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다시입다연구소'의 21% 파티가 지난 27일 연세대학교 무악로타리홀에서 열렸다. 이번 파티는 연세대 MD 학회 'YMDI'가 주최를 맡아 진행됐다. YMDI는 파티 사전 신청자 대상으로 소정의 상품 제공과 교환 가능 품목에 이너웨어를 포함하는 등 다른 주최진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올해로 5주년을 맞은 21% 파티는 소비가 환경을 파괴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제품의 수명을 단축하는 계획된 노후화 생산 방식을 택한다. 다시입다연구소의 설문에 따르면, 소비자가 구매한 의류 5벌 중 1벌(21%)은 다시 입지 않고 옷장 속에 숨겨진다. 행사명에 들어간 '21%'는 해당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다시입다연구소 정주연 대표는 이러한 소비자본주의적 회의에서 벗어나 '교환'을 통해 의류 자원 순환을 이루고자 21% 파티를 기획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옷장 속에 박혀있던 옷들에게 기회를
2024 21% 파티 위크는 지난달 20일 서울숲역 언더스탠드에비뉴를 시작으로 약 1주일간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파티는 우천 중에도 행사장 내외 참관객의 열기로 뜨거웠다.
의류 순환이 주된 목적인 만큼 의류 교환 행사는 상시로 이뤄졌다. 데스크에 입지 않은 옷을 기부하면 기증 개수만큼 쿠폰을 받는데, 참가자는 이 쿠폰으로 다른 사람의 의류와 교환할 수 있다. 기부는 제한이 없지만 교환은 한 사람당 최대 5벌까지 가능했다. 디제잉, 드레스코드, 부자재 및 안경테 나눔 등 다양한 실내 참여 이벤트도 진행됐다.
드레스코드 이벤트에 참여한 형가람(26)씨는 "나날이 더 멋스러워지는 행사"라며 소감을 전했다. 형씨는 입지 않는 의류 5벌을 기증하고 그중 4벌은 새로운 옷으로 교환하기도 했다. 4벌만 교환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주 입지 않을 것 같은 옷은 배제하는 편"이라며 "가져가도 입지 않으면 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옷만 교환한다"고 답했다.
야외 광장에는 글로벌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원웨어 트럭과 ▲뜨개 수선 ▲천연 염색 ▲핀 쿠션 ▲키보드 수리 워크숍 등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날 천연 염색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한 조민지(33)씨는 지난해에 이어 2번째 참여다. 평소 발달 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조씨는 다시입다연구소 서포터즈 '다시'와 인연이 닿아 워크숍 작가를 시작했다.
선정한 주제에 대해선 "몸에 해롭지 않은 자연 재료로 전통을 이어 나간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 일제 강점기를 기점으로 전통이 끊겼다가 최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며 천연 염색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조씨는 "다음에도 행사가 열린다면 참여할 예정"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제자들과 (천연 염료) 농사를 비롯해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한편 광장에 전시된 윤호섭 교수의 그린 페인팅 퍼포먼스 작품과 재고폐기금지법안 현수막이 지나가는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다시입다연구소는 지난해 4월부터 패션기업의 무분별한 재고폐기에 대한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왔다. 바로 해마다 증가하는 의류 폐기물 때문(관련 기사 :
'패스트' 가고 '슬로우' 온다... 버리지 말고 입자!)이다.
평소 재활용품 사용이 환경 보호 실천의 전부였던 정주연 대표는 이러한 환경 문제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껴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에 단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시입다연구소의 21% 파티는 학부모, 지역센터처럼 작은 공동체 차원에서 출발해 올해 서울을 비롯한 경기, 충청 등 전국 27개 지역으로 규모가 확대됐다. 참가자 수는 총 1100여 명으로 전년 대비 약 14배 정도 늘었다.
이번 21% 파티 위크 전국 지도에는 최초로 제주권 지역 2곳이 포함된 반면, 여전히 강원권은 제외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정 대표는 "아직 강원도는 파티 호스트 지원자가 없는 실정"이라며 강원권 미개최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표했다. 21% 파티는 더 많은 지역에 개최될 수 있도록 재단이 모든 파티를 주관하는 것이 아닌, 주최를 희망하는 호스트가 나타나면 21% 파티 툴킷을 무료로 지원해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어 그는 "21% 파티는 앞으로 기관, 기업, 학교 등 여러 분야와 협업하려고 한다. 더 나아가, 옷걸이 하나만 둬도 방문자가 자유롭게 의류 교환을 할 수 있는 전국적인 기점을 만들고 싶다"며 "올해는 의류 교환 실천을 전국에 확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시도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심히 봐주었으면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한편 다시입다연구소는 내달 14일부터 20일까지 을지로 하트원에서 패션기업 재고폐기금지법안과 관련해 수선 전시를 진행한다. 전시에는 지난해 수선학교 및 워크숍 참여자들의 작품이 걸릴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기소연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