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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문화 행사 또는 활동을 심층적으로 담는다. 교육과 문화는 지역의 잠재력이자 지역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대변하는 분야다. 이에 주간함양은 함양 안에서의 수많은 교육·문화 활동이 독자들에게 생생하고 매번 신선하게 체감될 수 있도록 '교육·문화 포커스' 코너를 마련했다. 매월 둘째 주, 셋째 주 교육·문화 현장에 한걸음 더 들어가 담아낸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하고자 한다. [기자말]
 금반초 아이들의 환경보호 활동
 금반초 아이들의 환경보호 활동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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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경남 지역 초등학교 입학생 수는 2만4000여 명이다. 2022년 3만 명대가 무너진데 이어 2만5000명 밑으로 뚝 떨어졌다. 이 추세대로 가면 2030년대에는 입학생 0명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들도 여기저기 나오고 있는 상황.

지난해 대비 6% 감소한 함양군 또한 입학생이 줄어드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상이 지속될수록 큰 위협을 받는 곳은 농어촌의 작은 학교들일 테다. 

이러한 가운데 특화된 교육으로 지역의 기대를 한층 모으고 있는 작은 학교가 있다.

올해 벌써 3명이 전학을 왔고 계속 전학을 위한 상담과 약속이 이어지고 있는 금반초등학교. 희망의 불씨를 만들고 있는 금반초를 방문해 백종필 교장과 특화교육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농어촌의 작은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았다. 인터뷰는 7월 9일 오전 금반초 교장실에서 진행됐다.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수업
 
 금반초등학교 백종필 교장 인터뷰
 금반초등학교 백종필 교장 인터뷰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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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사랑받으며 존재감있게 자라야 한다.'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예고하고 있는 금반초의 슬로건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금반초에서는 전국 유일 '존재감 향상 교육'이 이뤄진다.

존재감 향상 교육의 줄기인 마음역량·관계역량·표현역량 함양은 학교 모든 수업의 전제조건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교직원들의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누구하나 빠짐없이 모든 아이들이 그 대상인 만큼 최대한 밀착하는 방식으로 다양한 방안들을 고민해야 하는데 현재 교직원이 학생수보다 많은 금반초의 상황은 오히려 학생수가 많은 도시권의 학교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물리적 환경을 갖고 있다. 즉 관심이 생명인 이제 막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을 수 있다는 것.

금반초는 아이들이 사랑받으며 존재감 있게 자라도록 모든 교원이 수업 시간에는 다른 일이나 행정업무를 일절 보지 않고 오롯이 아이 곁에서 아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는 데 전념하는 여건을 계속해서 조성해나가고 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는 아이들 지도에 전념하고 연간 교육활동을 미리 알고 계획성 있게 전개할 수 있도록 연간 교육활동에 필요한 모든 계획을 2월까지 미리 세워 신학기에 일괄 결재를 받아 사용하는 '금반사계교육활동 지원 계획'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교무지원팀의 역할을 확대해 관리자까지 함께하며 교직원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저는 작은 학교를 항상 텃밭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 텃밭에서 자라나는 채소는 아이들이라 볼 수 있죠. 텃밭의 채소는 농장과는 다르게 주인의 관심과 손길을 받아 자라지 않습니까? 그래서 더 싱싱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법이죠. 저는 지난해 금반초에 오면서 아이들이 텃밭의 채소처럼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으며 건강하고 존재감있게 자라는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연과 그리고 지역과 상생하는 학교
 
 찾아가는 멸종위기종 보전교육
 찾아가는 멸종위기종 보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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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향상 교육은 생태환경교육과 결합되면서 극대화된다. 자연 속에서 자연을 닮아가는 자연친화적 교육을 통해 생태감수성을 기르고 동시에 자신이라는 존재가 주변 자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또 그에 대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하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러한 교육을 진행하는 데 있어 지리산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는 함양군은 최고의 교육장소다.

그동안 금반초는 주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전교생 까치봉 등산, 금반교육가족 지리산 등반대회, 멸종위기종 1급 어류 꼬치동자개 방류 복원 참여, 과학탐구, 환경프로젝트 발표대회 참가 등 도시에서는 쉽게 누릴 수 없는 지역 특화 교육을 마음껏 누려왔다. 최근에는 산양 4마리를 들여 아이들과 함께 키우고 있다. 산양에 대한 아이들의 애정은 각별하다고 한다.

