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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어난 나라도, 소속한 올림픽 국가 위원회도 다른 36명의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뤘다. 바로 난민이라는 이름 아래.
 태어난 나라도, 소속한 올림픽 국가 위원회도 다른 36명의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뤘다. 바로 난민이라는 이름 아래.
ⓒ 파리 올림픽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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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나라도, 소속한 올림픽 국가 위원회도 다른 36명의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뤘다. 바로 난민이라는 이름 아래.

"올림픽에서의 경쟁은 개인이나 팀의 경쟁이지 국가간의 경쟁이 아니다"라는 올림픽 헌장의 의미를 담은 난민 올림픽 선수단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다. 이번에 36명이라는 역대 최대의 선수단을 꾸린 난민 선수단은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14개 종목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의해 공식적으로 난민 지위가 확인된 이들만이 난민 올림픽 선수단의 선수로 등록할 수 있다. 선수단 구성은 선수들의 해당 종목 성적, 출신 국가, 스포츠와 성별의 균형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준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진행된다.

이번 난민 선수단의 출신 국가는 총 11개국. 이란 출신 선수가 14명으로 가장 많고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출신 선수가 각각 5명으로 두 번째로 많다. 에티오피아·수단·에리트레아·쿠바 출신 선수는 각각 2명, 베네수엘라·콩고공화국·남수단·카메룬 출신 선수는 각각 1명이다.

36명 선수들 모두 각자의 애틋하고 감동적인 사연들이 있다. 지면의 한계로 그중 세 명의 선수만 소개해보고자 한다.

살해 위협도, 탈레반도 막을 수 없는 춤을 향한 열정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유튜브 영상에 나온 마니자 탈라쉬(Manizha TALASH) 선수의 모습.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유튜브 영상에 나온 마니자 탈라쉬(Manizha TALASH) 선수의 모습.
ⓒ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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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리 올림픽은 총 47개 종목으로 구성된다. 올해 처음으로 추가된 종목은 브레이킹, 스케이트보딩, 스포츠 클라이밍, 서핑 등 4개다. 해당 종목들 중에도 도전장을 내미는 난민 선수단 선수가 있다. 바로 브레이킹 종목의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마니자 탈라쉬 선수다.

흔히 '비보이'라 불리는 춤사위를 떠올리면 되는 브레이킹은 2018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청소년하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후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번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탈라쉬 선수는 128년의 근대올림픽 역사상 처음 생긴 브레이킹 종목에 난민 선수단 대표로 나섰다. 지난 2021년 1월, 로이터통신은 탈라쉬 선수를 두고 "자국을 대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탈라쉬 선수는 로이터통신에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며 "살해 위협도 받았지만 춤을 계속 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탈레반이 돌아올 가능성과 그에 따라 브레이크댄스를 계속 연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속상한 마음이 크다"면서도 "나는 다른 여성들의 롤모델이자 꿈을 이룬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탈라쉬 선수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탈레반은 결국 그해 8월, 수도 카불을 점령하며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파리 올림픽 공식 누리집은 살해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스페인으로 향한 탈라쉬 선수가 "점차 훈련에 복귀"했고 "매일 열심히 훈련하며 난민 선수단의 일원으로 무대 위에 서길 고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난민캠프에서 배운 태권도... 7남매 중 첫째 "금메달 따겠다"
 
 시리아 출신의 에흐야 알고타니 선수(Yahya AL GHOTANY).
 시리아 출신의 에흐야 알고타니 선수(Yahya AL GHOTANY).
ⓒ 파리올림픽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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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이 종주국인 종목, 태권도에 출전한 선수들도 다섯이나 된다. 이 중 시리아 출신의 에흐야 알고타니 선수는 7남매 중 첫째다. 8살 때 시리아에서 요르단의 아즈락 난민 캠프로 넘어가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권도인도주의재단(THF)이 운영하는 태권도 수업을 들었다. 친구를 따라 우연히 들었던 수업이 그를 태권도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지난 2023년,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태권도는 나와 친구들, 다른 아이들의 삶을 크게 바꿨다"며 "나는 태권도를 통해 세상과 만났다"고 한 알고타니 선수는 "파리로 가는 기회를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전부를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말로 전부를 쏟은 덕분일까. 알고타니 선수는 이번 파리 올림픽에 난민 선수단 대표로 뽑혔다. 2024년 5월, <코리아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알고타니 선수는 2016 리우 하계올림픽의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아흐마드 아부가우쉬 선수를 가르친 파리스 알 아사프 코치의 지도 아래 요르단 태권도 국가대표단과 함께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2016년 아부가우쉬 선수의 금메달은 당시 기준 요르단의 올림픽 출전 역사상 첫 금메달이었다. 태권도는 단숨에 요르단의 '국기'로 격상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사촌동생인 라시드 빈 하산 왕자가 요르단 태권도협회장을 맡을 정도였다. 왕가의 든든한 재정 지원에 힘입은 요르단 태권도 국가대표단과 함께 훈련한 알고타니 선수는 <코리아타임스>에 "금메달을 따는 것이 이번 올림픽의 목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시아·아프리카 아닌 유일한 타 대륙 출신... 여동생과 난민을 위해
 
 난민 선수단 선수중 유일하게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 아닌 선수가 있다. 사격 종목에 나선 남아메리카 대륙의 베네수엘라 출신인 프란시스코 에디요 센테노 니베스 선수다.
 난민 선수단 선수중 유일하게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 아닌 선수가 있다. 사격 종목에 나선 남아메리카 대륙의 베네수엘라 출신인 프란시스코 에디요 센테노 니베스 선수다.
ⓒ 파리올림픽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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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선수단 선수 중 유일하게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 출신이 아닌 인물이 있다. 사격 종목에 나선 남아메리카 대륙의 베네수엘라 출신 프란시스코 에디요 센테노 니베스 선수다.

베네수엘라에서 올림픽 사격 선수 지망생들을 지도하면서도 베네수엘라 사격 선수 랭킹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실력자인 그는 지난 2019년, 아메리카 대륙 국가들의 스포츠 경기 대회인 팬아메리칸 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을 위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극도로 부족하다고 비판한 뒤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같은 사격 선수인 여동생과 함께 난민 선수단에 뽑히기 위해 불편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끝에 선수단에 선발됐다. 비록 여동생은 탈락했지만, 수백만 명의 남아메리카 출신 난민들을 대표하는 그는 "내 목적은 승리이자 메달"이라고 국제 사격 연맹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한편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난민 선수단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던 리우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의 난민 선수단과 달리 처음으로 중앙에 하트를 둔 자체 엠블럼 깃발을 들고 입장한다. 유니폼에도 오륜기 대신 해당 엠블럼이 부착된다.
 한편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난민 선수단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던 리우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의 난민 선수단과 달리 처음으로 중앙에 하트를 둔 자체 엠블럼 깃발을 들고 입장한다. 유니폼에도 오륜기 대신 해당 엠블럼이 부착된다.
ⓒ 난민 올림픽 선수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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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리우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의 난민 선수단은 국기 대신 오륜기를 들고 입장했다. 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 난민 선수단은 처음으로 중앙에 하트를 둔 자체 엠블럼 깃발을 들고 입장한다. 유니폼에도 오륜기 대신 해당 엠블럼이 부착된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세계 난민 인구는 1억 1730만 명으로 일본 인구에 필적한다. 1억 명이 넘는 이들을 대표하기 위해 국기 대신 자신들을 위한 엠블럼을 가슴에 달고 메달을 향해 질주하는 난민 선수단의 도전에 눈길이 간다.

#난민#난민올림픽선수단#파리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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