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양에도 지역의 경제를 크게 뒷받침하는 중·소 기업들이 많다. 이에 주간함양은 관내에 자리하는 여러 기업들을 직접 찾아가는 '우리기업 현장탐방' 고정 코너를 마련했다. 매월 넷째 주 관내 다양한 기업들의 현장을 소개하고 조명함으로써 지역의 전체적인 경제적인 흐름을 간접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 기자 말
길고 길었던 장마도 이제 끝을 보이면서 별빛 가득한 함양의 밤하늘을 다시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유독 함양에서는 별이 잘 보이는 곳이 많은데 읍내 삼휴마을도 그중 하나다. 이 삼휴마을에는 아름다운 별빛을 담아 장을 담그는 곳이 있다. 바로 김청희·박세원 모녀가 운영하는 '지리산별빛담은마을'이다.
낮에는 햇볕이 따사롭게 잘 드는, 밤에는 별빛이 내리는 곳에 자리 잡아 맛있는 장을 만들어내는 이곳을 지난 7월 16일 오후 방문했다. 김청희씨를 통해 지리산별빛담은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리산별빛담은마을에서는 청이된장, 청이고추장, 청이간장 등 청이 전통장류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옛 그대로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 전통방식을 고집하고, 건강한 한 끼를 전하고자 청정 지리산의 자연 그대로를 담아 만든다.
100%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해 만들어지는데 청이 장류에서 가장 중요한 콩은 예부터 콩 농사를 많이 지어 마을 이름도 '두(豆)산'인 두산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콩과, 해발 500고지 고랭지에 위치한 콩 밭에서 40년간 농사를 지은 어르신과 계약 재배한 콩을 사용한다.
천일염은 대한염업조합의 엄격한 소금 품질검사에 합격해 국내산임을 증명받은 3년 이상 간수를 뺀 신안 천일염을 사용한다.
또 지표면으로부터 120m 아래에 있는 깨끗한 지하 암반수를 사용하는데 정기적인 수질검사를 하고 있기에 더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
"콩은 저희 딸이 두산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콩과 귀농해서 농사를 하시는 분들의 콩을 매입하고 있어요. 최대한 관내에 있는 콩을 바탕으로 만들고자 고집하고 있답니다. 물도 남달라요. 지난 17년도에 이화여대 내과 병원에서 암 환자들을 위한 절인 배추 김장을 이곳에서 했습니다. 그전에 병원에서 토질 검사를 진행했는데 교수님께서 물의 상태가 너무 좋다고 자부심을 갖고 일하시라고 말씀하기도 하셨어요."
청이 장류는 이 우수한 재료들을 바탕으로 전통방식을 지키되 위생적인 현대화 시설에서 만들어진다.
콩을 삶고, 장을 만드는 과정까지는 가마솥, 볏짚, 전통 옹기 등 전통방식을 따르고 제품화하는 과정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위생적인 현대화 시설에서의 작업을 거친다. 청이 장류는 구수하고 깊은 맛을 위해 3년 이상 장독대에서 숙성된 장만을 전하고 있다. 식탁에 내놓기 부끄럽지 않은 전통장을 만들기 위해 항상 정성과 노력을 다하여 만들고 있는 청이 장류이다.
"경상대 발효 관련 학과 교수님이 저희 집을 몇 번 방문하신 적이 있는데 햇살이 잘 들고 청정한 바람이 부는 등 위치도 그렇고 주변 환경들이 장을 만드는 데 최적이라고 강조하신 바 있어요. 콩만 잘 선별한다면 정말 우수한 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씀을 하셔서 좋은 환경에 자부심을 갖고 부지런히 정성과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치유의 여정
김청희씨가 전통 장류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태어났을 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이 심했던 아들 때문이다. 함양으로 오게 된 것도 아토피 제로 공립형 보건학교인 금반초등학교에 아들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아토피가 심한 아들에게 건강식을 먹이기 위해 된장, 고추장도 직접 담갔는데 맛을 본 사람들의 인기를 얻어 제품으로 생산, 판매하게 됐다.
"우리 아이에게 늘 몸에 좋은 것만 먹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우리나라 전통발효식품인 장담는 법을 마을 어르신들에게 배우며 처음으로 직접 전통장류를 담그게 되었어요. 또 아들의 병을 낫게 하는 데 도움을 준 지역에 대한 책임감도 있었습니다. 당시 천사령 전 군수님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군수님께서 '함양에 된장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히신 적이 있어요. 그 두 계기로 설거지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제가 장을 담그기 시작했습니다."
지리산별빛담은마을에는 별빛부엌이 있다. 조리공간이 아닌 치유의 공간인 이곳에는 푸드 아트 테라피 등 치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김청희씨는 아들이 아픈 일도 있었고 함양에 머물면서도 여러 어려움이 많았다.
이러한 아픔들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만큼 좋은 치유는 없을 것이다. 좋은 음식이 함께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이에 음식을 통해 힐링과 치유와 성장을 경험하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 슬펐던 일, 좋은 일들을 공유하지 못하면 마음의 응어리가 생기거든요. 음식을 통해 무의식 속에 자신을 끄집어내고 이야기를 하고 다독여주고 하는 일을 여기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음식은 마음을 열고 자신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해 주는 약이에요."
별빛 아래 건강한 청이 장류를 생산,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별한 치유의 기회도 제공하는 지리산별빛담은마을이다. 김청희씨는 앞으로 전통장을 배우는 데 관심이 있어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각종 노하우를 직접 전수하며 돕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저도 마을 어르신들에게 배우며 성장해왔기에 우리 전통장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다면 적극 돕고 싶어요. 물론 배우는 과정에서 많은 실패도 겪어야 하지만 불필요한 실패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수를 하고 싶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김경민)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