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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퓨쳐'는 전문가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지속가능한 우리 사회를 위한 온라인 포럼'이 현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기 위해 '굿모닝 충청'과 '오마이뉴스'를 통해 우리 사회와 대화하는 창구입니다.[편집자말]
 서산시는 시간당 60mm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비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18일 오전 11시 기준 농경지 65ha가 침수됐다.
 서산시는 시간당 60mm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비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18일 오전 11시 기준 농경지 65ha가 침수됐다.
ⓒ 서산시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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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만의 폭우가 왔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홍수 피해와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2020년 여름에는 무려 54일 동안 폭우가 내려 500년에 한 번 올 만한 규모의 강우이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자연재해는 이상기후가 아니라, 이미 일상이 돼버렸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제는 기후 위기 시대에서 기후재난 시대로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태풍, 가뭄, 홍수, 이상저온, 냉해, 폭설 등이 최근 들어 빈도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커다란 자연재해가 매년 수차례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과 가격 파동이나 총선 당시 875원 대파 코미디(?)도 기후 위기 현상 중 하나입니다. 자연재해로 농업은 큰 피해를 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농업은 자연 기후적인 조건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농업경제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특성입니다.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인간의 생존을 위태롭게 합니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훼손이 재난을 불러옵니다. 기후 위기에 의한 자연 재난과, 신종 플루나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같은 세계적인 감염병도 이것 때문입니다. 코로나19에 이어 이제는 자연재해로 농민들은 생산 현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매년 받고 있습니다.

위기에 또 위기... 위협받는 우리의 삶

2007∼2008년 이상기후와 2010∼2011년 금융위기 시기에 발생했던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때, 곡물 수출국들의 수출 제한 때문에 세계적인 곡물 가격 폭등 사례를 경험했습니다. 이때 세계적인 곡물 생산 지역과 수출국가들이 흉년으로 수출을 제한했습니다.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무역 갈등, 글로벌 공급물류망 리스크, 각국의 식량안보 정책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과 농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농자재 원료와 사료의 대부분을 외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농업은 농자재와 사료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가 급등하고, 기후 위기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저율관세할당(TRQ)은 농산물시장의 완전 개방에 따라 국내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것인데, 정부는 소비자 물가안정을 빌미 삼아, 저율관세할당(TRQ)으로 무관세나 저관세로 무분별하게 농축산물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농산물가격 하락과 생산비 증가로 농가 경제는 날로 악화하고 있습니다.

연평균 농업소득은 1000만 원이 안 되고, 농촌의 소득불평등도 심각한 상태입니다. 사회적 약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농축산물이 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가중치)은 쌀 0.42%, 배추 0.13%, 사과 0.23%, 국산 쇠고기 0.86%, 돼지고기 0.98%, 닭고기 0.15% 등 1%에 미치지 못합니다. 반면에 전세 5.42%, 월세 4.49%, 휘발유 2.41%, 경유 1.63%, 휴대 전화료 2.98% 등입니다. 물가를 잡으려면 물가지수 가중치가 큰 품목에 정책이 집중돼야 합니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로 전락했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2021~2023년) 동안 우리나라 평균 식량자급률은 19.5%입니다. 세계 평균 식량자급률은 100.7%인데, 선진국은 일본을 제외하고 대체로 식량자급률이 높습니다. 호주는 식량자급률이 338.8%로 가장 높았고, 캐나다는 169.9%, 미국 122.4%, 중국 92.2%이었으며, 일본도 27.6%였습니다.

국민의 먹을거리를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는 것은 기후 위기, 세계적 감염병, 국제정세, 곡물 수출 제한 조치 등에 따라 식량 위기가 닥치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뀌어야 한다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가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농민의길(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소속 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기후재난 시대, 농민생존권 쟁취와 국가책임농정 실현을 위한 전국농민대회’가 지난 4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농민의길(가톨릭농민회,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소속 농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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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철학과 방향이 바뀌어야 합니다. 자본이나 산업 관점보다는, 사람이 우선시되는 농정철학이어야 합니다. 농업–농촌이 자연환경의 보전과 생태계의 안정화 등에 기여하는 패러다임의 전환 즉, 반인간적이고 반생태적인 자본 위주의 산업문명에서 생명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생태 문명의 관점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농업–농촌은 식량안보와 생물 다양성 등 환경생태 보전, 경관 보전, 전통문화의 계승 등 공익적·다원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농업–농촌의 유지를 위해서는 농민 생활 즉, 농가 경제의 안정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산물가격과 소득이 안정돼야 합니다.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농지의 보전입니다. 농지는 매년 1만6000ha(여의도 면적 270ha의 60배)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농지전용은 대개 산업단지, 주택단지, 도로, 철도, 공항 등을 위한 것입니다. 농지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농지투기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농지 소유와 이용 실태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농지법을 개정하여 농지의 소유와 이용에 관해 명확히 규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양곡관리법을 전면 개정해야 합니다. 식량작물인 쌀, 보리쌀, 밀, 콩, 옥수수 등 전체를 대상으로 자급률을 향상시킬 직접보상 방식의 종합적인 가격 및 소득 안정 대책이 포함돼야 합니다.

또 채소와 과일 등 청과물의 가격 안정을 위해 기준가격과 손실 가격 보전 등을 담은 농산물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개별 품목 대상이 아닌, 중요한 청과물을 묶음으로 한 가격 안정 대책이 필요합니다. 품목별 가격 안정 대책은 풍선효과 때문에 정책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상수가 돼버린 기후 위기에 따른 농업재난에 대한 농업 재해 보상법이 제정돼야 하고, 농업 재해 보험법도 개정돼야 합니다. 또 탄소중립에 대응해야 합니다. 경종–축산을 연계한 자원 순환형 농업을 추진해, 농축산 부산물을 폐기하지 않고 자원으로 활용하여 물질 균형과 양분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화학적 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물질순환의 원리에 따르는 친환경 농축산업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호씨는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굿모닝충청에도 실립니다.


#기후위기#농업위기#식량위기#생명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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