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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5일 정부가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세법 개정안의 변화는 상속세다. 지금은 상속받는 사람 한 명당 5000만 원씩 공제해 주던 걸 5억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또한 금융투자 소득세는 폐지하지로 했다. 하지만 말이 많았던 종합 부동산세는 이번에 언급 없었다.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대해 평가해 보고자 지난 7월 30일 서울 서초역 근처 사무실에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복지재정 위원장 맡고 있는 이동우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이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누가 봐도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
 
 이동우 변호사
 이동우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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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25일 정부가 2024년 세법 개편안을 발표했잖아요, 총평 부탁드려요.
"어제(7월 29일) 참여연대, 경실련이 저희와 기자회견 했거든요. 그때 '부자 감세의 종결편'이란 말이 나왔는데 저는 그 말이 총평에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56조 세수 펑크를 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아무런 반성이나 보완 대책 없이 굉장히 무책임하게 또다시 엄청난 부자 감세를 포함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운영 기능을 굉장히 심각하게 훼손하는 세제 개편안을 냈죠. 이건 국회에서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됩니다. 향후에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쓸 돈은 없어지는 굉장히 위기 상황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 가장 큰 변화는 상속세예요. 지금은 상속받는 사람 한 명당 5000만 원씩 공제해 주던 걸 5억 원까지 늘리기로 했는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앞에서 말씀드린 부자 감세의 전형적인 예시가 되는 거죠. 오늘(7월 30일) 가업 상속에 대한 토론회가 있어서 제가 토론자로 갔었는데 한 3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근로자 소득공제의 범위가 두 배 안 늘었다는 거예요. 그런데 기업의 가업 상속에서는 최초 1억에서 600억까지 600배가 늘어났어요. 이것도(상속세) 2015년에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늘었거든요. 근데 10년이 안 돼서 지금 이걸 또 10배로 늘리겠다는 거거든요. 이건 누가 봐도 부자들을 위한 감세 정책인 거죠."

- 이유가 뭘까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결국 지금 정부가 대변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냐죠. 정부가 말로는 서민 중산층을 대변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소위 말해서 자산이나 소득이 굉장히 많은 분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분들한테는 5억이라는 이 공제 범위가 상당히 유의미할 수 있거든요. 아마도 정부가 대변하고 싶은 이해관계층이 서민 중산층보다 자산이 더 많으신 분들에 쏠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죠."

- 이건 집도 포함인가요?
"이번에 발표한 거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걸 보면 현금 주든 아파트의 소유권 주든 다 포함되는 걸로 보여요."

- 지금 서울에서 대부분 아파트가 10억 언저리로 알거든요. 그럼, 부자만이 아니라 일반인도 해당하는 거 아닌가요?
"서울 아파트 평균값이 10억이 넘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서울에 굉장히 비싼 아파트들이 많기 때문에 10억이 안 되는 아파트도 많은 거예요. 이게 중위 수치가 아니잖아요. 사실 그 통계도 약간 들쑥날쑥해요. 그 내용을 봐도 전체 서울 아파트 가진 분들이 다 자녀에게 줄 때 상속세 내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서울에 아파트를 가지신 분보다 못 가신 분들이 훨씬 많잖아요. 그렇게 보면 이건 상대적인 개념이겠지만 여전히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이 10억에 육박하니까 이게 서민들을 위한 거라고 하는 건 통계적으로 볼 때 맞지 않는 얘기라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금융투자소득세 폐지하기로 했는데 그건 어떻게 보세요?
"법이 통과됐고 유예기간 거쳐서 시행하려고 하는 건데 그걸 특별한 논의나 대안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폐지 주장하는 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해요. 금투세와 관련된 건 결국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게 금융 시장인데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 문제들이 되게 많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멈춰 있는데 그걸 개선한다고 하면서 나온 개선안들은 두리뭉실한 내용들만 얘기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자본시장 자체를 어떻게 투명하게 하고 사람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게 하냐로 시스템 개선에 더 초점 맞춰지는 게 더 바람직한데 그 내용은 별로 없고 금투세 폐지할 거냐 안 할 거냐로 흘러가는 것도 안타까운 것 같아요.."

- 아마도 정부 입장에서는 2030세대가 반대하니 폐지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2030세대가 싫어하는 면이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금투세를 반대하는 쪽에서 다양한 근거들을 대죠, 그 부분 중에 일부 일리 있는 게 있겠죠. 근데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러면 보완하려고 하는 게 있어야 되는데 그런 노력은 별로 없는 거죠. 그리고 금투세 때문에 주가가 안 오른다는 식으로 약간 호도하는 면도 있죠. 근데 사실 주식 투자는 금투세에 대한 반대도 일부 있으시겠지만, 더 싫은 건 코리아 디스카운트인 거잖아요. 왜 다른 나라 증시는 이렇게 잘 올라갈 때 우리는 못 올라가냐는 게 사실 더 큰 불만이잖아요. 그러면 거기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맞다는 거죠."

