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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호르몬 FREE 가족 캠프'를 기획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최인자 박사
 '환경호르몬 FREE 가족 캠프'를 기획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최인자 박사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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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한된 환경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환경호르몬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을까?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충남 공주시의 한 연수원에서 진행된 '환경호르몬 FREE(프리)가족 캠프(아래 캠프)'는 서울, 남원, 여수에 사는 32가족, 총 108명의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인원이 모여 환경호르몬 검사를 통과한 식사만 하고,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은 샴푸나 바디워시 등을 사용하면서 2박 3일간 생활한 뒤 몸에 생긴 변화를 관찰하는 최초의 시도였다. (관련 기사 : 외부 음식 금지, 화장 금지.... 2박 3일 환경호르몬 없이 살아봤더니)

 

캠프를 주관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따르면 오직 3일간 캠프에서 먹을 식재료만 (환경호르몬 수치 등) 분석하고 준비하는 데 1년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처음 확보한 364개 식재료 대부분 연구소가 생각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 했고, 결국 이 가운데 60개의 식재료만이 캠프 식탁에 올랐다. 게다가 환경호르몬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샴푸나 바디워시 등 생활화학제품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해야 하는지 일반 시민이 구별하기 쉽지 않다.

 

지난 3일 이번 캠프를 기획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최인자 박사를 만나 일반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환경호르몬 줄이기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다음은 두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예상보다 식재료 더 오염돼 있어... 환경호르몬 규제 나서야"

 

 매 끼니 정해진 식단에 맞춰 먹어야 하고 외부 음식은 반입이 금지된다. '환경호르몬 FREE 가족 캠프' 2일 첫날 점심 식사.
 매 끼니 정해진 식단에 맞춰 먹어야 하고 외부 음식은 반입이 금지된다. '환경호르몬 FREE 가족 캠프' 2일 첫날 점심 식사.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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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캠프에서 선정한 식재료는 연구소 환경호르몬 검사를 통과한 식재료다. 어떻게 선정됐나?

 

김원 박사 : "환경호르몬은 90% 가까이 음식을 통해 인간에게 노출된다. 3박 4일간 템플 스테이를 하면서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먹다 보면 환경호르몬 수치가 많이 줄어든다는 결과가 있다. 그런데 고기도 필요한 성장기의 아이들을 데리고 1년 365일 템플 스테이를 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캠프에서는 (고기를 포함해) 일상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식재료를 선정해 제공했다.

 

대신 가장 먼저 (생산·가공·유통 과정을 줄이기 위해) 식재료의 유통 단계를 짧게 한 로컬 푸드, 생협 같은 식자재에 대한 고려가 깊은 곳, 그리고 유통 업체 중에서 비교적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곳의 식자재를 구입했다. 만일 당근이 필요하다면 약 4~5군데서 당근을 하나씩 구입해 환경호르몬을 분석했다. 그렇게 총 364개의 식재료를 모두 분석해 60개가 선정됐다.

 

4~5군데서 구입했어도 환경호르몬이 모두 높다면 그 식재료 자체를 뺐다. 대표적으로 김치 대신 백김치가 제공됐다. 보통 캠프에 오면 삼겹살 파티를 하는데, 고기의 경우 튀기거나 굽는 것보다 삶는 것이 훨씬 나아 캠프에서는 삶은 고기(수육, 삼계탕)를 제공하는 등 조리 방식도 고민했다."

 

- 샴푸나 바디워시, 스킨, 로션 등도 모두 캠프에서 제공됐다. 그렇지만 인터넷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기성 제품이었다. 기성 제품을 사용해도 문제없나?

 

최인자 박사 : "프탈레이트의 일부 성분도 마찬가지고 보존제로 사용되는 파라벤 역시 개인 위생용품이나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노출될 우려가 있다. 국가에서 함량 기준을 두고 어느 정도까지는 사용하도록 규제하지만 그래도 전성분 표시가 돼있는 라벨을 확인해 이들 성분을 배제했다. 향료의 경우 없는 제품이 거의 없다 보니 되도록 적게 들어간 제품을 최종 선정했다."

 

 '환경호르몬 FREE 가족 캠프'에서 사용될 생활화학제품에는 대부분 향이 포함돼 있지 않다.
 '환경호르몬 FREE 가족 캠프'에서 사용될 생활화학제품에는 대부분 향이 포함돼 있지 않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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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실천은 실생활에서 하기 어렵지 않을까.

 

김원 :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없는 부분이 있다. 생활 화학 제품은 일반 시민이 유해 물질 등 정보를 알고 있다면 라벨을 통해 정보를 활용해 환경호르몬을 피할 수 있다. 식재료는 가공식품이나 배달음식을 덜 먹는 것처럼 지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먹거리를 통해 체내에 들어오는 환경호르몬이 가장 많고 매일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줄일 수는 있으나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고, 개인의 실천으로 줄일 수 있는 건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캠프를 준비하면서도 거의 대부분 식재료에서 환경호르몬 항목이 골고루 오염이 돼 있어 식재료를 엄선했다고 하나 많이 줄이지 못했다. (기준이 높은 게 아니라) 예상보다 식재료가 많이 오염돼 있었다. 생활화학제품도 전 성분 표시는 제조 회사가 잘 따르나 소비자가 깨알 같은 글씨로 돼 있는 수십 가지 성분을 읽어낸다고 해도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판단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해외에서 볼 수 있는 일부 사례처럼 평가 기준을 두고 A등급이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고 공개하면 좋겠다. 정부나 기업에서 이를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리라 예상되기에 시민 사회에서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두 분의 경우 환경호르몬 저감을 위해 어떤 일상적인 실천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달라.

 

최인자 : "정보는 많이 아는데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하고 집에 가면 아이 엄마인데, 식사를 직접 챙겨주는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 일을 시작하고는 정보를 확인하는 것만큼은 지키려고 한다. 화장품이나 개인 위생 용품의 라벨을 읽고 환경호르몬이 없는 제품을 사려고 노력한다. 집에서는 플라스틱을 되도록 쓰지 않고 천으로 된 용품을 쓴다. 먹거리는 주로 생협 제품을 쓰려고 한다. 다만 생협의 경우 농약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관리하지만, 환경호르몬을 관리하는 건 아니어서 절대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원 : "배달 음식을 먹지 않으려 한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에 더해 외식에 비해 플라스틱 용기에 담으면서 포장이 한 차례 더 들어가 (건강에) 좋지 않다.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스테인리스 재질로 된 조리 도구를 사용하려 하고 되도록 돼지고기도 가공되지 않고, 튀기거나 구운 것보다는 삶아서 먹으려 한다."

 

- 캠프를 통해 향후 어떤 결과를 예상하나?

 

김원 : "캠프는 (최종) 목적이 아니라 단기 목표에 불과하다. 행사를 통해서 시민 의제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다. 이런 상황이 더 잘 알려지고 시민들이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면 이를 지지하고 응원해 주면 좋겠다. 야채도 농약만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호르몬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개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환경호르몬FREE가족캠프#노동환경건강연구소#환경호르몬#화장품라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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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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