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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4일 오후 CJ대한통운㈜ 군포허브물류센터를 방문해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의 현장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이 지난 4일 오후 CJ대한통운㈜ 군포허브물류센터를 방문해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의 현장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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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연평균 기온은 매년 상승하고 있고, 기록적인 수치 또한 매년 갱신되고 있다. 이제는 '지구온난화'보다 '기후위기' '기후재앙'이 더욱 익숙한 단어가 됐다.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예외는 아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간한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근 30년 기온은 20세기 초보다 1.4℃ 상승했다고 하며, 이에 따라 폭염빈도와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온열질환(무더운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열사병, 열경련, 열실신 등을 포함)의 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국가마다 정의가 상이하나, 우리나라에선 폭염은 체감온도 기준으로 일 최고 기온이 33℃ 이상인 날로 정의한다. 기상청에서는 일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주의보, 일최고기온이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경보를 발령한다.  

체감온도는 기온에 습도, 바람 등의 영향이 더해져 사람이 느끼는 더위나 추위를 정량적으로 나타낸 온도를 의미한다. 습할 때가 건조할 때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해보면 쉬운 개념인데, 통상적으로 습도가 10% 증가할 때 마다 체감온도는 1'C씩 상승한다고 알려져 있다. 체감온도가 오르면 그만큼 온열질환의 위험도 증가하게 된다.

온열질환자 전년 대비 80.2% 증가

전국의 약 500개의 응급의료기관에서 운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의하면 2023년에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2818명(사망 32명)으로 전년(온열질환자 1564명, 사망 9명)과 대비하여 약 8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발생장소는 실외 작업장이 913명(32.4%)으로 가장 많았다. 농부, 미화원, 건설 현장 노동자 등 실외 작업자들에서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의 체온은 활동 대사량에 비례해 증가하기 때문에 덥고 습한 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온열질환 발생의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노동자들이 입는 작업복은 대부분 습기 투과성이 낮고 단열의 특성을 가진 경우가 많기에 정상적인 열 발산을 억제하여 체온을 높이기 쉽다.

우리 몸의 체온은 외부 온도와 관계없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메커니즘이 존재하며, 이를 담당하는 기관을 '체온조절중추'라고 부른다. 그러나 체온조절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장시간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거나, 지나치게 더운 장소에 오랫동안 있으면 체온조절중추의 기능을 상실하여 우리 몸의 온도가 40℃ 이상으로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데, 이러한 질환을 '열사병'이라고 한다.

열사병은 발생하기 직전에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점차 의식이 저하된다. 이 때 적절히 조치하지 못할 경우에 사망률이 80% 이상에 달한다. 혹시라도 주변에 이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을 발견하면, 119에 신고하고 최대한 빨리 체온을 내려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선 증발 현상을 유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의복을 제거하고 피부에 물을 뿌려주고 선풍기를 쐬어 주거나, 큰 혈관이 지나가는 서혜부, 목, 겨드랑이 부분에 아이스팩을 붙여 주는 것이 좋다. 

그 외에도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열탈진, 열경련, 열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린 후에 염분과 수분을 적절하게 보충하지 못했을 경우에 발생한다. 고온작업장에서 중노동에 종사하는 미숙련자에게 많이 발생하며, 심한 갈증, 구역, 피로, 두통,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체온은 상승하나 38.9℃를 넘는 경우는 드물다. 치료는 환자를 시원하고 그늘진 곳으로 옮겨 휴식을 취하게 하고, 수분과 염분을 보충하는 것이다.

열경련은 땀을 많이 흘린 후에 물만 많이 마시면서 염분이 부족한 경우에 발생한다. 증상은 주로 작업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근육에 1~3분 정도의 반복적인 경련이 오며, 근육통을 호소하게 된다. 경련이 오는 근육은 당구공 같이 단단하고 돌덩이처럼 느껴진다.

치료는 환자를 시원한 곳에 눕히고 염분을 섭취하게 하는 것이다. 열 실신은 열로 인해 피부 혈관이 확장되면서 대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갑자기 일어나거나 오래 서 있을 때 일시적인 의식 소실이 일어나는 상태이다. 심한 신체적인 작업 후 2시간 이내에 나타날 수 있고, 이 또한 발생시 휴식을 취하고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이 핵심이다.