- 폐지가 아니라 좀 더 유예했다면 나았을까요?
"글쎄요. 저희가 유예까지는 내부 논의를 해보진 않았지만 이미 유예했기 때문에 더 유예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 않을까 해요. 차라리 정말 문제가 있다고 하면 일부 수정해요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냐는 것도 명확하지 않은데 막연하게 '금투세 도입하면 주가가 더 떨어지는 거 아니냐'란 식의 논리들이 더 있는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거 말고 명확한 입장 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시스템이나 제도에 보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 내놓는 게 정부답지 않을까 하죠."

"세수 결손 4조 4000억 아니라 18조 4000억"

- 그동안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얘기가 많았지만, 이번엔 들어가지 않았어요.
"한마디로 표현해 드리면 아쉽지만 다행이죠. 왜 아쉽냐면 사실 종부세는 참여정부에서 처음 만들어진 다음부터 계속 약화가 됐잖아요. 문재인 정부 때 조금 보완했지만요, 사실 참여정부 초기 원래 종부세의 취지와 설계에 맞게 돌아가야 되는데 그렇게 못 했다는 점이에요. 다행이라는 건 지금 종부세는 완화되거나 폐지 쪽으로 논의가 됐었는데 이번 개편안에서 빠졌으니 적어도 지금 상태보다 더 약화되거나 아예 없어지는 논의가 일단 멈춘 거잖아요."

- 왜 빠졌을까요?
"글쎄요. 그건 저희 추측인데 일단 야당 반대가 있잖아요. 정부는 폐지 얘기까지 했지만, 폐지가 현실적이지 않았을 거고요. 또 한편으로는 이게 국세죠. 다만 재원이 모두 지방재정인 부동산교부세로 배분되어 사실상 지방재정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 종부세로 걷은 돈은 지방에서 쓰게 되잖아요. 지방에서 이 종부세를 또 약화시키거나 아예 폐지하면 지방 재정이 너무 악화한다는 얘기들이 나왔었어요. 그런 것도 정부에 부담이지 않았을까 해요."

-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 하고 있는데 이재명 대표가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지금 저희가 들은 바로 민주당 안에서 일부 의원은 폐지 얘기도 했지만, 민주당에서 주되게 논의되는 건 실거주 1주택 혹은 1주택자에 대해서 어떻게 할 거냐의 논의인 거고 종부세 전반에 대해서 잘못됐다거나 없애야 된다는 논의가 아니라고 파악하거든요. 1주택자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는 논란이 많잖아요. 1주택자는 어떤 면에서 보면 투기 안 했다고 하실 수도 있고 또 다른 쪽에서 보면 그래도 비싸고 좋은 동네에서 인프라를 누리니까 세금 내야 된다고도 하죠. 이건 논쟁적인 사안이 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 이재명 대표도 그런 얘기들을 하는 것 같고요. 그 부분은 논의를 해볼 수 있겠죠. 저희는 그 논의가 종부세의 약화나 폐지로 이어지지 않길 바라지만 그거와 별도로 1주택자에 대한 문제의식들은 여러 분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거니까 그 부분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는 거죠."

- 그럼, 1주택에 한해 완화해 주는 게 맞다고 보세요?
"저희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기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한 상태입니다. "

- 지금 집값이 오를 거 같아요. 그러나 종부세가 집값 잡는 영향 없다는 말도 있는데.
"너무 논란이 많은 것 같아요. 종부세로는 집값 못 잡는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고 종부세가 잘 작동하면 집값을 억제할 수 있다는 분들도 계셔서 명확히 판단은 어려운데요. 제가 볼 때 종부세가 집값을 잡을 수 있냐 없냐보다 종부세의 원래 취지가 한정된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이 그거에 걸맞게 비례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거니까 일단 그 원칙에 맞게 움직여야 된다는 거죠."

- 이 세제 개편안이 시행되면 세수 결손이 4조 4000억이라고 하던데 안 좋은 거 아닌가요?
"그렇죠. 그리고 이 수치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기재부의 계산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기재부는 벌써 몇 년째 세법 개정으로 인한 세수 감소분에 대해 '순액법'이라는 기괴한 방식으로 계산한 수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먼저, 기재부가 세법 개정에 따라 향후 세수가 얼마나 늘어날지 혹은 줄어들지를 계산하는 방식에는 2가지가 있습니다. 누적법과 순액법이 그 2가지인데요.

