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use me. I'm no happy." (죄송합니다만, 전 행복하지 않아요)
'1947 보스톤(2023년 개봉)'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나요? 영화 속 태극기를 달고 뛰는 서윤복 선수를 만든 장본인, 손기정 선수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 중구에 자리 잡은 '손기정 기념관'입니다. 기념관을 둘러싸고 손기정 문화도서관, 손기정 체육공원도 함께 있습니다.
▲손기정 체육공원트랙을 따라 걷거나 뛰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 최민정
나른한 주말 아침, 따뜻한 커피나 향기로운 차를 손에 들고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를 만나러 가보는 건 어떨까요?
4월 초, 기념관 주변은 완연한 봄을 수 놓았습니다.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엔 녹음이 짙어졌고, 봄을 상징하는 꽃들은 저마다 화사한 색감을 뽐냅니다. 1936 베를린 올림픽에서 가슴에 일장기를 단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굳은 표정과는 대비되는 풍경입니다. 태극기를 품고 달리고 싶었던 청년, 대한민국을 대표해 땀을 흘리고 싶었던 청년, 그의 마음을 담은 공간이 곳곳에 펼쳐집니다.
▲손기정 동상청동 투구를 들고 있는 손기정 선수 ⓒ 최민정
먼저 공원 중앙에 위치한 손기정 기념관에 들어가 봅시다. 손기정 선수의 '해낼 수 있다'라는 강인한 자신감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곳입니다.
1 전시실 '첫 번째 세계인 손기정'에는 손기정의 유년 시절부터 노년기까지 그의 달리기 역사를 보여줍니다. 끝없이 세계를 향해 질주했던 손기정의 열정을 트랙을 따라가며 만날 수 있습니다.
2 전시실 '민족과 함께한 손기정'에 들어가 봅시다. 세계를 이긴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의 승리의 기운을 함께 만끽해 볼 수 있습니다. 전시실에서 나와 야외 전시 (심훈 시비, 손기정 동상, 손기정 월계관 기념수)를 돌아보며 그의 숨결과 동행해 보는 건 어떨까요?
▲손기정 문화도서관도서관 1층은 카페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 최민정
손기정 문화도서관은 여유로운 카페와 차분한 도서관 그 중간 어디쯤 닮아있습니다. 책장에 꽂힌 책들의 종류만큼이나 책을 읽는 사람들의 표정도 다양합니다. 아이들과 마주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때론 작가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진 곳, 손기정 문화도서관은 누구에게나 도심 속 아늑한 쉼터가 됩니다.
손기정 체육공원은 놀이터, 농구장, 테니스장, 달리기나 걷기를 위한 트랙 등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추고 있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하며 계절을 느끼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주말 오후가 되면 트랙을 뛰는 러너들, 놀이터에서 떠들썩하게 뛰노는 아이들, 농구공을 드리블하는 학생들. 곳곳에서 즐거운 땀 냄새가 나는 듯합니다.
우리가 밟고 있는 운동장이 손기정 선수가 그토록 원했던 대한민국이 주인인 땅이라는 사실이 새삼 뭉클합니다.
"엄마, 저번에 우리 같이 이 손기정 선수 나오는 영화 봤잖아요. 근데 여기 놀이터 정말 재미있어요."
아이들은 아직 놀이터가 더 좋습니다. 하지만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손기정'이라는 이름을 마음에 담아둡니다.
▲기념관 입구에서 만난 손기정 선수의 발자취마라톤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 최민정
주말엔 아이들과 주중에 못다 한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낯선 장소에 가면 새로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연분홍색 벚꽃 아래, 하늘색 아이들의 웃음이 만개했습니다.
ㅇ 위치 - 서울 중구 손기정 101-4 손기정공원
(서울역 15번 출구 530m)
ㅇ 이용료 - 무료
ㅇ 월요일은 도서관 및 기념관 휴관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mjc8441)에도 업로드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