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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공감연대 긴급토론회 '공영방송, 어디로 가나?' 토론회 진행을 맡은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시민단체 공감연대 긴급토론회 "공영방송, 어디로 가나?" 토론회 진행을 맡은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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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5시,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시민단체 공감연대가 주최한 긴급토론회 '공영방송, 어디로 가나?'가 진행됐다. 공감연대는 지난 3월 발족한 시민사회 원로들의 단체로 '공감민주주의'와 '숙의민주주의'를 지향한다. 

토론회의 사회는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 발제는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토론은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이 담당했다. 

KBS에 산적한 문제들
 
발제하는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KBS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발제하는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박상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이 KBS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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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발제에 나선 박상현 본부장은 KBS의 현재 상황과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 본부장은 지난해 3월 대통령실에서 수신료 분리고지 국민 제안을 시작한 이후 KBS에 대한 간섭이 본격화됐다고 주장했다. 박 본부장은 "수신료는 공영방송이 정치와 자본으로부터 독립하게 하는 공간이자 제도"라며 "KBS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졌는데 수신료를 정권이 흔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5월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 징수하도록 한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언급했다. 박 본부장은 "만약 수신료 분리징수가 이루어진다면 KBS의 수입이 약 2500억 원 줄어든다"며 "수신료 수입이 예년에 비해 37.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기준으로 KBS 재정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에 달했으며, 광고 수입의 감소로 인해 수신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신료에 관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KBS가 운영해 온 수신료 제도의 민낯 또한 드러났다"며 "전기가 들어가면 수수료가 부과되다 보니 (가축을 기르는) 축사에 수신료가 부과되는 상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KBS 내에서 저널리즘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신학림·김만배 녹취록 보도 등을 불공정 보도라며 사과한 것, 조수빈 전 아나운서를 <역사저널 그날>에 '낙하산 인사'하려 했던 것, 채 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를 방송사 가운데 유일하게 온라인 중계하지 않았던 것, 보도국장이 직접 영화 <건국전쟁>의 감독을 인터뷰해 보도하도록 유도한 것 등이 언급됐다. 

KBS의 인사 개편과 외부 콘텐츠 구매 문제도 논의됐다. 박 본부장은 "박민 사장의 취임 전후로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및 폐지가 강행됐다"며 "<주진우 라이브>를 비롯한 여러 프로그램이 폐지되었다"고 밝혔다. 또한 "KBS가 현재 외부에서 만드는 우익 콘텐츠를 방영하려 한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조악한 영화 <기적의 시작>을 구매해서 광복절에 방영할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찾은 희망도 있었다. 박 본부장은 "KBS 경영진이 추진하는 부당한 조직 개편에 반발해 지난 수요일에 2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피케팅을 했다"며 "힘든 상황이지만 내부에 투쟁의 동력은 여전히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KBS 내에 공영방송을 지키려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진숙과 MBC
 
공감연대 긴급토론회 '공영방송, 어디로 가나?'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이 MBC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공감연대 긴급토론회 "공영방송, 어디로 가나?"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이 MBC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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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를 이어받은 이호철 MBC본부장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임명과 이에 따른 MBC의 미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본부장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체제가 된다면 MBC는 장악될 것이고 방송 생태계가 심각하게 망가질 것"이라며 "이 후보자의 극우적인 세계관과 노조 혐오는 MBC의 독립성을 크게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후보자가 공정방송 투쟁을 앞장서 탄압했던 과거가 후보자 청문회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드러냈다.

이 본부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 관한 인사에 우려를 표하며 "MBC '적폐' 시절에 주요 경영진을 맡았던 인사들이 대거 방문진 이사회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이어 "방문진 이사진이 8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면 아마도 즉각 사장 해임 절차를 밟을 것"이고 "9월이 되면 새로운 사장이 MBC에 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신임 사장이 들어서면 "아마 수많은 보직들에서 대규모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고 보도국의 인적 구성을 완전히 물갈이하려고 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언론 장악'에 계속해 대응할 것이라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온라인·오프라인 선전전을 통해 시민에게 적극적으로 MBC의 상황을 알리겠다"며 "실제 장악 행위가 벌어진다면 MBC 구성원들의 저항 운동을 조직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 문제가 '이념적 문제'가 아닌 '정의와 상식의 문제'라는 프레임을 만들어내도록 힘쓰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시민사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공영방송을 지키는 싸움은 공영방송 종사자들만의 몫이 아니라 시민사회 전체의 의무"라며 "시민들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영방송 무엇이 문제인가?

그 다음으로는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전문위원이 공영방송 전반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은 "공영방송의 위기 담론이 처음 시작된 2008년은 KT, SKT, LG유플러스 같은 통신사업자들이 방송에 진출했고 아이폰이 한국에 처음 들어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던 시기였다"라는 과거사를 언급하며 발제를 시작했다. 이어 "지금은 OTT의 발달로 인해 2008년보다 훨씬 빠르게 미디어 지형이 변하고 있다"면서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진숙 방통위 후보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시도는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언론 장악으로 이어지는 구조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김 위원은 "(대통령이 워낙 강력하기 때문에) 모든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활을 건다"면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정권의 직접적인 위기로 인식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만약 지지율이 떨어지면 그 책임은 언론으로 전가되는 구조라며, "지난 총선에서 패배한 것이 MBC, KBS, YTN 때문이라는 정권의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김 위원은 또한 "화성 아리셀 공장에서 벌어진 화재에 대한 논의가 벌써 사라졌다", "장마로 인한 피해는 언제나 불공평하다" 등의 주장을 펼치며 "공영방송은 이 같이 논의되지 않는 중요한 이야기를 드러내고, 불공평에 대한 문제를 다뤄야하는데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발제 이후에는 토론에 참여한 청중들이 의견을 밝히는 시간이 있었다. 공영방송에 대한 격려와 쓴소리가 함께 나와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한 청중은 "원론적으로는 국민이 공영방송의 주인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공영방송의 투쟁을 통해 국민이 주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청중은 KBS 수신료 징수문제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수신료 통합징수에 대해 시민들이 '강제 과세'로 여길 수 있는데 공공성을 위한다고 하더라도 동의 없는 징수는 정당성을 얻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분리과세가 초래할 손해를 KBS 내부에서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의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가 최근 MBC에 출연해 레거시 미디어를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기성 언론을 비판할 수는 있지만,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선배 언론인들과 지금도 싸우고 있는 후배들을 쉽게 폄하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유 작가의 발언에 이견을 제시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이날 토론에 참여해 의견을 밝혔다. 지난 3월 대법원이 권 이사장에 대한 해임처분 효력정지 결정을 확정하면서 방문진은 권 이사장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권 이사장은 "MBC는 160억 이상의 흑자를 기록해 경영 성과도 좋고 모든 조사에서 신뢰도가 1위"라며 "이것은 모두 MBC 구성원들이 애쓰고 노력한 결과"라고 했다. MBC 구성원들이 지난 시절 크게 고생했다고 이야기를 할 때에는 울컥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청중 토론 이후 토론회는 참여자들의 박수 속에서 마무리됐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공론장을 표방하는 시민단체 '공감연대'는 향후 광주, 대구, 울산, 전남, 대전, 부산 등에서 다양한 현안을 주제로 지역 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영방송#KBS#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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