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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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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회담의 제의도 대단히 환영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가 재선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 제안에 긍정적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취임 일성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에게 각각 회담을 요청한 바 있다(관련 기사: '재선' 이재명, 윤석열 '영수회담' 한동훈 '대표회담' 제안).

하지만 여당과 제1야당 대표 간 회담 '의제'를 두고서는 당내 분위기가 미묘하다. 전날(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동훈 대표는 "민생을 위한 대승적 협력의 정치를 이재명 대표와 함께 하고 싶다"라며 "금투세 폐지 등 시급한 민생 현안들에 대해 조만간 뵙고 많은 말씀 나누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만남에는 찬성하면서도, 만나서 할 대화의 방점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처럼 다른 이슈 쪽에 찍은 것이다.

한 대표는 19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다양한 의제"라고 에둘러 언급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협상을 제안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불편한 기류가 이날 회의 도중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1:1 회동이 실제로 성사되기 위해서는 양당의 지난한 물밑 협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 잡자"

▲ 한동훈, 이재명 대표회담 제안에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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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어제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있었다. 이재명 신임 당 대표의 당선을 축하드린다"라며 "어제 하신 대표 회담의 제의도 대단히 환영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조속한 시일 내에 시간과 장소를 잡았으면 좋겠다"라며 "대표회담을 통해서 여야가 지금 미루어지고 있는 여러 민생 과제들에 대해서 실질적인 많은 결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다양한 의제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라고도 덧붙였다.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회의 때 (당 대표 회담 관련) 언급은 없었습니다만, 모두(발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그런 부분에 대해서 '다 열려 있다' 하는 입장을 (한동훈 대표가) 밝히셨다"라고 이야기했다. 의제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제의를 한다면, 함께 검토를 하도록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같은 회담이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민주당 주도하에 야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재의결 과정을 거쳐 폐기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수사 외압 의혹이 점차 구체화하고 있는 만큼,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특별검사 도입이 필수적이라는 취지이다. 특히 한동훈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점을 집요하게 추궁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 역시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 주요 의제로 해당 특검법을 강조하고 있다.

제3자 특검 논의하려면 '채상병 특검법·탄핵 청문회' 먼저 철회하라?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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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날 '친한(동훈)계'의 수장격인 장동혁 수석최고위원은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장 최고위원은 "경찰과 검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하고 있는 사안을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검으로 해결하자며 정쟁을 일삼는 것이 정치의 역할은 아닐 것"이라며 "두 번이나 부결된 해병대 특검법을, 재의 요구에 의해 부결되자마자 득달같이 다시 발의하는 것이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이미 '제3자 특검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놓고, 어제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는 '여전히 민주당 발의 특검안이 최선'이라면서도 '특검 도입을 전제로 더 좋은 안이 있는지 열린 논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라고 짚었다.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제3자 특검안을 수용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특검 추천만큼은 민주당이 해야 한다는 것인지, 제3자로 하더라도 그 제3자는 민주당이 콕 찍어주는 제3자여야 한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라는 지적이었다.

장 최고위원은 "제3자 특검안을 제안한 것은 이재명 대표가 말한 것처럼 '긴급한 국가 과제는 산적한데 정치는 무얼 하고 있느냐'는 국민들의 질책에 답하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민주당이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정치를 살려 국민께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면 특검법 남발과 무책임한 탄핵 몰이를 중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제3자 특검안을 수용하고 정쟁 국회를 민생국회로 돌려놓을 진정성이 있다면 이미 제출된 위헌적인 특검안을 철회하고, 더 이상의 특검법 발의와 탄핵 청문회를 중단하겠다는 선언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민주당의 특검법안 철회와 탄핵 청문회 중단을 제시한 셈이다.

일단 국민의힘은 이를 '공식적인 요구조건'으로까지 설정하지는 않았다. 곽 수석대변인은 같은 자리에서 장 최고위원의 발언이 "당의 입장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지금 재의 요구돼서 와서 다시 부결된 안건에 대해서 더욱 강화된 형태의 특검 법안을 바로 냈기 때문에, 민주당에서 '이게 과연 제3자 특검에 대해서 진정성이 있는 언급이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당내 의구심이 굉장히 많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제3자 특검을 언급하는 진정성을 신뢰할 수 없으니, 신뢰를 담보할 만한 선조치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셈이다.

#한동훈#이재명#당대표회담#해병대채상병특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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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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