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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투세 강행은 우리 스스로 퍼펙트 스톰을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전날 국내 증권시장이 대폭 하락한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쟁점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투세 강행은 우리 스스로 퍼펙트 스톰을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전날 국내 증권시장이 대폭 하락한 가운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쟁점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 한동훈 대표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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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강행은 우리 스스로 퍼펙트 스톰을 만드는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전날 국내 증권시장이 대폭 하락한 가운데 금투세 폐지를 쟁점으로 들고 나온 것이다. 
 
한동훈 "대만, 금투세 유사한 제도로 주가 폭락... 한국이 왜 그 길로 가야 하나"
 
한 대표는 이번 증권시장 대폭락에 대해 "미국 고용 전망 악화로 미국 경기불황 우려가 생긴 점, 빅테크 기업들의 부진이 우려되는 점, 일본 엔케리 트레이드에 이상징후가 보이는 점, 중동 전쟁 등 불안우려가 커진 점 등 해외발 영향"이라고 규정하며 "이번 기회에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우리 증시의 수요기반 확충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금투세 폐지, 밸류업 세제 등이 그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금투세를 강행한다면, 하반기의 세계적 불안요소들에 더 큰 불안요소를 더하는 '퍼펙트 스톰'을 우리 스스로 만들고 우리 스스로 거기 들어가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 대표는 "대만은 1988년 금투세와 유사한 주식 양도세 도입 발표 직후 주가가 36.2%나 폭락했다. 우리가 왜 그 길로 가야 하나?"라며 대만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대만판 금투세' 도입한 1989년 주가 살펴보니
 한 대표의 발언대로 자본이득세 도입 발표 직후 대만 주가가 30% 이상 폭락한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정작 1989년 1월 자본이득세가 도입된 후 5개월 만에 1만 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자본이득세 부과가 철회되는 1990년까지 1989년 하반기 내내 자본이득세 도입 발표 전 이상의 주가를 유지했다.
 한 대표의 발언대로 자본이득세 도입 발표 직후 대만 주가가 30% 이상 폭락한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정작 1989년 1월 자본이득세가 도입된 후 5개월 만에 1만 포인트 가까이 상승해 자본이득세 부과가 철회되는 1990년까지 1989년 하반기 내내 자본이득세 도입 발표 전 이상의 주가를 유지했다.
ⓒ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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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대표가 예시로 든 대만의 사례가 과연 금투세 도입과 관련한 적절한 예시인지는 의문이다. 
 
먼저 대만의 주식 양도세와 한국의 금투세는 엄연히 다른 정책이다.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 등을 거래해 발생하는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주식은 연 5000만 원 이상,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 원 이상)이면 초과분에 22% 세율을 적용하는 세금이다. 반면 대만이 1988년 주식양도세로서 도입 시도한 '자본이득세'는 주식양도차익에 최대 50%의 세율을 부과하는 세금으로 최대 22%인 금투세와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발표 및 시행 시기의 차이도 있다. 금투세는 지난 2020년 여야 합의로 도입돼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이후 2025년 1월로 시행 시기를 2년 늦춘 상태다. 반면 대만의 자본이득세는 1988년 9월 24일 도입을 발표하고 약 3개월 후인 1989년 1월에 곧바로 시행하겠다고 밝혀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물론 한 대표의 발언대로 자본이득세 도입 발표 직후 대만 주가가 30% 이상 폭락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1988년 9월, 8403포인트였던 대만 가권지수는 자본이득세 도입 직전인 같은 해 12월에는 5119포인트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정작 1989년 1월 자본이득세가 도입된 후 5개월 만에 1만 포인트로 상승해 자본이득세 부과가 철회되는 1990년까지 1989년 하반기 내내 자본이득세 도입 발표 전 이상의 주가를 유지했다.
 
이후 1990년 자본이득세 부과가 철회되었으나 일본 증권시장이 급락함에 따라 대만 증권시장 역시 폭락, 1990년 9월에는 2705포인트로 자본이득세 도입 당시와 비교해 67% 넘게 폭락했다.
 
자본이득세가 1년 내내 시행된 1989년의 대만 가권지수 연말 종가는 9624.18포인트였다. 27년이 지난 2017년에서야 대만 가권지수 연말 종가는 1989년의 연말 종가를 넘어섰다. 전체적인 주가 양상을 보면 오히려 자본이득세 폐지 직후 대만 증권시장이 하락장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고도 얘기할 수 있는 셈이다.
 
"대만 실패 이유, 3개월 만에 밀어붙인 정책과 금융실명제 미도입 때문"
  
 '소액주주 주식양도소득세 도입방안 및 세수효과분석'라는 제목의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도 대만의 자본이득세 도입 실패 이유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아 자본이득세 시행시 차명계좌 노출을 꺼린 투자자들의 반발과 제도시행 3개월 전에 정책이 예고되는 긴급성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액주주 주식양도소득세 도입방안 및 세수효과분석'라는 제목의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도 대만의 자본이득세 도입 실패 이유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아 자본이득세 시행시 차명계좌 노출을 꺼린 투자자들의 반발과 제도시행 3개월 전에 정책이 예고되는 긴급성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국회예산정책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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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대만은 당시에도, 지금도 금융실명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자본이득세를 도입하자 대만 주식투자자 상당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세금을 우회해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세금이었기에 대만 당국은 1990년 자본이득세를 폐지하는 대신 일괄 적용되는 증권거래세를 0.6%로 인상했다.
 
'소액주주 주식양도소득세 도입방안 및 세수효과분석'라는 제목의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에도 대만의 자본이득세 도입 실패 이유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아 자본이득세 시행시 차명계좌 노출을 꺼린 투자자들의 반발과 제도시행 3개월 전에 정책이 예고되는 긴급성 등의 이유로 실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한동훈 대표가 언급한 대만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이미 금융실명제가 자리잡은 지 오래이고 제도시행까지 5년 가까이 걸린 한국의 금투세 도입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대만의 주가 역시 자본이득세 시행 직후에는 폭락했지만 이후에는 시행 이전에 비해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금투세 시행으로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쓰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동훈#금융투자소득세#대만#자본이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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