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가 개원했습니다. 유권자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읍소하며 당선된 300명의 국회의원이 과연 유권자를 위해 제대로 일하는지 지켜보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이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안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지니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칼럼을 통해 유권자의 시각에서 22대 국회와 정치를 비평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정’치개혁이니까요. [편집자말] |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애초 논란의 초점은 당권과 대권 분리를 목적으로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사퇴시한을 대선 1년 전으로 명시한 당헌 제25조 제2항의 규정을 제88조 제3항의 신설을 통해 무력화한 데에 있었다.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 의결로 사퇴시한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재명 대표를 재선 이후를 염두에 둔 개정이라는 지적이다.
그 외에도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 직무정지 폐지, 당 귀책사유로 재‧보궐선거 유발 시 무공천 규정 폐지, 시‧도당위원장 선출방법에서 권리당원 비율 확대, 원내대표와 국회의장단 선출에 있어 권리당원 투표 반영 등이 개정의 주요 내용이다.
정당이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자발적인 결사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의 목적을 위한 당헌·당규의 개정 자체를 문제시할 수는 없다. 다만 정당이 자발적인 결사체이지만 다른 이익집단과 구분되는 공익적 성격을 다분히 담고 있는 정치권력집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우선 당권과 대권분리 조항의 무력화가 이재명 대표의 대선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 이번 당권과 대권분리 조항의 무력화는 2026년 지방선거까지 후보공천과 선거관리를 이재명 대표 중심의 당 지도부에 맡김으로써 그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당권과 대권의 분리 조항은 선거 시기에 대선후보 혹은 대통령의 영향으로부터 정당 운영을 분리함으로써, 국회와 행정부 간 권력분립의 실천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정당의 자율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2024년 총선의 공천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친명, 비명 계파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 중심의 영향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개정이 이를 한층 더 강화하리라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권력의 과도한 집중과 수직적 의사결정구조의 강화가 정당 내부의 다양성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둘째, 부정부패 연루자의 자동 직무정치 규정과 당 귀책사유로 인한 무공천 규정의 폐지는 그 이유가 어떻든 간에 정당의 공익적 성격을 스스로 부정한 사례가 되기 쉽다.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시안에도 적시되어 있듯이 해당 규정들은 '깨끗한 정치'를 향한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부패 논란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윤리위의 제소와 징계에 소극적이었고(이는 국민의힘도 마찬가지이다) 무공천 약속을 어긴 바 있다. 국민의 '깨끗한 정치'에 대한 요구가 충족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해당 조항들의 폐지는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를 위해서는 언제든 스스로의 약속을 저버릴 수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더불어민주당이 권리당원의 권리를 확대한 개정 역시 곰곰이 되새겨 볼 여지가 있다. 자발적인 결사체로서의 정당이 당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확대하려는 시도는 당연히 긍정적이다. 다만 그러한 권리를 단지 당 지도부의 선출과정에서만 찾는 것은 단선적인 판단이다. 우리 정당의 현실에서 당원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당 지도부와 지역구 선거에서의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표를 행사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다. 그마저도 당원을 대상으로 한 정견발표나 숙의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로 단순히 '투표참여'만을 보장받고 있는데 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으로 '당원 중심의 정당'을 표방한다면 단지 당원의 투표참여만을 보장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당원이 현안에 관한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토론을 통해 숙의하는 과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서구의 정당들에서 목도되는 네트워크 정당과 플랫폼 정당 등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지 못하고 당원 권리의 확대를 투표권의 보장에서만 찾는 것은 강성 당원에 기반한 팬덤정치의 문제만을 양산할 뿐이며, 진정한 당원 중심의 정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파적 양극화가 격심해진 상황에서 우리의 정당정치는 제로섬적 경쟁과 대결의 극대화, 그 속에서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치닫고 있다. 이의 완화를 위해서는 정당의 성찰과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며, 선거에서의 승리로 압도적인 제1당의 지위를 공고히 한 더불어민주당이 변화를 선도할 필요와 책무가 있다. 제1당의 변화에 대한 유권자의 호응은 제2, 제3의 정당의 변화를 강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더불어민주당이 보인 지금까지의 변화 노력은 유권자의 기대와는 괴리가 있다. 정당이 바뀌지 않으면 한국 정치의 변화는 요원한 까닭에 더불어민주당의 적극적인 분발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유성진 이화여자대학교 스크랜튼학부 교수가 작성했습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중복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