아주 단순화시켜서 예를 들면, 올해 세법 개정해서 세수가 1조 감소한다고 해보죠. 그럼, 향후 5년간 감소하는 세수는 얼마일까요? 매년 1조X5년=5조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인 방식이고 이게 '누적법'입니다. 이에 반해 순액법이란 전년 대비 세수 증감 수치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앞선 예를 순액법에 따라 계산하면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내년에 세수가 1조 감소하는 건 누적법과 같습니다. 그러나 내후년부터는 달라집니다. 내후년부터는 이미 2025년에 세수가 줄어든 상태에서 새로 감소된 게 있냐 없냐를 따지기 때문에, 감소분이 0원이 됩니다. 그렇게 2027년, 2028년, 2029년을 계산하기 때문에 순액법에 따르면 올해 세법을 개정해서 향후 5년 동안 줄어드는 세수가 그냥 1조가 됩니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예를 들어 올해 법인세를 1% 깎아준다고 했을 때 세금을 깎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향후 5년 동안 얼마나 세금이 줄어드는지를 알고 싶은 거잖아요. 그럼 당연히 누적법을 사용해서 계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주장하는 순액법은 전년도와 비교할 때는 사용할 수 있지만 5년이나 10년 같이 장기적인 시간을 계산할 때는 상식과 동떨어진 결론을 가져오기 때문에 적절한 방식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감소되는 세수의 수치를 작게 보이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순액법을 사용해 계산한 수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누적법을 쓰면 이번 세법 개정으로 인해 향후 5년간 줄어드는 세수는 약 18조 4000억입니다. 정부가 순액법에 따라 발표하는 4조 4000억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정부는 이상한 순액법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겁니다. 이 문제에 대해 나라살림연구소의 이상민 연구원이 여러 차례 지적했는데 안 고쳐지고 있습니다."

- 제가 보기에 정부가 돈 아낀다는 느낌 주려는 것 같거든요. 그러나 세수 결손은 돈이 안 들어오는 거잖아요. 그럼 자랑할 게 아니지 않나요?
"그렇죠. 정부가 지금 돈 아꼈다는 걸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있겠지만 결국 이거는 기자님 말처럼 아낀 것도 아니고 지금 걷을 돈 안 걷는 거죠. 정부가 맨날 건전 재정을 얘기하지만, 계속 감세 정책을 썼기 때문에 이 정부의 말과 행동이 완전히 모순돼요. 그러니까 그게 한두 번이 아니고 계속해서 해오기 때문에 근데 지금 이번에는 그 세수 감소 폭이 또 18조나 되는데 그게 대부분 상속세를 통한 거기 때문에 부자들의 세금 안 걷겠다는 거거든요. 정부는 그걸 감추고 싶은 걸로 보여요. 그래서 18조 몇천억이 주는 게 아니라 세금 감소해 줘도 한 4조 얼마밖에 안 줄어 이렇게 감추고 싶은 건데 거짓말 하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세금 깎아주는데 과연 정당하고 합리적이냐란 얘기를 해봐야 되는 거죠."

- 어차피 돈 나가는 건 같을 텐데 세금 깎아주면 어쩌자는 걸까요?
"저희 얘기가 기자님 말씀과 같아요. 저희가 써야 될 돈은 굉장히 한정된 게 아니라 사실 계속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정부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더 가져와서 흑자를 만들려고 해야 되는데 오히려 나서서 자꾸 나라의 돈을 축내고 있는 거잖아요. 근데 이게 한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정부가 한 3년 남짓 남았는데 계속 우리나라 운영에 부담 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운영 기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거예요. 이게 벌써 한 3년째 계속해서 세금 감세 정책을 쓰고 있는데 이게 한 번 깎으면 돌아오기 어렵단 말이에요. 근데 계속 세금을 적게 걷으면 국가가 쓸 돈이 없고 나라 곳간이 비어요. 그럼 국가 기능이 점점 마비되는 거죠."

- 세수가 결손될 경우 우려하는 건 뭘까요?
"세수 깎아줄 때는 고액 자산과 대기업 세수를 깎지만, 지출을 줄일 때는 대다수의 서민이나 아니면 연구비 등이 먼저 깎이기 때문에 결국 세수가 결손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분들부터 제일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게 돼요. 그리고 우리나라가 근본적으로 뭔가 해보려 할 수 있는 기회나 수단이 계속 없어지는 거예요. 그게 제일 큰 문제예요."

#이동우#세법개정안#부자감세#금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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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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