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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6일 오전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조 등으로 구성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4일 발생한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26일 오전 민주노총, 이주노동자노조 등으로 구성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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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소재 일차 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베터리 폭발 화재로 23명이 사망하고 8명(중상 2명 경상 6명)이 다치는 등 총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이미 CCTV 영상자료가 확보되어 언론들의 보도대로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경기도는 사고수습 및 비탄과 절망에 빠져있는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기도청 노동국의 현업에 종사하는 필자는 이번 화재참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고용형태 문제다. 노동계(대책위 등)는 아리셀 전지 업체는 직접생산공정 제조업무라서 '파견근로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일명 파견법)'에 의해 파견이 금지된 사업장으므로 '불법파견'을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럴땐 사업주들은 '합법도급'을 주장하곤 한다. '산업단지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 공동성명(7/5)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단지는 1300개가 넘고 고용인원은 23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은 아리셀 참사 사상자 31명 중 21명, 그 중에서도 사망자 23명 중 20명이 아리셀 소속이 아니라 파견업체인 '메이셀 소속'이었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아리셀 업체는 인력파견 용역업체를 통해 일용직 노동자를 채용하여 주로 포장업무 등 단순업무에 투입해왔다. 알다시피 건설현장에서 좀처럼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주로 일용직 형태의 고용구조 때문이다.

상용직이 아나라서 해당 비상출입문 등 사업장 구조를 잘 모르니 위급한 상황시 곧바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또한 갑을관계 고용 구조상 자신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사업주에게 요구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더군다나 힘없는 이주노동자들이라면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52조에 명시된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은 그림의 떡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반영 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및 노사협의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대행업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위험성 평가 제도

둘째,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 문제다. 산안법 제36조에는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ㆍ기구ㆍ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근로자의 작업행동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유해ㆍ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부상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를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중소사업장들은 이 위험성 평가 제도가 서류대행 업체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고 있다는 노동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하여 실질적인 위험성평가 이행을 할 수 있는지 사진 및 영상기록을 반드시 남기도록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정안전보고서(법44조) 작성 및 보고가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또한 서류상으로만 존재 해 왔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전국의 중소형 많은 사업장들이 비슷한 상황이다.

그리고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유해한 작업의 도급금지 항목 '확대'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는 수은, 납 또는 카드늄을 제련하거나 주입, 가공 및 가열하는 등 일부 사업에만 '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지금도 경영계는 계속해서 화학물질관리법 '규제완화'를 주장해 오고 있다.

셋째, 화재에 취약한 건축물 구조와 제품포장제 문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장형 건축물들은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이다. 드라이비트 공법(Exterior Insulation Finishing System)에 의해 유독성 유기질 스티로폼 소재가 들어가 있어 화재 발생시 화재진압도 쉽지 않고 유독성 연기에 의해 집단사망이 많이 발생한다. 심지어 대형 물류창고들은 우레탄폼 시공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건축법 개정으로 난연성이 첨가된 준불연재 성분이 많이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노후 건축물에는 개선이 안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건축물에도 정부의 에너지효율화 정책에 의해 이러한 유독성 유기질 단열재들이 엄청나게 내외장재로 들어가고 있다. '글라스올이나 미네랄울' 같은 불연재 건축자재들은 효율성 부족과 비용을 이유로 외면 당하고 있다.

아울러 아리셀 화재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베터리 제품 포장재의 불연재 도입이 필요하다. 최소한 급격한 2~3차 화재로 확산되는 재해를 막기 위함이다. 오래전부터 다른 사업장들에서도 베터리 폭발화재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때 구체적인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지금이 고용노동부 '안전대진단' 기간이라고 하지만 또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었다.

언제까지 권한 없는 지자체 탓만 할 것인가?

넷째, 중앙정부의 위험물질사업장 관리 등 감독권에 대한 지자체 공유 문제다. 경기도는 오래전부터 근로감독 권한 지자체 '공유'를 건의해 오고 있다. 현재 유해화학물질 관리 권한은 환경부에 있고 근로감독 권한은 고용노동부에 있다. 전국에 수많은 유험물질 사업장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한다면 수만명의 공무원들을 신규 채용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여 인허가 권한이 있는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다면 이러한 참사들은 계속 될 수 밖에 없다.

중앙 정부는 감독에 대한 '통일성'만 확보해 주면된다. 참사가 발생 할 때마다 언제까지 권한없는 지자체 탓만 하고 있을 것인가? 흑묘백묘(黑猫白猫) 즉, 검은 고양이든 흰색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지 않겠는가? 심지어 인구 1400만 경기도에는 '지방노동청'도 없다. 다행히 경기도에서는 몇 년 전부터 '노동안전지킴이'를 육성하여 건설업 현장 중심으로 중대재해 예방 활동을 하고 있으나 제조업 사업장 예방활동은 법적 강제성이 없어 더딘 상황이다.  
 박종국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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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대책들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위험하고 힘든 업종에 투입돼 있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른바 '위험의 이주화'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문화환경 및 복잡한 산업현장 구조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고 관련법률 및 규정들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 설령 조금은 안다고 해도 비노조원이 대부분이므로 갑을 관계상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 할 수도 없다. 하여 이들의 모국어에 맞는 안전메뉴얼 및 사업주 인식교육 등 체계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인력 파견업체 및 직업소개소 사업주들에 대한 노동법 및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운명을 달리하신 노동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박종국은 경기도노동정책전문관입니다.


#아리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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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20년간의 안전보건 활동 및 일자리산업정책 등 경험을 살려 취약계층 귄익보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 전)경기도청 노동권익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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