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지나갔다. 물론 며칠새 또 장마가 올 것이다. 장마가 폭우로 변하면 극심한 피해를 주지만 엊그제 목포 땅에 내린 이틀간의 장맛비는 아직 큰 피해는 없다. 오히려 내가 돌보고 있는 텃밭의 식물들에겐 이로운 장맛비였다.
무엇보다도 텃밭의 깨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구멍에 두세 개씩 나온 모종들을 모두 나눠서 심었다. 듬성듬성 구멍이 있는 곳에 녀석들을 하나씩 심은 것이다. 뜨거운 뙤약볕이었다면 옮겨 심어도 금방 죽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맛비에 심은 녀석들이라 다들 허리를 펴려고 한다.
그것은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목포 청호시장에서 사온 모종이 6그루였다. 그렇게 심은 모종은 물만 주면 비가 오지 않아도 쑥쑥 자랐다. 그 무렵 동네 할머니들이 일러준 대로 녀석들의 밑가지를 잘라 다른 곳에 심었다. 이른바 꺾꽂이를 한 것이다. 그런 녀석들조차 이번 장맛비로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20평 남짓한 텃밭에 심은 깨는 3평 정도다. 그중에 들깨는 5%도 안 된다. 더욱이 들깨는 동네 할머니들이 모종을 줘서 심은 것이다. 참깨는 작년에 수확한 씨앗들을 보관했다가 올해 또 심었다. 그래서 가을에 수확한 참깨로 기름을 짜서 먹는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양은 못 된다. 그저 작년처럼 벌들이 많이 날아오는 걸 구경하고 동네 할머니들에게 씨앗을 나눠주고자 심은 것이다.
동네 할머니들이 준 들깨는 더 자라면 쌈을 싸먹을 생각이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들깨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시골 출신인 나는 들깨가 그런 용도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들깨도 기름을 짠다고 나와 있다. 더욱이 들깨는 오메가3가 풍부해 성인이 하루 3g을 먹으면 만성질환 예방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건강식 하면 토마토가 빠질 수가 없다. 지중해식단에 최고가 토마토다. 내 매형도 토마토를 죽처럼 끓여서 매일같이 밥을 먹고 있다. 그걸 내게도 권장하고 있으니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매일같이 토마토를 사 먹기에는 형편이 넉넉지 않아 텃밭에 직접 심은 것이다.
종류도 굵은 토마토랑 방울토마토 두 종류다. 굵은 토마토는 식단용으로 쓰고자 심었고 방울토마토는 간식용으로 따먹으려고 심은 것이다. 굵은 토마토는 지금 쑥쑥 자라 빨갛게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방울토마토는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 자료를 뒤져보니 굵은 토마토보다 방울토마토가 훨씬 영양소가 많다고 나온다. 토마토에는 노화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리코펜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데 방울토마토가 3배 더 많다고 한다. 더욱이 토마토 사포닌도 4배 이상 더 많이 들어 있다고 하고. 다만 매형처럼 기름에 가열해서 먹는 게 좋다고 한다.
장마철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식물들을 키우는 텃밭에는 모기떼들도 그만큼 들끓기 때문이다. 더욱이 장마철에 장대비나 폭우가 쏟아지면 참깨든 들깨든 토마토든 대부분의 식물들이 쓰러지고 만다. 잘 익은 벼들도 장밧비에 속수무책으로 넘어지듯이 말이다.
하지만 올해 처음 맞이한 이틀간의 장맛비는 내가 돌보는 텃밭의 농작물들에겐 은총의 비였다. 특히 작은 구멍에 하나씩 옮겨심은 참깨와 가지를 꺾어 심은 토마토에겐 고마운 빗줄기가 아닐 수 없었다. 녀석들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옆가지까지 내놓을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너무나도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