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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싣는 순서]
1. 기업 소상공인, 전용단지 이전 원하지만...
2. 이주민 대책의 허와 실
3. 2030년 1번 팹(Fab) 가동 로드맵... 과제는

 
 남사 창리에서 바라본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예정부지 일대 전경 /사진 우상표
 남사 창리에서 바라본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예정부지 일대 전경 /사진 우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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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이동‧남사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의 2025년 산업단지계획 승인 및 보상 절차가 진행될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어 2026년 산업단지 용지조성 공사에 들어가 2030년 팹(FAB) 1기 임시가동과 함께 용지조성 공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전제가 붙는다. 무엇보다 '주민협의가 원만히 진행'될 때다. 현재 상황은 낙관하기 어렵다. '이주자택지 조성사업' 관련 입지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산단에 수용주민이 거주할 수 있는 이주 택지가 확보되자 시는 올해 1월 남사읍 창리 산72-1 일대 36만여㎡(약 11만 평)를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주 택지는 용인시가 국가산단 범정부추진지원단 회의 등을 통해 국토교통부에 국가산단 구역 내 주민들을 위한 적절한 보상과 이주 대책 마련을 요청한 것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주민들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동읍대책위의 반대는 거센 상태다. 현장 목소리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이주 택지 왜 안 풀리나

"이주 택지 조성사업의 본질과도 동떨어진 방안이다. 동네를 떠나는 사람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 모여 살수 있도록 하는 게 법 취지 아닌가.

우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동읍 사람들에게 남사에 가서 살라니 말이 되나. 협의 한번 없이."(안영균 이동읍주민대책위원장)

"이동읍대책위 입장에 공감한다. 일방적인 결정이다. 더구나 철탑 세 곳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주 택지 조성한다는 건 반대다.

전자파 피해방지와 흉물스런 철탑을 지중화하지 않으면 동의하기 어렵다. 아울러 이주 택지 관련해선 이동읍대책위와 입장을 맞추고 있다."(노영환 남사 창3리 대책위원장)


갈 길 바쁜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의외의 암초를 만났다. 이주 택지 관련 주민 협의과정에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사업발주처 국토부는 일찍 '민관공협의체' 구성과 가동을 지역주민들에게 제안한 바 있다. 지역주민대표, 국토부, LH, 용인시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다. 하지만 현재 구성은 물론 가동이 멈춰진 상태로 그 이유는 이주 택지에 대한 이견이 핵심 중 하나다.

LH는 남사읍 창리 산72-1 일대 개발행위허가 제한 등 행정적 절차 진행은 물론 설계를 통해 토사량 처리방안 등 상당히 구체적인 진척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상일 용인시장 역시 17일 이동읍주민간담회 자리를 빌어 "여러 이유로 부지 변경은 쉽지않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처인구 남사읍 화곡마을에 사는 한 70대 노인이 국가산단 사업으로 인한 이주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처인구 남사읍 화곡마을에 사는 한 70대 노인이 국가산단 사업으로 인한 이주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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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주민도 토지주도 고민하는 현실, 왜

"내 땅 가진 사람 몇 안 돼요. 여기가 땅값이 싸고 사람들이 적다보니 이쪽까지 수용하게 됐다는 얘기도 돌아요. 우리도 남의 종중땅에 자리잡고 축산을 하는 데 맘이 심란하지.

우리집 양반은 병이 나서 누워 있어요. 동네 뜨게 되면 집 지을 땅을 살 수 있도록 한다는데 시시하게 지을 수도 없다며? 대개 노인들인데 무슨 영화를 본다고 10억 이상 들여 2~3층 집을 지을까 몰러."


마을에서 만난 70대 후반 할머니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남사읍 창3리는 예로부터 의령남씨를 비롯해 종토가 많은 곳이다. 수용 예정 부지내 87세대 가운데 약 30%가 세입자다. 이들은 토지수용에 따른 토지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보니 이주 택지는 규정상 기회가 주어지지만 현실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집과 토지를 가진 주민들도 고민이다. 과거 수용토지의 경우 대토를 마련하면 각종 세제 감면혜택이 주어졌다. 지금은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 과거와 달리 혜택이랄 게 없다.
 
 조선개국 1등공신 강무공 남은(1354~1398) 신도비. 남은 후손들은 이곳에서 600년 이상 세거 중으로 창3리 꽃골 상당부분은 후손에게 내려진 임금의 사패지로 알려져 있다.
 조선개국 1등공신 강무공 남은(1354~1398) 신도비. 남은 후손들은 이곳에서 600년 이상 세거 중으로 창3리 꽃골 상당부분은 후손에게 내려진 임금의 사패지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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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남씨 세장지 역사문화공원 조성 제안

국가산단 사업 예정지 중 눈에 들어오는 특이사항 중 하나는 의령남씨 종중 종토다. 그 비중은 16만 8042평으로 전체 사업예상 토지 220만 평의 7.63%에 달하는 면적이다.

창3리 꽃골(화곡) 상당부분은 의령남씨 종중 조선개국 1등공신 강무공 남은 묘역 조성과 함께 조선 왕실에서 사패지로 하사한 땅이다. 그 후손들이 세거하면서 600년 이상을 거주해왔다.

사업지 제척을 원하고 있지만 사업상 묘역 존치가 불가능하다면 산업단지 주변 의령남씨 종중토지(창리178-1/창리산68-2)에 의령남씨 묘역공원화(문화역사공원)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이 일대엔 남은 외에도 남식(숙종 조 영의정 남구만 선생의 조부), 남일성(남구만 선생의 부친), 남영로(소설 '옥루몽'의 저자), 남계우(조선 후기 저명 문인화가) 등 대단한 인물들의 묘소가 즐비해 그 보존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문화계 전반의 의견이기도 하다.

애초 묘역 일대는 수용이 되더라도 경계지로서 중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 아니었다. 그런데 팹 1기 추가계획에 따라 6기 건설 계획이 발표되고, 그 가운데 팹 1기 예정부지를 창리로 지정하면서 가장 급한 사업부지가 됐다.

당국은 '선이주 후철거' 위해선 현재 공장지대보단 민가와 기존시설이 가장 적은 창리 꽃골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산업단지#시스템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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