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31일 '원내진출'에 성공한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10명이 국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진보정당의 화려한 등장이었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을 포함한 의원들을 빛날 수 있게 헌신한 수많은 진보정당 활동가들이 만들어 온 하나의 결과물이었다. 녹색정의당도 그중 한 페이지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차지해 진보정당 사상 처음 원내에 진출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상기된 얼굴로 "당사에서 (국회까지) 걸어서 5분, 차로는 1분 걸리는 거리를 정치적으로 오는 데는 5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원내 진보정당 시대를 열어젖힌 감격과 희망, 각오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소회였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바쳐 일궈오고, 사 후 '노회찬의 6411정신'을 전면에 내세웠던 정당이자 노회찬 평전에서 노회찬의 확장된 자아라고 표현하기도 했던, 마지막까지 시민들에게 사랑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던 녹색정의당은 국회에서 생존하지 못했다.
1세대 진보정치의 황혼을 본 이번 총선, 이제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
이번 총선의 패배는 녹색정의당만의 패배가 아니라 독자적인 진보정치를 이끌어온 1세대 진보정치의 황혼일 수도 있다.
양당에 집중되는 선거였다고는 하지만 정권심판론을 뚫지못할 만큼 진보정당들의 비전이 흐릿해지고 낡았다는 반증하는 결과였다.
녹색정의당이 6411정신을 버리자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노회찬 심상정에 머무른다면 다음 진보정치를 열수 없다. 이제는 치열한 고민을 통해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그동안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진보정당들간의 세계관 차이는 "민주대연합이냐, 독자적인 진보정당들간의 연합이냐" 라는 노선 차이로 극명하게 드러났다.
강화된 양당의 대결구도 속에서 흔히 '제3지대'를 지켜온 진보정당마저 이탈하여 양당구도에 들어간다면 향후 독자적인 진보정치 공간을 다시는 확보하지 못할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린 정당들은 진보정당들간의 연합을 통해 거점을 지키려고 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이제는 제3지대를 지켜달라는 호소도, 계급투표의 명분도 약화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 다 진보정당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2008년 대선에서 제7공화국 태제를 발표하며 새로운 진보정치의 집권비전을 내놓으며 대선 경선에 출마한 노회찬 대표처럼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이제는 체제전환운동이다
이번 총선은 '진보진영의 혼란'이라는 한 구절로 요약이 가능하다. 일부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은 민주당발 위성정당의 스스로 알리바이가 되어 양당질서에 편입되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와 노동진영이 있었고, 그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체제전환 운동'이라는 큰 물줄기가 정치무대에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양당 질서에 편입되어버린 시민사회와 진보정당들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길을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진보정당의 세계관'이 부실해졌기에 눈앞에 있는 생존을 선택해버린 것이다.
1세대 진보정치의 과오를 인정하고 이제 한 시대가 저물어감을 인정해야하는 이유이다. 이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다시금 진보정치의 새 현장, 새터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새 터전은 체제전환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를 통해 세련되고, 명확한 세계관을 가진 '두번째 민주노동당'을 건설해야한다. 그저 원내 재진입이 목표가 아닌 '체제전환운동'이라는 새로운 세계관에 동의하는 다양한 세력이 모여 체제전환정치운동으로 모여 제7공화국 건설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진보정당으로 새로운 헌법을 만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