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의 과거사를 담지 않은 것에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일본과 관련해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2026년 4만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라며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 달러를 기록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과의 관계나 식민 지배, 강제 징용 등 역사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남북 당국 간 실무 차원의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한다"라면서 남북 관계와 통일을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들, 일본 비판 많았지만... 작년에 이어 비판 전무"
일본 공영방송 NHK는 "윤 대통령은 작년에는 한일 관계를 언급했으나 관계 개선이 진행되는 가운데 올해는 경제 이슈로 '일본'이라는 말을 썼을 뿐 양국 관계를 둘러싼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협의체 설치를 제안한 것에 대해 "한국에 대항 자세를 강화하는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라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윤 대통령이 일본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 행사 연설에서 대일 관계나 역사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한국 경제가 성장해서 일본과의 소득, 수출액 격차가 줄어든 점만 지적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역대 한국 대통령은 광복절 연설에서 역사 문제 등을 둘러싼 대일 비판을 담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하지만 대일 관계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작년에 이어 일본 비판이 전무했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통령이) 광복절 연설에서 일본과 관련한 생각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한국의 진보계 최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 등 윤 대통령의 대일 정책에 비판적인 야권은 행사에 불참하고 별도로 집회를 열었다"라며 "대일 관계를 둘러싼 한국 내 분단이 드러났다"라고 전했다.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윤 대통령이 연설 대부분을 통일 문제에 할애했고, 일본과의 역사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라며 "자신이 취임한 후 한일 관계가 빠르게 개선된 것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독립운동가 후손들인 '광복회' 등 주요 관련 단체나 야당 의원들이 대거 행사에 불참하는 등 이례적인 사태도 일어났다"라며 "한국 사회에서 '친일'이나 '반일'을 둘러싼 뿌리 깊은 대립이 다시 부각됐다"라고 보도했다.
여당서도 비판 목소리... "역사적인 부분 짚어야"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과의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여당 일각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8·15 경축사니까 해방과 광복의 기쁨, 그리고 우리 선조들의 피눈물 나는 노력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언급을 해주셨으면 좋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를 기리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토대와 발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미래에 대해 어떻게 나아가야 되겠다는 지향점도 말했으니까 (과거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광복절이면 일본에 대한 언급이 없을 수 없지 않다"라면서 "지금은 일본과 어느 정도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사적인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되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언급하고 이것을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다시 한번 언급하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빠져서 아쉽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