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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탁구에 입문한 지 햇수로 3년 차이다. 여전히 초보 티가 풀풀 나지만 처음 입문했을 때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로 성장했음을 느낀다. 어느 정도 실력이 늘면 자연스럽게 게임도 많이 하게 된다.

탁구장에 가면 으레 복식을 치게 된다. 10개 안팎의 테이블을 갖춘 소규모 탁구장에서 단식을 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고, 회원들 간 재미있게 치기에는 복식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회원들 간 친선 게임이다 보니 승패보다는 즐겁게 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게임 중에 상대방이나 파트너의 말 한 마디, 무매너와 미묘한 태도에 기분이 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는 '관계'가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피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 지나치게 '승부욕'에 불타는 사람은 경기 내내 부담스럽다. 이겨도 맘껏 즐거워할 수도 없고, 실점을 많이 하면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 또 파트너나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이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도 잦다. 탁구 게임 중 '피하고 싶은 복식 파트너나 게임 상대'로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 열 가지로 추려보았다.

탁구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파리올림픽 탁구 종목에서 메달 획득으로 최근 탁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탁구장에서 즐겁게 운동하기 위해서는 기본 매너를 지키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 탁구장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파리올림픽 탁구 종목에서 메달 획득으로 최근 탁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탁구장에서 즐겁게 운동하기 위해서는 기본 매너를 지키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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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격하지 말고 그냥 넘기기만 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하수'가 자주 듣는 말인데 정작 문제는 '고수'에게 있다. 하수가 애써 공을 연결해 주더라도 정작 고수의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게임에 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복식은 파트너 간 호흡이 중요하다. 설사 하수가 실수해도 '잘했다. 평소 배운 대로 해 봐라'라며 격려해 주는 것이 진정한 고수가 아닐까.

2. "커트로 넘겼어야지. 공격을 했어야지."

파트너가 실점할 때마다 매번 '레슨'을 하는 사람이 있다. 어정쩡한 고수들 중에 많다. 실점할 때마다 자세 교정을 받거나 코멘트를 듣게 된다면 하수는 더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경기 집중도 안 되고 심하면 짜증이 난다. 게임할 때에는 파트너를 믿고 게임만 하자. 알려줄 것이 있으면 게임이 끝나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

3. "안 되는 거 될 때까지 해 보려고."

게임을 하지 않고 연습을 하는 사람이 있다. 연습한 것을 실전에서 해 보고 싶은 마음이야 백 번 이해하지만 본인이 연습하는 동안 게임에서 진다면 파트너가 좋아하겠는가. 복식은 엄연히 파트너가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4. "열흘 만에 탁구장에 나와서 정말 못 쳐."

게임을 하자고 하면 매번 앵무새처럼 똑같은 핑계를 대며 실력이 안 된다고 엄살을 부린다. 그래서 '게임을 하겠다는 것인가 안 하겠다는 것인가.' 매번 반복되는 엄살은 게임에 질 경우를 대비해 핑곗거리를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5. "저도 못 쳐요. 핸디 없이 쳐요."

고수 중에 '하수'에게 핸디를 주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다. 핸디는 실력차가 나는 사람들끼리 경기할 때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선점수를 주는 것을 말한다. 핸디를 받아도 하수가 고수를 이기기 쉽지 않다.

설사 이겼다고 해도 자신이 고수보다 잘 친다고 생각하는 하수는 없다. 오히려 '고수가 일부러 져 줬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고수들이여. 아득바득 하수에게 이길 생각 말고 가끔 하수에게 핸디도 팍팍 주고 게임도 져 주자. 하수는 그런 사람을 '진정한 고수'로 여긴다.

6. "이렇게 소리를 질러야 스트레스가 풀려."

게임 중 '파이팅'을 위해 기합을 넣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다른 회원들이 불편해할 정도로 고함을 질러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푸는 동안 타인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7. "이런 공도 못치고, 난 바보야."

게임 중 실점할 때마다 자기 자신을 '바보, 멍청이'라고 욕하고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다. 다음에 잘 치면 될 일을 자기 자신을 비하할 것 까지는 없는 것 같다.

8. "나는 왼손잡이라 여기서 쳐야 편해."

탁구 복식은 동선이 꼬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자신은 꿈쩍도 않으면서 파트너에게만 자리를 비키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파트너가 되었을 때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9. "아이고, 허리야…"

공이 떨어지면 보통 공과 가까운 쪽 사람이 줍는다. 멀리 떨어진 공을 주우러 갈 때는 파트너나 상대편도 같이 따라가 주는 것이 매너다. 그런데 아예 공을 잘 주우러 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이 많은 고수 중에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

10. '주먹 서브를 넣거나 파트너나 상대편이 준비가 되기도 전에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 아무리 동네 탁구장 친선게임이지만 최소한의 게임의 기본 룰은 숙지하고 지키도록 하자.

탁구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사람과의 '관계'로 상처받아 다시는 구장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입문자 중에는 상대해 주는 사람이 없어 몇 개월 동안 탁구 머신만 치다가 결국 탁구를 포기한 사람들도 많다.

탁구장은 사회의 작은 축소판 같다. 공동체 생활과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배려가 기본이듯 탁구장에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나의 편리함과 이기심을 조금 버리고 타인을 배려한다면 모두가 더 즐겁게 탁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탁구장매너#탁구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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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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