휴식, 그늘, 수분 섭취가 중요해요

그럼 이러한 급성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휴식', '그늘', '수분 섭취'로 요약해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휴식이다. 이에 고용노동부에선 폭염주의보일 경우 1시간에 10분, 특보일 경우에 15분 이상 쉬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무더운 시간대(오후 2시~오후 5시)의 옥외작업을 피해야 하며,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해당 시간대에는 업무량과 속도를 줄이고, 신체 부담이 덜한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둘째, 옥외작업자를 위한 그늘도 제공돼야 한다. 그늘은 태양복사열을 막고 바닥 표면이 빛을 반사하면서 내뿜는 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늘은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와 멀지 않아야 하고, 시원한 바람이 통할 수 있어야 하며 필요시 이동식 에어컨 등 국소 냉방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그늘 내에 체온을 낮출 수 있는 쿨링 패드, 아이스팩 등을 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셋째, 적절한 수분 보충도 매우 중요하다. 단, 커피, 녹차 등과 같이 이뇨작용이 있는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개인이 온열질환의 발생 우려를 느끼는 경우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해야 한다. 우리 몸은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되는 경우 생리적인 적응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를 고온 순화(acclimatization)이라고 한다. 고온에 완전히 순화되는 기간은 고온에 노출된 지 4~7일부터 시작해 12~14일에 완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기간은 개인의 감수성, 고온의 정도와 노출기간, 개인의 탈수상태와 염분섭취량 등에 따라 다르다. 이렇듯 고온순화의 정도는 개인의 감수성 및 근무 기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환경에 노출되어도 개개인에게 미치는 건강영향은 상이할 수 밖에 없다. 근무 도중 구역, 어지러움, 탈진 등의 관련 증상이 발생할 경우 그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그늘에서 쉴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 

사실 이밖에도 기후변화는 온열질환을 넘어서 우리 몸에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중앙아메리카 지역의 젊은 농부에서 발생하는 만성신부전증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통상적으로 만성신부전은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이 지역에는 20~30대 청년층, 주로 남성 야외 노동자에게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후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해당 지역의 농민들은 고온에 노출되기 쉽고, 과하게 땀을 흘리면서 만성적인 탈수에 시달리게 되어 체액이 끈적하면서 신장 세포에 무리가 와서 발생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장이 고온에 의해 매일 미세한 손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그 외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혈전이 생길 위험이 증가하여 뇌졸중, 심근경색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숨을 헐떡거리면서 호흡기 질환의 악화 위험 또한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폭염기간 동안 심혈관계질환, 호흡기질환으로 인해 응급실에 내원할 위험이 증가한다고 한다. 더위에 오래 노출되는 경우에 반응속도가 떨어져 사고의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폭염시기엔 사고의 발생 위험이 약 17% 정도 상승한다고 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 기온은 평년보다 증가하거나 비슷한 추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기에 올해도 온열질환에 대한 적절한 대비 없이는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수의 노동자들이 이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것이다. 온열질환은 기본적인 수칙만 준수해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예방할 수 있는 질환으로 인한 비보가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다가오는 '기후재앙' 또한 예방할 수 있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참고 : 고용노동부 <온열 질환 예방 가이드> 상 체감온도에 따른 폭염 단계별 대응 요령

*주의 - 폭염주의보 (체감온도 33'C 이상)
•    매시간 10분씩 그늘(휴식공간)에서 휴식 제공
•    온열 질환 민감군(당뇨, 고혈압 등 유질환자 / 온열질환 과거 질환자 / 고령자 / 폭염 노출작업 신규배치자), 작업 강도가 높은 작업자에게는 휴식시간 추가 제공
•    무더위 시간대(14~17시)에는 옥외작업 단축 또는 작업시간대 조정

*경고 - 폭염경보 (체감온도 35'C 이상)
•    매시간 15분씩 그늘(휴식공간)에서 휴식 제공
•    온열질환 민감군, 작업강도가 높은 작업자에게는 휴식시간 추가 배정
•    무더위 시간대(14~17시)에는 옥외작업 단축 또는 작업시간대 조정, 불가피한 옥외작업시 휴식시간 충분히 부여
•    업무담당자를 지정하여 근로자의 건강상태 확인

*위험 - 폭염경보 (체감온도 38'C 이상)
•    매시간 15분씩 그늘(휴식공간)에서 휴식 제공
•    작업강도가 높은 작업자에게는 휴식시간 추가 배정
•    무더위 시간대(14~17시)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긴급조치 작업 외 옥외작업 중지. 긴급작업을 할 경우에는 휴식시간 충분히 부여
•    열사병 등 온열질환 민감군에 대하여 옥외작업 제한
•    업무담당자를 지정하여 근로자의 건강상태 확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지훈씨는 향남공감의원 원장(직업환경의학전문의)입니다.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송지훈#공감의원#온열질환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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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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