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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휴가를 맞아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머물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진해기지사령부체육관에서 족구 시합 중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4.8.7
 여름휴가를 맞아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머물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진해기지사령부체육관에서 족구 시합 중인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4.8.7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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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군 간부들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일 오후 진해 해군기지에서 해군, 해병대 장병들과 농구와 족구 등을 하면서 단합을 다졌다고 합니다. 전날인 6일에는 해병, 해군 장병과 간부, 주요 지휘관들과 저녁 식사도 함께 했습니다.

이날 한 해병대 장교는 "지난 20년 군 생활 동안 지금처럼 자랑스러운 적이 없었다.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제복 입은 군인을 기억하고 대우해 준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전역을 앞둔 해군 특수전전단 부사관은 "지난해 역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해군 특수전전단을 방문, 격려해 주셔서 대원들의 사기가 충만해졌다"며"대통령과 함께 바다로, 세계로!"라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대통령실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고,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군대 관련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 SNS에선 대통령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군 간부들이 껄끄럽고 불편한 이야기를 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초급 간부 지원율은 하락, 전역자는 늘어나는 현실

군대의 허리를 담당하는 부사관과 초급 장교 지원율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해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부사관 선발률은 2021년 89%에서 2022년 87%, 2023년 62%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100명 선발을 계획했지만 62명밖에 선발하지 못 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함상 근무를 하는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이 높은 해군 부사관의 경우 지원자가 낮아 내년 3월에 임관하는 286기 해군 부사관 후보생부터는 아예 필기시험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해병대는 올해 406기 부사관 후보생부터는 선발 과정에서 필기시험을 치르지 않았습니다.
 
 군대 관련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예비역 대위 출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캡틴 김상호' 채널
 군대 관련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예비역 대위 출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캡틴 김상호' 채널
ⓒ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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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문 유튜브 채널 '캡틴 김상호'를 운영하는 예비역 대위 출신 김상호씨는 7월 말 "부사관, 장교 모집이 어렵다는데... 왜 이렇게 하는 거죠??"라는 영상에서 "10명의 노하우를 가진 (부사관이) 나가고 6명의 신입 (부사관)이 들어온다"며 "임무수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씨는 앞선 여러 방송에서도 부사관 모집이 어렵고 전역자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병사보다 낮은 급여▲ 낮은 수당과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현실▲ 열악한 근무환경과 복지 등을 꼽았습니다.

군대 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도 "당직 수당은커녕 출장 여비 등이 몇 달 동안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낮은 급여에 훈련을 받으면서 내 돈으로 밥을 사 먹어야 한다", "아내와 맞벌이를 해서 겨우 살고 있는데 근무지를 또 옮겨야 한다"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군 초급간부 처우 개선한다?... 믿지 않는 현역 부사관들

지난해 국방부는 초급 간부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대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예산이 반영되거나 시행된 정책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가 밝힌 군 초급간부 처우 개선 대책 중▲ 간부 숙소 1인 1실 확보 ▲ 24시간 상시 근무 군인 휴일·야간 근무수당 신설 ▲ 일반공무원 수준으로 당직근무비 증액 ▲ 성과상여금 기준호봉을 그에 상응하는 공무원 직급과 유사한 수준으로 상향 조정 ▲ 하사 호봉 승급액을 그에 상응하는 공무원 직급 수준으로 인상 ▲종합건강검진 및 간병비 지원 추진 등은 아예 예산안에 반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왼쪽 여섯 번째)이 2일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에서 '부사관 복무여건 개선 및 획득률 향상'을 위한 토의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8.2
 김선호 국방부 차관(왼쪽 여섯 번째)이 2일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에서 '부사관 복무여건 개선 및 획득률 향상'을 위한 토의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4.8.2
ⓒ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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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전북 익산시 육군부사관학교를 방문해 '부사관 지원율 제고와 복무여건 개선을 위한 현장 토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각 군 및 해병대주임원사들은 중견 부사관들의 이탈 현상 및 지원율 하락의 원인으로 ▲ 업무강도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로 인한 복무 만족도 저하 ▲ 격오지 거주 및 열악한 주거 여건 ▲ 부사관 복무에 대한 자긍심 고취 미흡 등을 꼽았습니다.

김 차관은 "부사관의 역량이 우리 군 전투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으로 부사관들의 복무여건 개선과 지원율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관련 뉴스를 접한 현역 부사관들은 이번에도 흐지부지 될 것이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군 관련 커뮤니티 등과 SNS에서는 "초급 간부들의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임오군란이 왜 벌어졌는지 이해가 된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만난 군 간부들이"자랑스럽다", "사기 충만"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누구 말이 맞는지는 군대를 떠나는 초급 간부들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윤석열#군대#부사관#국방부#부사관처우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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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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