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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일제강점기 당시 식민지 조선인들이 대규모 강제동원된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21개 위원국이 만장일치로 등재에 찬성한 덕분이었다.

찬성한 위원국 중에는 대한민국도 있었다. 식민지 강제노역의 아픔과 그에 대한 책임을 세계유산이라는 이름 아래 가리려는 일본 정부의 속내를 한국 정부는 몰랐을까.

정부는 "되풀이해서 표현만 안 했을 뿐이지 과거 약속(2015년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당시 강제성 명시한 것 의미)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본 언론은 '한국 정부가 강제노동이라는 문구를 빼기로 사전 합의했다'고 보도했고 실제로 조선인 노동자 상설 전시관에도 강제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처럼 사실상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3사 메인 저녁 뉴스는 관련 소식을 어떻게 전했을까

사도광산 뉴스 세 꼭지 다룬 SBS, 후속 보도 미비는 아쉬워
  
 SBS <뉴스8>은 사도광산 관련 보도를 총 세 차례 보도했다. 군함도 등재 과정에서 있었던 일본의 과거 잘못을 설명하며 강제 노동에 대한 내용을 강조했지만 등재 이후 후속 보도가 아직까지 SBS 메인 뉴스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SBS <뉴스8>은 사도광산 관련 보도를 총 세 차례 보도했다. 군함도 등재 과정에서 있었던 일본의 과거 잘못을 설명하며 강제 노동에 대한 내용을 강조했지만 등재 이후 후속 보도가 아직까지 SBS 메인 뉴스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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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SBS <8뉴스>는 지난달 26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유력… "강제 노동 표현 조율 중">, <'군함도' 말 바꾸기 재연?…"강제성 인정이 관건">이라는 제목으로 연속해서 두 꼭지를 보도했다.

또한 "일본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은 했다지만, 이걸 제대로 지킬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 2015년에 또 다른 강제 노역 현장인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도 일본은 같은 약속을 해놓고는 지키지 않았다"고 일본의 과거 잘못을 지적하며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일본이 이번에는 제대로 약속을 지킬지, 강제노동을 어떤 표현으로 인정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이를 반영할지가 최대 관심"이라고 설명했다.

SBS <8뉴스>는 27일에도 5번째 꼭지로 <만장일치로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강제노역' 전시물도>라는 제목으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는 "추도식 개최를 포함해서 일본이 이번에는 약속한 일들 이행해나가는지, 점검을 잘해야겠다"라며 "임금 체불 등 한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관련한 사료가 전시된다고 일본 측은 밝혔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조선인 노동자 상설전시장에는 '강제노동' 등 강제성을 의미하는 문구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후속 보도가 아직까지 SBS 메인 뉴스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

"'강제노동' 빠진 것 알면서도 눈 감았나"... 유일하게 후속 보도한 MBC
  
 MBC <뉴스데스크>는 30일 두 번째 꼭지로 사도광산 관련 소식을 다뤘다. 제목은 <'강제노동' 표현 빠졌는데.. 알고도 찬성했나>로 정부를 비판했다. 지상파 3사에서 사도광산 관련 후속 보도를 메인 뉴스에 내보낸 건 MBC가 유일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30일 두 번째 꼭지로 사도광산 관련 소식을 다뤘다. 제목은 <'강제노동' 표현 빠졌는데.. 알고도 찬성했나>로 정부를 비판했다. 지상파 3사에서 사도광산 관련 후속 보도를 메인 뉴스에 내보낸 건 MBC가 유일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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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데스크>는 27일 <세계유산된 사도광산.. 이번엔 약속 지킬까>라는 제목으로 관련 보도를 전했다. 앵커는 "2015년 군함도에 이어, 오늘 사도광산까지, 우리 입장에선 조선인 강제동원의 뼈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라며 "그동안 등재에 반대해 왔던 우리 외교부는 일본과의 막판 협의를 통해 찬성하기로 입장을 바꿨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에도 시대부터 태평양전쟁 시기까지 수공업 방식으로 금과 철, 구리를 생산해 온 사도광산은 조선인 1500명이 강제로 끌려와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던 곳"이라며 사도광산을 설명한 뒤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까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의 뼈아픈 역사가 또 한 번 외면받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MBC <뉴스데스크>는 30일 두 번째 꼭지로 사도광산 관련 소식을 다뤘다. 제목은 <'강제 노동' 표현 빠졌는데.. 알고도 찬성했나>로 앵커는 "강제징용 역사를 알리겠다고 일본이 약속했다는 거였는데, 확인해 보니 '강제 노동'이라는 표현은 빼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다"며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이걸 몰랐던 걸까요, 아니면 알면서도 눈감아 준 걸까요"라고 꼬집었다.

이어 보도는 조선인 노동자 상설전시관의 문구에 대해 "징용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면서 '강제 노동'을 '의무'라는 표현으로 왜곡한 것", "'강제 노동'을 삭제해 과거보다 퇴보했단 비판이 나온다"고 설명하며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일본에게 '강제 동원'을 명시하라는 요구조차 하지 않아 논란이 커졌다"며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지상파 3사에서 사도광산 관련 후속 보도를 메인 뉴스에 내보낸 건 MBC가 유일했다.

사도광산 보도에 단 26초 쓴 KBS... SBS와 14배 차이
  
 KBS <뉴스9>의 사도광산 관련 보도는 단 한 번뿐이었다.  보도 시간은 겨우 26초에 불과했고 사도광산에서의 강제 노동에 대해서도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KBS <뉴스9>의 사도광산 관련 보도는 단 한 번뿐이었다. 보도 시간은 겨우 26초에 불과했고 사도광산에서의 강제 노동에 대해서도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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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KBS <뉴스9>의 사도광산 관련 보도는 단 한 번뿐이었다. 지난달 26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예상… "일본, 전체 역사 반영 조치">라는 제목과 함께 나온 해당 보도는 이날 보도의 36개 꼭지 중 27번째 꼭지 뉴스로, 스포츠 뉴스를 제외하면 뒤에서 세 번째였다.

보도 내용 또한 간결했다. "일본이 한국 측의 의견을 수용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어려운 과정 끝에 한일 합의가 막판에 다다랐다", "내일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거로 예상된다"는 외교부 당국자의 말만 전하고 보도를 마쳤다.

게다가 보도 시간은 겨우 26초에 불과했다. SBS <8뉴스>의 관련 사도광산 보도 시간 총합이 6분 7초, MBC <뉴스데스크>의 관련 보도 시간 총합이 4분 46초로 각각 KBS <뉴스9>의 약 14배, 11배로 확연히 적은 보도 분량이다.

이처럼 KBS는 사도광산 관련 보도가 지상파 3사 중 가장 부실했다.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이나 과거 행태를 짚어보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사도광산에서의 강제 노동에 대해서도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사도광산 관련 소식이 대한민국 지상파 메인뉴스에서 채 30초도 다뤄지지 못하는 사안인지,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사도광산#SBS#MBC#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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