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충주 집단 성폭행 사건' 피의자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시의원의 의장 자격을 놓고 국민의힘 출신 시의원들이 SNS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문제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의원은 "내 딸 자식만 아니면 괜찮단 말인가"라며 국힘 의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비판하는 반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부모가 시킨 것도 아니고", "SNS를 통해 이 사건을 퍼뜨리는 것이 2차 가해"라며 맞서고 있다.
2일 박해수(무소속) 전 충주시의회 의장은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내 딸자식만 아니면 괜찮단 말인가?"라며 "다른 시의원은 몰라도 (딸을 가진) 고민서 의원은 피해입은 14세 여학생 편에 서야 하지 않는가"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고민서 의원이 국힘의 (시)의장 후보 아들이 집단 성폭행으로 2심 공판 중이었음에도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면서 앞장서서 선택했다는 것이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일 전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A의원의 아들이 집단 성폭행에 가담해 7월 18일 항고심 공판이 있는 줄도 모르는 상황에서 의장 후보로 선출했다고 거짓으로 일관했다"고 적었다.
3일 전에는 "(국민의힘 소속) 어느 여성 의원의 말처럼 '자식 키우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건가. 이 정신 나간 한심한 인간들아"라고 강하게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비판 글을 올린 박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충주시의회 전반기 의장을 지냈다. 현재는 국민의힘을 탈당해 소속 정당이 없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국힘 의원들이 당론으로 선출한 A씨 대신 현 김낙우(무소속) 의원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탈당권고 조치를 받았다.
홍성억(국힘) 시의원 "왜 충주시의회에 다른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나?"
국민의힘 홍성억 충주시의원은 지난 7월 30일 "농사 중에 제일 어려운 농사가 자식농사"라고 시작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홍 의원의 글이 게시된 곳은 '충주사랑 이종배'란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이다.
그의 글에 앞서 한 참여자는 '충주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자녀가 연루된 A의원을 의장후보로 선출한 것에 대해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홍 의원은 이에 대한 답글에서 "자식이 사건에 연루된 것은 부모(A의원)가 시킨 것도 아니고, 게다가 법정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부모에게 무슨 책임이 있을까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본인이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가 22대 국회에도 바글바글 하건만, 유독 충주시의회에도 다른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게 맞는 일인가요?"라고 덧붙였다.
고민서(국힘) 시의원 "이 사건 퍼뜨리는 것이 피해자를 위한 행동?"
국민의힘 소속 고민서 충주시의원도 지난 7월30일 '충주사랑 이종배' 커뮤니티에 "저희는 (충주여중생 집단 성폭행 관련) 공판 기록을 못보고 언론으로만 접해서 잘 모른다"라면서도 "A의원이 자기 관리를 못한 점과 (A의원의) 아들이 잘못을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말씀해 주세요"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시민 정서가 무죄 판결에 대해서도 연좌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해수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사건을 퍼뜨리는 것이 피해자를 위한 양심이었다고요? 이런 것이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활동가 "피해자 고통 가중하는 행동 즉각 멈춰라"
한편 국민의힘 소속 충주시의원들의 행동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라며 중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선지현 '삶과 노동을 잇는 배움터 이짓' 활동가는 "직적접으로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만이 2차 가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의 아버지가 고위공직자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피해자를 배려하는 행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A의원의 자녀에 대해 재판부도 '유죄를 확신할 정도로 범행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한 것이지 잘못이 없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과연 A의원이 충주시의회 의장으로 어울린다고 볼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정도의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2차 가해라고 볼수 없다"며 "가해자와 그 주변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행동이야 말로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고통을 주는 행위로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을 야기한 '충주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20년 충주의 한 숙박업소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검찰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A의원의 자녀를 포함해 9명을 특수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3명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했지만 나머지 6명에 대해서는 "유죄를 확신할 정도로 범행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은 사건 발생 4년 만인 지난 7월 18일 열렸다. 대전고등법원 청주재판부 형사1부(박은영 부장판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은 6명 중 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선배들에게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점 등을 비춰보면 피고인들이 자유의사를 억압해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범죄 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유일하게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가 바로 A의원의 자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