병마저 확보하면서 수사 확대 자체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코인 사기 피의자에게서 흘러나온 금품이 경찰과 검찰에 실제 흘러들어갔는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검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구속 피의자는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내사를 상당 기간 진행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술렁이는 경찰... 모 치안감 광주청장 시절 인사 개입설도 회자
브로커 A씨 체포, 구속 소식이 알려지면서 광주경찰청은 술렁이고 있다. 수사·형사·정보 기능의 다수 경찰은 "올 것이 왔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를 보인다.
'경찰 마당발'로 정평이 난 인물이 수사 무마용으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신병이 확보된 것을 계기로 내부에서 수년 간 곪을 대로 곪았던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경찰 내부에서는 브로커 A씨와 친분이 두터웠던 간부 경찰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A씨와의 유착 의혹을 받는 경찰은 경정부터 총경, 치안감까지 다수 거론되고 있으며 광주경찰청은 물론 타청 소속까지 포함돼 있다.
물론 이들 간부 경찰이 코인 사기 피의자 B씨 사건에 개입됐는지, 수사 개입과 별개로 부적절한 금품 등을 제공받았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A씨는 2000년대 초부터 경찰 인맥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와 골프 접대 등을 하며 형사과, 수사과 간부들을 사귀더니 어느 순간 총경 이상 고위직까지 친분을 다져왔다고 다수 경찰은 전하고 있다.
특히 모 치안감이 광주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시절엔 경찰 승진 및 전보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말이 파다할 정도로 경찰 내부에 파고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브로커 A씨가 검찰 수사관 인맥도 상당하다고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