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위가 9일 기자회견을 열고 화성시가 피해자 유가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화성시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9일 오전 11시 화성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화성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피해자에 대한 화성시의 권리침해가 심각하다"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화성시청이 유가족을 상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거나, 유가족들로 구성된 피해자가족대표나 대책회의와 소통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는 추모하고 애도할 권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정 봉안을 거부하거나 추모글을 훼손해 유가족에게 큰 심리적 상처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화성시청이 장례를 조기에 집행하라는 압박으로 느껴질 만한 행위를 유가족에게 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화성시청 공무원들이 '장례와 합의는 별개니 장례를 먼저 치를 사람은 장례를 치러도 된다. 개별적으로 장례비를 신청하라'고 말하며 장례를 유도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와 화성시청이 밝힌 유가족 중 직계존비속과 친인척에 대한 차등지원도 장례를 조기에 지원하는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현재 화성시청은 "친인척은 7월 10일까지, 직계존비속은 7월 31일까지만 숙식 지원을 한 뒤 종료한다"고 유가족에 통보한 상태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는 "이번 참사 피해자 중 상당수인 중국인(교포)들은 상대적으로 친척간 유대가 깊은 문화적인 특성을 가진다"며 "특히 중국에 비해 물가가 높은 한국에서 지내야 하는 유족의 특수성도 있는 만큼 시는 유족의 특성과 취약성을 고려해 이번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유족에 대한 숙식 제공을 유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경제적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원이 끊기면 체류비 부담 때문에 조기에 장례를 치르고 귀국해야 한다"며 "사실상 장례를 조기에 치르고 떠나라는 말로 들린다"고 주장했다.
화성시에 따르면 현재 지원을 받고 있는 피해자 가족은 23가족, 128명가량이다. 시는 이들 친인척을 포함한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는 데 있어 법률과 행정안전부 지침에 의거, 지원 근거가 부족해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재해구호법상 '유족'은 '사망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로 규정돼 있어 이외 친인척이나 지인 등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또 행안부 재해구호기금 집행 지침에는 유족(또는 이재민)에게 지정된 임시 주거시설 설치나 사용이 어려운 경우 숙박시설을 지원할 수 있고, 이 경우 7일간 지원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어 일정 시기가 지나면 지원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숙식에 대해선 7일 지원이 원칙이나 화성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재대본) 심의를 통해 연장해 친인척 등은 오는 10일까지, 유족은 31일까지로 지원 만료 시점을 정했다"며 "유족과 친인척에 대한 지원 비용은 추후 사측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할 사안인데 규정을 넘어 계속해 지원하기엔 문제 소지가 있어 불가피하게 이같이 조치했다"고 말했다.
"재난피해자는 지원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 인권가이드라인 지켜야"
화성시의 해명에 대해 유가족과 시민인권단체는 재난피해자는 지원대상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재난 피해자가 수동적인 지원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시혜나 박애가 아닌 재난피해자의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재난 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인권가이드라인'을 권고했다"면서 이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또 "재난 피해자는 재난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고, 서로 연대할수 있다"며 "화성시는 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중대재해참사대책위를 인정하고 소통해 달라"고 요청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