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방의 유래는 벼멸구를 뜻하는 명충(螟蟲)에서 왔다. 영어권에서의 일반명은 주둥이나방(Snout moth)이다. 애벌레의 입틀이 삐죽하게 튀어나와서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경제개발이 한창이었던 시기에는 벼멸구의 피해가 식량 생산에 굉장한 영향을 주었다.
매년 모내기 철이면 천수답 논에 펌프로 물을 대는 것도 몹시 중요한 일이었다. 벼가 한 참 자랄 시기에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명나방 뿐 아니라 동남아에서 기류를 타고 멸구가 날아온다. 지금은 피해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명충은 농작물을 해치는 요주의 곤충이다.
벼과 식물을 말려죽이는 명나방
이화명나방은 벼과(화본과) 식물을 베어먹어 하얗게 말려죽인다. 암놈은 약 300개의 알로 이루어진 난괴(알덩어리)를 여러 식물에 붙여 놓는다.
이 나방은 1970년대까지는 쌀 농사에 가장 심대한 타격을 주는 놈이었기에 '이화명충'이라고도 불렸다. 오늘날에는 조기 이앙(못자리에서 논으로 옮겨 심기) 등 재배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피해가 뚜렷하게 줄었다. 1년에 2세대 발생하며 벼 이외에도 갈대, 피, 줄풀 등에도 손상을 준다.
옥수수를 비롯한 벼과(조, 수수, 기장 등) 식물을 훼손하는 놈이 깨다시포충나방과 조명나방이다. 전자는 이화명충과 똑 닮았으며 조릿대에서도 볼 수 있다. 후자는 인삼과 율무에도 꾀어 손실을 입힌다. 초기 발생한 애벌레는 두 세번 허물을 벗으면 줄기 속으로 파고 들어가 월동하므로 방제가 어렵다.
혹명나방도 벼와 보리, 밀 같은 화본과 식물을 먹는다. 동남아에서 날아오므로 해마다 피해 정도가 다르다. 농촌진흥청의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NCPMS)에 의하면 질소 비료를 많이 쓰고 이앙이 늦어진 논에서 피해가 커진다. 1년에 두 세 차례 발생하며 벼 잎을 원통형으로 길게 말아 그 속에서 잎을 뜯어먹는다.
명나방 패거리 중에서 가장 큰 녀석이 목화바둑명나방(작은각시들명나방)이다. 목화를 비롯하여 박과(오이, 수박, 호박, 참외, 멜론 등) 작물을 가해하고 아욱, 근대, 꿀풀, 여주, 뽕나무 등에도 해를 끼친다.
콩과 작물에 피해를 주는 명나방
1년에 4회 발생하는 콩명나방은 팥 꼬투리를 부순다. 암컷은 일생 동안 최대 1000개의 알을 낳는다. 애벌레는 콩과 녹두(동부)를 분쇄하며 아욱과, 백합과, 미모사과 식물에도 누를 끼친다. 비슷한 식성과 생활사를 가진 세줄콩들명나방은 (강낭)콩 잎을 두 세장 겹치거나 김밥처럼 말아서 누렇게 뜨고 딱딱하게 만든다.
유사한 명찰이 붙은 콩줄기명나방은 머위와 두류(땅콩, 강낭콩, 팥, 동부 등)를 베어먹는다. 1년에 3회 발생하며 사과, 배, 포도, 복숭아에도 꼬인다. 이 밖에도 흰띠뾰족명나방과 팥알락명나방은 강낭콩과 완두콩을 파손한다.
연 2회 발생하는 복숭아명나방은 명패와 달리 주로 밤나무를 망가뜨린다. 구멍 뚫린 밤에서 나오는 애벌레의 정체가 바로 이놈이다. 복숭아와 밤에 더해 각종 과실수(사과, 자두, 감, 귤, 석류 등)와 농작물(옥수수, 해바라기, 목화, 양파, 우엉 등)을 더럽힌다. 정작 복숭아를 비롯하여 배, 살구, 모과, 대추, 자두에 타격을 입히는 종은 복숭아심식나방과 복숭아순나방이다
한편 머위명나방은 각종 화훼류와 고추, 피망, 가지, 생강, 우엉 등을 파먹는다. 흰띠명나방은 시금치와 명아주, 참비름에 해악을 끼치며 벼과, 백합과, 뽕나무과에 들끓기도 한다. 갉아 먹힌 작물의 잎사귀는 마치 오이지에 핀 허연 골마지처럼 변한다.
애물결들명나방은 두릅과(오갈피, 땅두릅, 독활 등)와 미나리과(당귀, 구릿대, 바디나물, 천궁 등) 식물을 먹는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