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에서 이변은 없었다. 보수 후보 분열로 3자 구도 선거가 치러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첫 국회 진입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국민의힘 정연욱 후보가 당선을 확정 지었다. 민주당 유동철 후보는 막판 보수층 결집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을 뛰쳐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예찬 후보는 3위에 그쳤다.
10일 오후 6시 투표가 끝나자마자 공개된 지상파 방송 출구조사에서 부산 수영구 여야 후보들의 희비는 교차했다.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가 51.1%를 얻어 압도적으로 우세할 것이라는 결과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실제 개표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정 후보는 끝까지 1위를 유지하다 이날 자정쯤 '당선유력'이란 글자를 받아들었다.
수영구 선거는 '막말' 논란 끝에 장예찬 후보의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되면서 구도가 급변했다. 현역과의 경선에서 승리한 탓에 장 후보는 바로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3파전 형성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나자 보수단일화 움직임이 일었다.
'탈당' 장예찬 완주했지만... 보수 분열 효과는 없었다
장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 1호 참모를 내세우며 '윤심'을 부각했지만, 여당은 "대승적으로 결단하라"라며 장 후보의 사퇴를 압박했다. 사전투표를 거쳐 본투표 직전까지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장 후보는 끝내 완주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여당을 이끄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대리전 양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차재권 국립부경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수영구 상황을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갈등"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무소속 약진이나 어부지리는 없었다. 보수텃밭인 부산 수영구는 보수세가 강해 애초 민주당의 국회 진입 가능성이 낮은 곳이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투표한 유권자의 55.63%가 당시 전봉민 미래통합당(전 국민의힘) 후보에게 표를 던졌고, 직전 대선·지방선거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결국 마지막에 웃음을 지은 후보는 정 후보였다. 표심은 장 후보나 유 후보도 아닌 여당의 정 후보로 쏠렸다. 수영구 유권자들은 '정권심판'이나 '대통령의 전 참모'보다 '국정 안정'과 지역 발전에 힘써줄 집권여당을 선택했다. 민주당이 유리할 수 있단 예측은 결국 비켜나갔다. 경쟁력을 주장한 장 후보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그는 개표 내내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종 승자가 된 정연욱 후보는 개표방송에서 '당선 확실' 자막이 뜨자 소감문을 내어 수영구 유권자들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정 후보는 "현명하게도 보수 분열을 막아내고 여당에 표를 몰아주셨다. 이는 오직 수영 발전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에 매진하라는 수영구민들의 엄중한 명령"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