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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통일의 시작점은 청소년입니다. 학교와 교실입니다. 충남의 학교와 교실에서는 분단의 선(線)을 넘어 남북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수업과 토론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2024 충남학교 통일교실'(오마이뉴스-충남도교육청 공동캠페인)로 평화통일 교육 현장을 들여다보았습니다.[편집자말]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학기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수업을 했다. 책한 학생이 모둠별문장만들기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 있다. 을 읽고 떠오른 단어 1개씩을 적어 모둠원 4명이 이 단어를 모두 넣어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학기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수업을 했다. 책한 학생이 모둠별문장만들기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고 있다. 을 읽고 떠오른 단어 1개씩을 적어 모둠원 4명이 이 단어를 모두 넣어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방식이다.
ⓒ 홍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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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 가까이에 있고, 과거의 전쟁은 현재까지 아픔을 주고 있어요."

충남 홍성군 홍동중학교 2학년 최여울 학생의 말이다.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36명)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1학기 동안 '반전'과 '평화'를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했다. 이 수업은 이 학교 김두리 역사 교사의 12차시의 기획안으로 시작됐다.

"달력에서 매년 마주하는 '6.25'를 일방적인 설명이 아닌 아이들 마음속에 기억하고 추모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했죠."

김 교사의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역사 수업을 넘어섰다. 김 교사는 '앎과 삶을 잇는 참된 역사 수업'을 구현하기 위해 JUMP(Join-Understand-Make-Performance) 단계로 구성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첫 단계인 '함께 알기'(J)' 단계에서 학생들은 <황금동 사람들>이라는 책을 함께 읽었다. 이 책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아픔을 다룬 소설이다. 학생들은 책을 읽은 후 '학살', '금정굴', '진실', '빨갱이', '기억', '만간인 학살' 등의 핵심어를 뽑았다. 이어 핵심어로 모둠별로 문장을 만들어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의 실상을 처음으로 마주하게 됐다.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학기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수업을 했다. 이중 '우리 마을의 비극적인 역사 알아보기' 시간에 홍동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비’를 답사해 추모묵념을 하고 있다.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학기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수업을 했다. 이중 '우리 마을의 비극적인 역사 알아보기' 시간에 홍동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비’를 답사해 추모묵념을 하고 있다.
ⓒ 홍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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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더하기'(U) 단계에서는 영화 <206: 사라지지 않는>을 시청했다. 이 영화는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 해체 후 구성된 민간유해발굴단의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 시청 후 학생들은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질문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비경쟁 토론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만든 질문들은 예상보다 깊이 있었다.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해를 국가는 왜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을까요?"
"무고한 사람들을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죽였는데, 여기에 담긴 진실과 이 용어가 쓰인 이유는요?"
"학살당한 사람들의 유해를 국가는 왜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을까요?"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이어서 학생들은 홍동면에 있는 '한국전쟁기 민간인 희생자 위령비'를 직접 답사했다. 이병학 홍동면 유족회장의 강의를 들으며, 학생들은 전쟁의 비극이 자신들의 고향에서도 일어났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학기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수업을 했다. 사진은 '비경쟁 토론' 시간에 학생들이 만든 질문을 이용해 교사가 구성한 논제를 놓고 모둠별로 토론을 하고 있다.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학기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수업을 했다. 사진은 '비경쟁 토론' 시간에 학생들이 만든 질문을 이용해 교사가 구성한 논제를 놓고 모둠별로 토론을 하고 있다.
ⓒ 홍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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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출물 만들기'(M) 단계에서 학생들은 '뤼튼'이라는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해 '반전'과 '평화'를 위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일본의 평화헌법을 참고했고, '평화를 강제하는 국제기구 필요하다'는 기사를 읽으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학생들이 만든 법률안에는 '무력 사용 금지', '평화 교육 의무화', '국제 분쟁 중재 기구 설립'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담겼다. 특히 '평화 교육 의무화법'에서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연간 30시간 이상의 평화·통일 교육을 의무화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우리가 만든 법률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세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언젠가 이런 법률이 시행돼  더는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학생주도 발표회'(P) 단계에서는 갤러리 워크 활동으로 모둠별 법률안을 발표하고 서로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학기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수업을 했다.  사진은 '프로젝트' 마지막 수업인 12차시 때로 그동안 수업을 되돌아보며 산출물 발표을 발표하고 있다.
 홍동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지난 학기 내내 '반전'과 '평화'를 위한 프로젝트수업을 했다. 사진은 '프로젝트' 마지막 수업인 12차시 때로 그동안 수업을 되돌아보며 산출물 발표을 발표하고 있다.
ⓒ 홍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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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리 교사는 "호국, 보훈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발생했던 민간인 희생 사건을 알아보고, 전쟁이 일어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우리와 같은 민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지역의 아픈 역사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느끼고, 평화의 중요성을 깨닫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평했다.

12차시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한 최여울 학생은 수업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잊힌다 해도 영혼에 스며진다'라는 드라마 대사가 있습니다. 희생한 분들의 영혼에 스며져 있는 기억들을 다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살펴보고 공감하고 기억하겠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긴 세월 동안 당신을 누르고 있던 흙들을 파내어 털어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그곳에선 전쟁이 없고 평화만이 깃들길 바랍니다."

#홍동중#프로젝트수업#반전#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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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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