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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나호가 거문도항에 정박한 모습으로 사진전문가 박호성씨가 찍은 야경모습이다.
 코리아나호가 거문도항에 정박한 모습으로 사진전문가 박호성씨가 찍은 야경모습이다.
ⓒ 박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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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8월 2일~4일) 대한민국 유일 범선인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대원 41명이 남해안 명품섬 탐방에 나섰다. 대원들의 방문 예정지는 사도·연도·백도·거문도이다.

2일(금) 아침 9시. 서울·부산·강원도 등 전국에서 캐리어를 끌고 여수 소호동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 홍조가 띠었다. 이유가 있었다. 순풍에 커다란 돛을 펴고 태평양을 항해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코리아나호 모항은 여수 소호동에 있는 소호마리나다. 길이 41m, 총톤수 135톤인 코리아나호에는 11개의 돛과 높이 30미터에 달하는 4개의 마스트가 있다. 돛을 모두 펴면 300평 정도나 된다.

보통은 5~6개 정도의 돛을 펴고 바다를 항해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세계범선축제에 참가해 11개의 돛을 편 코리아나호 모습은 장관이었다.

2일 오전 9시 반, 사도를 향해 출발했던 배는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열도를 따라 항해하다 오후 3시쯤에 연도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연도는 보물섬 전설이 내려오는 섬이다. 아울러 둘레길을 따라가면 멋진 연도등대도 있는데 일행은 등대 탐방에 나설 엄두를 낼 수 없었다. 근래 들어 최고의 폭서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연도에서 1박한 일행이 거문도 백도로 출항하기 직전에 코리아나호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2일, 연도에서 1박한 일행이 거문도 백도로 출항하기 직전에 코리아나호 앞에서 기념촬영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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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로에 살고 있는 김종우(왼쪽)씨는 올해 나이 76세다. 전남도청 예비군 중대장을 역임했다는 그는 거문도 벼락바위 위에 천연동백나무 숲 4500평이 있어 거문도와 백도를 보고 싶어 참가했다고 한다. 용산에 살고있는 박호성(오른쪽)씨는 20년째 경관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이다. "경관이 좋은 곳만 있으면 포크레인을 들이대고 자연을 파괴하는 게 싫어 자연보호 차원에서 풍광사진을 찍게 됐다"고 한다.
 종로에 살고 있는 김종우(왼쪽)씨는 올해 나이 76세다. 전남도청 예비군 중대장을 역임했다는 그는 거문도 벼락바위 위에 천연동백나무 숲 4500평이 있어 거문도와 백도를 보고 싶어 참가했다고 한다. 용산에 살고있는 박호성(오른쪽)씨는 20년째 경관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이다. "경관이 좋은 곳만 있으면 포크레인을 들이대고 자연을 파괴하는 게 싫어 자연보호 차원에서 풍광사진을 찍게 됐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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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6시, 역포항을 떠난 배가 백도와 거문도를 향해 항해하자 망망대해가 나타났다. 정채호 선장이 선곡한 '마이웨이', 아바의 '맘마미아' 등의 아름다운 음악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흥겨워하는 일행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다 내음과 50센티 정도의 파도로 배가 흔들리자 "정말 좋다!"를 연발하는 분도 있고 멀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분도 있다.

우리의 인생도 종종 이런 항해에 비유된다. 살다 보면 모진 바람과 예기치 못한 사건이 몰려오기도 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물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바다에 나가면 거친 물살과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폭풍우가 다가오기도 한다. 다가오는 거친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 항구에 정박한 후 느끼는 안도감이 항해의 맛이다. 대원들 대부분이 거친 풍파를 헤치며 인생 항해를 마칠 나이인 60대로 보였다. 대원들은 먼바다를 응시하며 평화로움을 즐기고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백도

연도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섬은 백도이다. 크고 작은 섬이 백 개 중에 하나가 부족하여 일백 '百'자의 한 획을 떼어버리고 백도(白島)라 불렀다 하기도 하고 멀리서 보면 섬이 하얗게 보여 백도라 불렀다고도 한다.

거문도에서 28㎞ 쯤 떨어진 백도는 다도해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함부로 낚시하거나 배를 정박할 수 없다. 출입이 가능했던 등대섬도 훼손을 막기 위해 20년전부터 입도가 금지되었다.

백도는 만물상이라고 한다.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백도를 정말 가까이 다가가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정채호 선장의 허락을 받아 코리아나호에 카약을 싣고와 백도 탐방에 나선 김주형씨 얘기다.
 
 코리아나호에 카약을 싣고 온 카약커들이 코리아나호가 기다리고 있는 동안 백도를 돌아보고 있다. 카약커들에게 백도카약킹은 꿈이라고 한다.
 코리아나호에 카약을 싣고 온 카약커들이 코리아나호가 기다리고 있는 동안 백도를 돌아보고 있다. 카약커들에게 백도카약킹은 꿈이라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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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나호가 맨앞에 있는 제노아 돛을 펴고 항해하는 모습. 앞에 있는 여인상은 설치예술가로 유명한 최병수씨 작품이다.
 코리아나호가 맨앞에 있는 제노아 돛을 펴고 항해하는 모습. 앞에 있는 여인상은 설치예술가로 유명한 최병수씨 작품이다.
ⓒ 김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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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타는 사람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섬 중 하나가 백도입니다. 그러나 갈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항상 그 방법을 찾다가 대부분 포기하고 맙니다. 독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번 항해에서 카약을 범선에 싣고 백도에서 하선하여 백도를 카약킹하도록 선장님께서 허락해주셨습니다.

