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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와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지난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부부와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지난 2022년 10월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4주년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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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이 경찰로 이첩된 직후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나 전화를 걸어 통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첩 기록 회수와 수사단장 처벌을 지시한 사람이 윤 대통령 아니냐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일 오후 12시부터 1시 사이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전화한 통화기록이 나왔다는 보도가 나온 것은 지난 28일 오후다. 대통령실은 29일 오전까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브리핑도 열지 않았다. 개별적인 언론 취재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거나 '일상적인 소통'이라는 정도의 말만 나왔다. 즉 공식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 이종섭 장관에게 한 말이라고 밝힌 것은 '인명사고에 대한 질책'밖에 없다.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은 "어떤 생존자를 구조하는 상황이 아니라 돌아가신 분의 그 시신을 수습하는 그런 일인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을 해서 이런 인명사고가 나게 하느냐 …(중략)… 좀 질책성 당부를 한 바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인명사고에 대한 질책'을 8월 2일 세 차례 있었던 대통령-국방부 장관 전화통화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세 차례 통화 후 이뤄진 국방부의 조치를 보면 대통령이 직접 밝힌 내용과 오히려 상반되기 때문이다.   

세 번의 통화가 이뤄진 건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기록이 경찰로 이첩된 직후다. 세  번의 통화가 끝난 뒤 국방부 검찰단장은 회의를 열어 이첩된 기록을 회수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경북경찰청으로 출발했다. 해병대 사령관은 인사처장에게 박정훈 수사단장을 보직해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전화해 '왜 실종자 수색을 무리하게 진행해 병사가 죽게 만들었느냐'고 질책했는데, 그 사고를 초동 조사해서 사단장의 책임까지 명시한 수사단장을 해임하고 조사기록을 회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이 정말로 '왜 무리해서 사고를 냈냐'고 질책했다면, 조사기록을 회수하고 수사단장을 보직해임한 뒤 항명죄로 기소한 국방부가 오히려 대통령에 항명을 저질렀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대통령이 했다는 질책과 실제 국방부의 조치 결과가 상반되면, 과연 대통령의 질책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었을까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의문이다. 이 세 번의 전화 통화가 확인되면서 왜 그토록 무리하면서 이종섭 전 장관을 주 호주 대사로 내보냈는지도 짐작은 된다.

닷새 전엔 "언론 덕에 여기까지 왔다"더니 또다시 '입꾹닫'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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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사태가 이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아무 말도 않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언론인들에게 김치찌개를 퍼주면서 "언론으로부터 비판도 받고 또 공격도 받을 때도 있지만 결국은 이 언론 때문에 저와 우리 정치인들 모두가 여기까지 지금 온 것"이라고 말한 게 불과 닷새 전이다(관련기사 : 김치찌개 퍼준 윤 대통령 "언론인 해외연수 대폭 늘려라" https://omn.kr/28sxf).

언론인과의 만찬에서 대통령은 계란말이도 말아줬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한 언론인 장기해외연수도 크게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여러분들과 더 공간적으로 가깝게 시간을 더 많이 가지면서, 또 여러분들의 조언과 비판도 많이 듣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도록 할 것을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약속드리겠습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8월부터 대통령실은 사건의 진실을 밝힌 적이 없다(관련기사: 'VIP 수사외압 의혹' 전면 부인 못한 대통령실 https://omn.kr/25epf) 수사 외압의 정황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는 현재도 대통령실은 아무 말이 없다. 닷새 전 대통령의 말은 그냥 '잘 지내자'는 것일뿐,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돕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격노'를 말한 적이 없다던 해병대 사령관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고, 이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았다는 이종섭 전 장관의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객관적인 증거와 증언에 의해 모두 다 드러나기 전에, 대통령실은 국민에 대한 도리를 다하기 바란다. 대통령이 기자를 자주 만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대변인과 기자들이 만나는 브리핑을 정기적으로, 또 자주 여는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퍼주는 김치찌개 한 그릇보다 한 숟갈이라도 대통령실의 진실한 답변이 더 필요하다. 

태그:#대통령실, #윤석열, #이종섭,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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