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점은 하나의 문화공간으로서 그 지역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학령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책을 읽는 사람마저 줄어들면서 서점이 명맥을 유지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소멸 위험에 노출된 소규모 지역일수록 시간의 무게를 견디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문을 연 지 40여년이 넘은 경남 함양군의 가장 오래된 책방 '대암서적'은 지역의 귀한 장소다. 함양읍에 있고, 5만 권 이상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대암서적은 1977년도에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 계속해서 있으면서 지역의 변화를 덤덤하게 지켜봐왔다.
형님에게 물려받아 30년 가까이 대암서적을 운영·관리하고 있는 윤수진(57)씨도 마찬가지다.
"서점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들락날락하던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왔어요. 이제 성인으로 자란 아이들을 보면서 괜히 뿌듯해지고 또 아는 척을 해주면 고맙고 그렇네요. 함양 발전 상황도 보고 사람이 같이 살아간다는 걸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서점을 운영하는 데 있어 큰 보람인 것 같습니다."
그가 대암서적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다. 대학을 졸업한 후 평범한 직장생활을 이어오던 윤수진씨는 당시 대암서적을 운영하고 있던 둘째형님이 진주에 도매서점을 인수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1995년에 진주에서 처음으로 서점일을 돕게됐다. 바로 이듬해 형님이 운영하던 서점을 곧바로 물려받으면서 다시 고향 함양으로 돌아왔고 지금까지 대암서적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저는 평범한 직장 생활을 예전부터 희망해왔습니다. 아버지가 장사를 하셨는데 빡빡하게 일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그냥 직장을 다니면서 조직에 인정을 받고 싶었죠. 그런데 결국은 아버지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됐고, 지금은 가던 길 열심히 가서 마지막 마무리를 잘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밝힌 것처럼 지역의 오래된 서점들은 하나둘 위태로워지면서 점점 그 역사의 시간을 매듭짓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40여년을 함양의 대표 서점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곧 50년을 바라보고 있는 대암서적. 윤수진씨는 대암서적이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에 대해 지역사회의 사랑이 큰 버팀목이 됐다고 전했다.
"인구소멸과 더불어 학생 수 감소가 서점에는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군민들이 시가지에 하나 남은 저희 서점을 많이 이용해 주시면서 사랑해줬습니다. 또 교육기관, 행정기관에서도 지역서점 활성화 차원에서 많은 책들을 구입해 준 것이 큰 도움이 됐죠. 이철우 전 군수님도 자주 저희 서점을 방문하시는데 항상 지역 서점의 중요성을 강조하시곤 합니다."
지역사회의 사랑을 바탕으로 인생의 반을 함께한 대암서적에 대해 윤수진씨는 우연히 만났지만 참 좋은 인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연히 만났지만 참 좋은 인연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뜻하지 않게 인연이 되어가지고 이렇게 오랜 시간 할 줄은 계획에도 없었죠. 운영을 하면서 정이 들었고 이제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제 업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대암서적과의 후회없는 동행을 계속해서 이어가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