"산양이 들어온 뒤로 아이들이 과자봉지 하나 쉽게 버리지 않습니다. 버린 쓰레기들을 혹시나 산양이 먹고 큰일은 나지 않을까 하면서요. 풀 한 포기를 주더라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면서 지극한 정성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사람을 넘어 동물에 대한 배려도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이 교육과정은 아이들과 지역 어르신들과의 호흡으로도 이어진다. 자연에 얽힌 이야기와 문화, 그밖에 지역의 다양한 정보들을 오랜 기간 거주해온 지역민을 통해 생생하게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따로 전문가를 초빙할 필요도 없다. 이는 곧 세대 간의 호흡을 넘어 아이들에게 지역에 대한 애착심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백종필 교장의 고향은 진주이지만 지난해 금반초 교장으로 부임하고 휴천향토문화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역 네트워크를 넓혀왔다. 이 바탕이 지역민들과 아이들이 더불어 함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학교는 지역과 함께 호흡하는 생명체죠. 근데 교장으로서 지역을 잘 모른다고 하면 같이 호흡할 수 없는 것이죠. 지역민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성장해야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해요"
 
 금반초 출판기념사진
 금반초 출판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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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향상 교육과 함께 특화교육으로 조명 받고 있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 프로그램' 방법을 적용해 실시하는 교육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에서 개발 운영 중인 국제 인증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과거 주입식 교육과는 달리 지식을 기반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다.

IB교육 프로그램 적용을 통한 수업의 산출물로 전교생이 매년 책을 출판하고 있다. 이른바 전교생 1인 1출판 교육과정이다. 아이들이 진로와 생활 관심사 탐구 등을 거치고 그림일기, 만화, 소설, 시, 화보 등 다양한 장르로 출판하면서 결과물을 직접 만들어내는 경험을 제공한다. 특별한 점은 출판 수익 모두 개인 장학금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동기부여도 제공한다. 지난 6월에는 전교생 17명이 직접 글 쓰고 그린 책이 한달동안 경남교육청에 전시되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출판의 경험을 가진다는 것은 무척 의미가 있는 교육 활동입니다.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사고가 더 확장되고 꿈이 더 큰 아이들을 길러낼 수 있는 배경이 되는 것이죠."

이밖에도 IB교육을 기반으로 과학수업을 특화하여 지난 7월초 경남과학교육원에서 진행하는 과학전람회에 참여해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들이 준비한 프로젝트를 직접 발표하는 경험을 가지기도 했고, 환경프로젝트 발표대회 참가도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 교육 따라가는 것 도태의 지름길"
 
 경남과학전람회에 참가한 아이들
 경남과학전람회에 참가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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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금반초는 어느 학교에서나 똑같이 하는 교육이 아닌 어느 학교에서도 하지 않는 특화된 다양한 교육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

"농어촌의 작은학교가 소멸되는 이유는 학령 인구감소의 영향도 있지만 차별화되고 특화된 교육을 하지 않은 영향이 더욱 큽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내 곁에 있는 작은 학교를 신뢰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농어촌의 학교가 수도권 교육을 따라가는 것은 도태의 지름길입니다.

차별화된 교육과 더불어 수도권 아이들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우리 지역만의 자원을 적극 활용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야만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것이죠. 우리의 본질을 놔두고 다른 것에 치중하면 스스로를 점점 잃게 됩니다. 이것이 전제돼야만 작은 학교에 가능성과 희망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죠."


끝으로 백종필 교장은 금반초의 특화교육을 좀 더 활성화시켜 농어촌의 작은 학교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작은 학교가 옛날과는 정말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미래에 아이들이 살아나가는 데 있어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며 만들어나가는 역량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그 역량을 기르는 데 있어 큰 학교보다 작은 학교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사랑받으며 존재감 있게 자라야 한다'는 교육 철학이 작은 학교가 아이들과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받고 우리 지역 함양을 살리는 계기가 되도록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교육#존재감향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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