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매년 여름이면 가장 덥게 일하고, 고생하는 직종 중 하나가 학교 급식 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불 써서 요리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학생들 밥 굶길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어쩔 수 없는 일'로 무시되기도 한다.

지난 5월 23일 기상청이 올 해 6월~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라는 예보를 내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당국의 대책을 요구했다. 정경숙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을 6월 25일 만났다.

- 급식실이 덥다는 게 많이 알려져 있긴 한데, 일할 때 어땠나?

"바깥 기온이 35~37도라고 하면, 급식실 내는 50도, 60도로 느껴진다. 아침에 전처리 끝나고 가스불을 켜는 순간 체감 온도는 40도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용량 솥에서 나물 삶고 국 끓이는 일이 동시에 돌아가는데다, 튀김까지 시작하면 체감온도가 60도로 느껴지는 거다.

냉방기를 틀어도 그 열기를 다 순환시키기에 역부족이다. 일하면서 땀이 너무 많이 나고 힘들면 냉방기 앞에서 잠깐 땀 식히는 수준이다. 나도 급식실에서 일할 때 온열질환 겪은 적 있다. 계속 서서 전을 부치다가 핑 돌면서 어지러워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급식실에 이온음료를 구비해 놓지도 않았고, 얼음물도 없어서 그냥 찬물 마시면서 일했다. 얼음조차 각얼음이 없어서, 전날 퇴근 전에 대접에 물 받아서 얼려놓고, 거기에 물 부어서 종일 나눠 마셔가며 일하기도 했다."

- 조리 중에는 전과 튀김이 가장 힘든가? 볶음도 힘들 것 같은데.

"물론 대형 솥에 수백인 분의 볶음 재료 넣고, 조리삽으로 섞는 일도 정말 힘들다. 하지만, 볶음 조리가 대략 100도 정도에서 이루어진다면, 튀김은 180도 이상 고온 기름으로 조리하게 되니 일단 온도 자체가 다르다. 그리고 볶음은 다량을 한번 혹은 두 번에 나눠서 볶아 나간다면, 튀김이랑 전은 낱개로 튀겨내고 부쳐내야 한다. 전이나 튀김 담당은 3시간 이상 계속 불 바로 앞에 서서 작업해야 한다. 노출 시간도 다른 것이다."

- 올 해 폭염 대응이 빨랐던 것 같다.

"이제 교육부의 급식 기본방향에서도 6~9월이 혹서기이니 튀김이나 전 메뉴를 주 1회로 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노동부도 5월부터 폭염 대책을 내놓고 있다. 벌써 6월이 이렇게 덥지 않나. 다행히 기자회견을 하니까, 각 교육청에서도 온열질환 예방법 등을 안내하고 준비에 들어간 것 같다. 온열질환 예방법은 1시간에 10분씩 쉬게 해라, 물이나 이온음료 충분히 마셔라 등이다. 하지만 지금 나오는 정책이 학교 급식실에 잘 맞지는 않는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5월 전국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당국의 대책을 요구했다. 5월 30일 열린 충북지부 기자회견.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5월 전국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당국의 대책을 요구했다. 5월 30일 열린 충북지부 기자회견.
ⓒ 교육공무직본부

관련사진보기

 
- 정책이 학교 급식실 현장과 맞지 않다는 것은 어떤 점인가?

"예를 들어, 우리가 실효성 있다고 생각하는 조치로 메뉴 조정이 있다.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튀김이나 전은 주 1회. 가능하면 오븐 사용'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이건 가이드일 뿐 강제적인 것이 아니라서, 현장에서 안 지켜진다. 볶음 메뉴가 있고, 오븐을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메뉴 제한이 급식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자율'이라는 미명 하에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또 지침에선 35도 이상이면 작업 중지해도 된다는데, 그렇게 치면 학교 급식실은 6-9월은 운영을 안 해야 한다. 급식실 내 기온이 35도 이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질적이지가 않다. 튀김하다가 1시간에 10분을 쉴 수 있으려면 인력이 더 많아서 돌아가면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영동중학교에서 난리난 것처럼, 아주 기본적인 인력조차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니 쉬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인력 배치 기준을 바꿔서 노동강도를 낮추는 것이 폭염 대책 중에서도 제일 중요하다."

- 인력 확충의 경우, 교육청에서도 '하려고 해도 지원자가 너무 없다'고 아우성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일하러 오셨던 분들이 하루 이틀만 일 해보면, '내가 이 월급 받으면서 이 일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떠나게 된다. 급식 노동이라는 것이 8시간 근무 중 휴식 시간은 30분도 채 안 되는 고강도 압축 노동이다. 신규들한테는 너무 힘든 일이다. 그런데 급여조차 높지가 않다. 방학에는 급여가 안 나오니, 급식노동이 메리트가 없다. 이보다 낮은 강도로 일하는 자리를 구해도 이 정도 급여는 쉽게 받을 수 있다.

작년 임금 교섭 때부터 이 얘기를 해왔다. 결원 문제는 결국 임금 문제다. 교육당국도 인정한 부분이다. 임금이 낮고 노동강도가 높아서 그만 두고, 사람이 그만둬서 결원이 생기니 노동강도는 더 높아진다. 악순환이다. 그럼 해결책은 임금을 높이고, 배치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여전히 근골격계 질환 문제가 너무 심각한데, 이보다 낮은 노동강도에 지금보다 높은 임금으로, 그나마 일이 힘들어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로 만들어야 한다.

교육청 등은 늘 예산 문제를 얘기하지만, 의지 문제라고 본다. 학교 운영비 중 일부를 용도를 바꿔서 쓸 수 있게 한다든지, 준비금 등으로 확보되어 있는 비용을 활용하는 등 방법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중장기적 대책이 확보되기 전에 할 수 있는 조치들은 무엇이 있나?

"지금 당장 일하다 쓰러지는 일을 막고 119 실려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더운 기간에는 간편식을 좀 더 활용한다든지, 반조리되어 있는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앞서 말한 튀김이나 전을 하더라도 오븐에서 할 수 있도록, 단순히 권장이 아니라 강한 규칙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요즘은 얼음정수기도 정말 잘 나오는데, 급식실에 잘 설치하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하면 좋겠다. 이미 식기나 수저 세척을 뜨거운 물로 하고 있는데 '이중 열탕'이라고 한번 더 열탕 소독하는 것도 안 해도 된다고 권고하고 있는데, 이를 고집하는 학교들도 있다. 조리흄 문제로 환기 개선되면서 아무래도 시원해졌다는 반응들이 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환기 개선을 차일피일 미루는 학교들도 많다. 이렇게 이미 나와 있는 간단한 여러 조치들만 제대로 이행되어도 한 시간 일하면서 잠깐 서거나 앉아서라도 음료 마시면서 숨 돌리며, 몸을 식힐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한노보연 후원 문의 : 02-324-8633


#급식노동자#폭염#인력충원#작업중지권
댓글1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모든 노동자의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안녕한 삶을 쟁취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