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ㄱ군(10대)은 동네 공터에서 친구와 함께 환각물질이 함유된 공업용 본드를 흡입했다. ㄱ군은 유해화학물질관리법위반(환각물질흡입)으로 소년부 법정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부모의 이혼과 학교 중퇴로 가정과 학교의 보호망에서 벗어난 ㄱ군은 보호관찰 기간 중 재범을 해서 소년원 처분을 받았다. 본드 흡입의 후유증인 우울증과 불면증, 주의력 결핍으로 폭행, 절도 등의 2차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소년원에서 나온 뒤 상담·재활지원 등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진 ㄱ군은 다시 본드, 니스 등 환각물질을 흡입했다.
ㄱ군은 성인이 되어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와 교도소를 드나들면서 마약 제조, 유통에 관한 정보를 수용자들과 공유했다. 2023년, 20대 중반이 된 청년은 오피스텔에서 친구와 함께 텔레그램에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햤다. 출소한 뒤에도 마약에 빠져 채팅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여 필로폰 투약 관련 광고 글을 게시해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으로 다시 교도소에 수감됐다.
지난 9월, 가출 청소년 ㄴ양은 쉼터와 모텔을 전전하다 마약을 하면 어떤 느낌일지 호기심이 생겼다. SNS에 올라온 광고를 보고 판매자와 연락하여 비대면 거래 수단을 통해 필로폰을 구입했다. 처음에는 물에 타서 마셨지만, 투약 횟수가 늘어나면서 친구와 함께 주사기로 팔에 투약했다.
최근 펜타닐 등 의료용 마약의 불법유통, 합성 대마 등 저가의 신종마약 등장, SNS 메신저 사용 확대 등 온라인 거래 활성화로 10대 청소년들도 마약류를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심각한 문제는 10~20대 젊은 층에서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의식 없이 전파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청소년 마약사범 증가, 골든타임은 지금이다
10대 마약사범은 2017년 119명에서 2022년 481명, 20대 마약사범은 2017년 2112명에서 2022년 5335명으로 증가했다. 급증하는 청소년 마약류 투약 범죄는 엄정한 대처도 중요하지만, 재범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더욱 중요하다.
최근 인천보호관찰소는 청소년 마약 투약 사범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검찰청이 치료가 적합하다고 판단된 청소년 마약 투약사범에 대해 치료조건부 기소유예,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하면, 인천 소재 전문병원에서 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보호관찰소가 이행 여부를 감독한 뒤 선도위탁 결과를 검찰청에 송부할 예정이다.
또한 마약에 노출될 위기가 높아진 학생 및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 예방교육을 확대하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식약처 산하) 등 민간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활성화하여 마약예방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위기청소년은 불량교우 관계망이 매우 넓고 촘촘하기 때문에 마약에 손을 대면 순식간에 주변의 친구들에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청소년비행예방센터, 보호관찰소, 소년분류심사원, 소년원 등 소년 처우의 모든 단계에서 마약류 사용실태를 상시적으로 조사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특히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예방교육과 약물 검사를 강화할 것이다.
청소년은 대부분 호기심에 마약을 구입하고, 성인보다 단기간 적은 양으로도 뇌의 손상 정도가 심각하게 발생한다. 따라서 시기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상습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습 마약 투약사범이 환각상태에서 상해·살인 등 2차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청소년 마약사범의 치료 및 재사회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이유이다.
청소년에게 마약이 확산되는 것을 예방하고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상담·치료·재활 지원까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마약 청정국과 마약 오염국의 중간지대는 없다. 특히 청소년 마약범죄 근절을 위한 골든타임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