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들이 전역하는 이유가 장군 감축 때문이라며 군 처우 개선을 위해선 장군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지난 2023년 4061명의 5~10년차 중·장기 간부들이 자원에 의한 전역을 했다. 이는 2년 전과 비교해 1240명(46.9%)이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 장군을 70명 줄였다"면서 "현재 후배들은 국가를 위해 열심히 봉사한다고 해도 장군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데다, 처우가 일반 병사에 비해 큰 이점이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창끝 전투력'의 핵심인 간부들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의원의 말을 요약해 보면 5년차 이상 10년 차 이하 군 간부들이 장군 정원이 감소돼 진급할 희망이 없어서 전역을 하니 군 처우 개선을 위해 장군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장군 진급이 어려워 전역한다?... 육사 출신 의원의 황당한 주장
한기호 의원의 주장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S뉴스>가 지난 6월에 보도한 "'중기 복무' 전역자 1년새 35%↑…군 허리 나간다"라는 리포트를 보면 한 의원의 주장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일선 부대에서 중 장기 간부들이 전역하는 이유로 꼽은 것은 낮은 급여와 잦은 이사, 비효율적인 업무입니다. 복지와 근무 여건이 주된 이유인 셈입니다.
또한, 장군 진급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부사관 중 5년 차 중사들도 대거 전역을 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면 중기 복무 간부들이 장군 진급이 어려워 전역을 선택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장군 정원 확대가 간부 처우 개선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한 의원의 주장이 일부 육사 출신을 위한 발언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장군(준장) 진급자를 보면 육사 출신이 80%에 달합니다. 3사관학교, 학군(ROTC), 학사 등 일반 출신은 육사보다 장군 진급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육사 31기로 중장으로 예편한 한 의원이 육사 후배들을 위해 장군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간부들이 도시락 싸 다닌다?... 한기호, 유튜버 주장은 거짓말
중장으로 예편한 한기호 의원은 군 전문가라며 국회 국방위원장도 하는 등 꾸준히 국방위에서 활동했습니다. 하지만 군 현실과 맞지 않는 주장과 발언을 한다며 군대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군 출신 유튜버에게 비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 의원은 육군 중장 출신 정항래씨가 운영하는 <국방본색>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습니다. 이날 방송에선 군 간부들이 급식비 문제 등으로 도시락을 싸 다니거나 단체로 도시락을 사서 먹는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 의원은 일부 군대 유튜버들의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에 예비역 대위 출신 유튜버 '캡틴 김상호'는 "군 간부들이 훈련이나 당직근무를 하면서 부대에서 세 끼를 다 먹으면 영외급식비를 오버해 적자"라며 "갑자기 비상이 걸릴 때 식사 추진도 어렵고, 부대 자체 조달 도시락 업체도 부실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당직근무비와 수당 등 군 간부들의 근무 여건은 나아진 게 없다"면서 "장군 출신으로 10년 넘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으로 현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한 것도 없다"며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군 출산, 육아 지원 정책과 소령 정년 연장이 무슨 연관?
지난해 2월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이었던 한기호 의원은 군 간부들과 함께 군 출산, 육아 지원 정책 개선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날 한 의원은 국방일보와도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국방일보 인터뷰를 보면 "양구군에 있는 민간 산후조리원장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원장의 말로는 산모 중 90%가 군인 또는 군인 가족이었다. 그분이 출산한 군인들에게 어떠한 제도적 혜택이 있냐고 물었는데, 할 말이 없었다"라고 말하고 "군인의 직업적 안정성을 포함해 출산·육아 지원정책의 맥락에서 (소령 정년 연장)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여군은 대부분 부사관이었습니다. 소령 정년 연장이 여군 부사관의 출산·육아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앞서 한 의원은 2013년에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서 임신 중 과로로 숨진 여군 장교에 대해 "그분에게도 상당하 귀책사유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