카약타는 사람으로서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백도를 카약으로 둘러볼 수 있다니. 경치는 정말 아름다웠고 타는 동안에 '와아'하는 감탄사를 연발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아름답다는 울릉도, 홍도, 선유도, 가거도, 어청도, 제주도 등 여러 섬을 카약으로 둘러보았어요. 그곳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백도는 참으로 가기 어려운 곳이라 그 감격이 더했습니다.

나는 카약을 타면서 빙하카약, 독도카약, 백도카약이 버킷리스트였는데 올해 아이슬란드 빙하카약과 백도 카약을 이루었으니 의미 있는 한 해가 된 것 같습니다."

대원을 인솔하는 3조장 정철화씨는 물리교사이다. 14년째 카약을 즐긴다는 그는 "물이 좋아서, 안 해본 스포츠가 좋아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20년째 카약을 탄다는 강경자씨는 대한민국 여자카약 1세대이다. 부모님이 스포츠맨이라서 자신에게 스포츠를 좋아하는 DNA가 있어 야외활동을 좋아한다는 그녀. 야외스포츠 활동하느라 새까맣게 탔을 뿐만 아니라 점심 식사 후 솔선해서 식기를 씻는 그녀의 프로정신이 눈에 띄어 대화를 나눴다.

"카약은 내 힘으로 하는 스포츠이고 남한테 피해주지 않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데 왜 남의 시선을 의식합니까? 지금처럼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남편과 함께 폴딩카약을 타면서 남편한테 의지하기도 하고 공감하면서 동지애를 느껴요.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줍니다.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패들보드를 타고 백도를 돌아본 것입니다."

한반도 근대문화유산 1번지 거문도

백도 관광을 마친 일행의 다음 목적지는 거문도다. 거문도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섬 중 하나이다. 왜 대한민국 사람들이 거문도 방문을 원할까? 거문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한반도의 육지와 제주도를 잇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거문도 해저케이블은 1885년에 포설되어 상해까지 연결되었다. 1904년 일본의 사세보에서 중국 대련까지 육양된 걸 보면 거문도가 통신 요충지였음을 뜻한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망의 시작점인 셈이다
 거문도 해저케이블은 1885년에 포설되어 상해까지 연결되었다. 1904년 일본의 사세보에서 중국 대련까지 육양된 걸 보면 거문도가 통신 요충지였음을 뜻한다. 어찌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망의 시작점인 셈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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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일본 큐슈(161㎞), 대마도(168㎞)와도 가깝다. 큐슈와 대마도가 부산(197㎞)보다 더 가깝다. 거문도와 제주시의 거리는 110㎞정도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세계 열강들이 탐낸 섬이다.

세종 22년(1440년) 왜인들이 거문도를 탐냈다. 세계열강이 거문도를 탐낸 것은 근대에 이르러서다. 영국과 러시아가 거문도를 둘러싼 각축을 벌였고 미국도 잠시 눈독을 들였다. 그러다가 1885년 영국이 거문도를 불법 점거하는 '거문도사건'을 일으켰다.
 
 1905년에 설치된 거문도 등대. 인천 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세워졌다.
 1905년에 설치된 거문도 등대. 인천 월미도 등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세워졌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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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넘어 해안을 건너서 거문도 등대까지 가는 길에서 만나는 동백나무 숲 터널 모습.
 목넘어 해안을 건너서 거문도 등대까지 가는 길에서 만나는 동백나무 숲 터널 모습.
ⓒ 박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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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 점령후 영국군은 사람이 적게 살던 고도에 막사를 짓고 항만 공사를 했다. 테니스 코트와 당구장 등도 이때 처음 생겼다. 이들은 극동주둔군 사령부가 있던 상해와의 해저 케이블 공사를 이스턴 텔레그라프사에서 시행하고 두 명의 직원을 거문도에 상주시켰다.

거문도 해저케이블은 1885년 중국 상해까지 해저케이블이 포설되었으며 이는 이 땅에 육양된 2번째 전기통신시설이다. 1904년에는 일본의 사세보에서 중국 대련까지 해저케이블이 육양됐다. 이는 거문도와 울릉도가 극동의 통신 요충지였음을 뜻한다.

파출소 뒤안 길을 따라 가면 영국군 수병 묘지가 있다. 묘지에는 화강암 비석과 나무 십자가, 두 개의 묘비와 묘비가 있다. 비문에 새겨진 글 내용이다.
 
 영국군 묘지를 둘러보는 일행들 모습
 영국군 묘지를 둘러보는 일행들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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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문도 근대문화유산 현장을 둘러보고 코리아나호로 돌아오던 중 우연히 만난 140여년 만의 조우(?). 앞에 서있는 남자는 러시아인 셰면이고 뒤에 서있는 여성은 부산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영국인이다. 영국은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막기위해 거문도를 점령했었다.
 거문도 근대문화유산 현장을 둘러보고 코리아나호로 돌아오던 중 우연히 만난 140여년 만의 조우(?). 앞에 서있는 남자는 러시아인 셰면이고 뒤에 서있는 여성은 부산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영국인이다. 영국은 러시아의 남진정책을 막기위해 거문도를 점령했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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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3월 알바트로스호의 수병 2명이 우연한 폭발 사고로 죽다. 윌리엄 J 머레이와 17세 소년 찰스댈리."

십자가에는 "1903년 10월 3일 알비온호 승무원 알렉스 우드 잠들다"라고 새겨져 있다. 영국이 거문도에서 철수하자 이번에는 일본이 러일전쟁의 승리를 발판 삼아 1905년 거문도를 점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거문도를 어업전진기지와 전략적 요새로 삼아 지배했다.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한반도 근대문화유산 1번지와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아름답다는 백도를 돌아본 일행은 내년을 기약하고 각자의 집을 향해 떠났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코리아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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