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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강습지지역시민네트워크가 지난 4월 11일 현장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합강습지지역시민네트워크가 지난 4월 11일 현장 모니터링 작업을 하고 있다. ⓒ 김병기
 
"앗, 맹금류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의 외침은 감탄사였다. 순간, 세종시 합강습지 모니터링에 참여한 '시민과학자'들의 시선이 미호강 보행교 건너편 쪽으로 쏠렸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2급 조류인 참매였다. 금강과 합류하는 지점에선 성무성 물들이 연구소 소장 일행이 물속에 들어가 발을 구르며 족대질을 했다. 습지 안쪽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식생 조사팀도 있었다.

지난 11일, 합강습지보호지역시민네트워크(아래 합강네트워크)는 지난달 발족한 뒤 합강습지에 대한 첫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이날 조사에는 대전, 세종지역의 환경단체 활동가와 전문가, 일반 시민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합강네트워크는 세계 물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발족했다. 이 연대체에는 세종환경운동연합, 세종참여자치연대, 세종여성, 세종YMCA, 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 장남들보전시민모임,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 천주교대전교구생태환경위원회,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합강습지를 국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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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도심 정중앙 '시민습지 1호'... 다양한 멸종위기종 서식
 
 금강과 미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합강습지
금강과 미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합강습지 ⓒ 김병기
▲ 세종 도심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합강습지네트워크 모니터링 동행 취재 #합강습지 #세종시 #습지 #국가습지 #보호지역 #합강습지보호지역네트워크 #환경새뜸
ⓒ 김병기

 
세종시 정중앙에 위치한 합강습지는 넓은 모래사장과 하중도, 습지가 발달한 생태서식공간이다. 특히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미호종개, 흰수마자, 참수리, 흰꼬리수리, 큰고니, 흑두루미, 수달, 삵, 등의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어서 금강유역환경청은 지난 2018년 합강습지를 '생태계 변화 관찰 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내셔널트러스트도 2019년 '이곳만은 꼭 지키자' 공모 수상작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금강유역환경회의는 2020년 이곳을 '세종 시민 습지 1호'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날 3시간여에 걸친 조사결과, 조류팀은 알락할미새, 쇠오리, 흰뺨검둥오리, 중대백로, 발구지, 넓적부리 등 총 28종 218개체를 관찰했다. 이중 참매와 새매 등 멸종위기종도 포함됐다.

이날 조류조사팀을 이끈 이경호 사무처장은 "합강습지는 조류에게는 천혜의 서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사람의 접근성을 차단할 수 있고, 은폐할 곳이 많으며, 먹이와 물이 풍족해서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나 꼬마물떼새, 소쩍새, 각종 오리류 등 총 150종 이상이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식생조사팀은 합강습지와 제방길 등을 돌며 괭이밥, 융단사초, 박주가리 등 초본류 42종, 은행나무, 이팝나무, 왕버들, 버드나무 등 목본류 12종 등 총 54종을 확인했다.

합강네트워크, 발족 이후 첫 모니터링... 4개 분야 조사 진행
 
 합강습지지역시민네트워크가 지난 4월 11일 현장에서 어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합강습지지역시민네트워크가 지난 4월 11일 현장에서 어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김병기
 
이 팀을 이끈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금강과 미호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합강습지에는 물만 있는 게 아니라, 나무뿌리, 모래톱, 자갈밭 등 생물종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는 천혜의 생태계가 조성된 곳"이라며 "특히 세종 지역에서 버드나무를 제대로 관찰하려면 이곳에 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어류조사팀은 금강과 합류하는 미호강 보행교 쪽에서 모니터링을 했다. 이들은 몰개, 모래무지, 돌마자, 민물검정망둑, 밀어 등의 어류를 확인했다.

어류조사팀을 이끈 성무성 물들이연구소 소장은 "모래여울이 발달한 곳에서 사는 멸종위기 1급 어류인 미호종개 5개체와 흰수마자 8개체를 관찰했다"면서 "모래무지가 우점종인 것으로 확인했고, 우리나라에서만 사는 고유종 5종이 관찰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양서파충류 조사팀은 합강습지의 가장 큰 웅덩이에서 두꺼비와 참개구리, 청개구리 등을 관찰했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금개구리 1개체도 확인했다.

이 팀을 이끈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국장은 "오늘 굉장히 많은 개체의 올챙이와 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양서파충류들이 서식하기에 굉장히 적합한 장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면서 "합강습지에 양서 파충류들이 많다는 것은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과 삵, 담비와 맹금류들이 모여들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붕 없는 자연사 박물관... 총 4차례 조사를 통해 보고서 작성
 
 합강습지보호지역시민네트워크는 모니터링 결과를 네이처링에 올렸다.
합강습지보호지역시민네트워크는 모니터링 결과를 네이처링에 올렸다. ⓒ 김병기
 
이날 어류조사팀에서 활동했던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합강습지의 가치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원시림을 보는 것과 같이 수많은 버드나무 군락이 형성되어 있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이 때문에 맹금류를 비롯해서 많은 보호종들이 서식하기에 보존해야 할 만한 가치가 큰 곳이죠. 특히 세종의 도시가 점점 확장되고 있는데, 그 도심의 한복판에 이런 녹색 심장과 허파 역할을 하는 습지는 소중하고, 이로 인해 홍수가 조절되고 자연에어컨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세종의 지붕 없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볼 수 있죠."

합강네트워크는 이날 조사관찰한 결과를 네이처링(https://www.naturing.net/m/6831/summary)에 공유했다.

이경호 처장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열린 결과공유 회의에서 "앞으로 3번의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조사결과를 정리해 보고서를 제작할 계획"이라며 "보고서를 토대로 세종시와 환경부를 설득해서 합강습지를 국가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과정들을 거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합강습지#습지보호구역#세종시#습지#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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