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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의 시작은 휴대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2017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의 시작은 이른바 '태블릿 PC'의 국정농단 증거에서 결국 폭발하였지만,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민심이 돌아서게 된 계기는 '박근혜 의상실'에서의 최순실(개명후 최서원) 휴대폰 관련 영상이었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이영선이 2014년 서울 강남의 의상실에서 박 대통령의옷을 고르던 최씨의 휴대전화를 자신의 흰색 셔츠로 닦은 뒤 건네는 모습이 CCTV 화면을 통해 공개되면서, 민간인인 최씨가 사실상 청와대 행정관을 개인 비서로 데리고 다니는 듯한 모습이 알려졌다. 국정농단을 목격하게 된 적나라한 장면이었다.

조사받는 사람과 조사하는 사람
 
윤석열 대통령, 6·25전쟁 74주년 행사 국기에 경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6·25전쟁 74주년 행사 국기에 경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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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검사의 휴대전화다.

20일에 있었던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조사는 시기, 장소, 방식 모든 면에서 특혜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피의자를 조사하러 간 검사들이 휴대전화를 제출하고 조사를 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검찰청에 조사받으러 가는 피의자도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당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검사는 검찰청에서 조사를 하다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상급자에게 지침을 받거나, 현재 조사사항에 대한 중간보고를 위해 수시로 상부에 연락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조사하러 간 검사들의 신분증을 검사하고, 휴대전화를 제출받음으로써 김건희 여사는 자신의 영역으로 불러서 검사들을 고립시키고 위축시켰다. 조사받는 사람과 조사하는 사람의 지위를 전도시킨 것이다. 오죽하면 김건희 여사가 검사를 소환해서 조사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가? 

김건희 여사는 자신을 조사하겠다는 검사들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음으로써 자신이 이 나라에서 얼마나 힘이 센지를 온 천하에 알린 셈이다.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부인은 의전과 경호상의 특별한 대우가 있지만,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될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우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이고 우리는 하나"라며 당정 간 화합과 결속을 강조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이 말을 전에 없이 비장하게 힘주어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이 말이 "여러분은 절대 날 버리면 안 된다"고 절규하는 듯이 들렸다.

민심이 돌아서면, 모두가 돌아선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2024.7.23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 입장하며 한동훈 당대표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202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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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국민의 비판적 여론에도, 지지율 30% 남짓으로도 자신의 마음대로 인사권을 남발하고 국정을 폭주할 수 있는 이유는 절대 자신은 기소당하지 않는다는 굳건한 믿음 때문이다. 또한 이재명만 구속시키면, 자신을 지킬 다음 정권도 재창출할 수 있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은 그러하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도 결국은 민심이 돌아섰기 때문이다. 민심이 돌아서면 자신에게 충성하던 정치인도 돌아서고, 언론도 돌아서고, 법원도 돌아서고, 아마 마지막엔 검찰도 돌아설 것이다. 박근혜 탄핵 때는 바른미래당의 30여 석이 필요하였지만, 현재는 8석이 더 있으면 특검도 대통령 탄핵도 가능하다.

2017년 최순실의 휴대전화를 닦아주던 청와대 행정관을 보며 국정농단을 실감하기 시작한 국민들이, 자신을 조사하러 온 검사들의 휴대전화까지 제출받는 대통령 부인을 보며 비슷한 예감을 가지기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국민의 힘 전당대회에서 '운명공동체'를 말하며, '우리는 하나'라며 힘주어 말하는 윤 대통령을 모습과, 그와 어긋난 길을 가는 '한 때 심복' 한동훈 신임대표의 모습을 보니, 윤 대통령도 불길해 보이는 자신의 미래를 어렴풋이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건희#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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