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더위네요. 어떻게 계셔요?'
저녁에 농성장에 올건데 뭐 필요한 건 없는지 묻는 문자에 걱정이 담겨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부채와 강바람에 의지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며칠 폭우가 쏟아져 한숨씩 돌리긴 했지만, 비가 지나간 뒤의 습도도 만만치 않다. 혼자면 외로울 텐데 더위를 뚫고 이 다리 아래에 발걸음 하는 이들이 팥빙수와 얼음을 가져와 함께 해준다. 잠시 더위를 달래며 그렇게 하루하루 강을 지켜간다.
천막 인근으로 웅덩이가 두 개 있다. 지난 장마에 농성장을 휩쓸고 간 강물이 남아있는 자리인데, 거기 갇혔다가 빠져나가지 못한 물살이들이 살고 있다. 새들이 오가며 웅덩이 주변을 한참 동안 맴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갇힌 물살이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 또한 자연의 흐름인 듯하여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태풍으로 또 비가 지나가면 그 때는 또 달라질 테니.
태풍이 접근해 이틀 정도 비가 많이 올 것 같다며 소방서, 경찰서에서 들러 안전을 당부하고 떠났다. 이 더위가 가면 이제 태풍이 또 고비라고 농담 삼아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가을이 오고야 말았다. 태풍과 싸울 일은 아니니 안전하게 대피할 것이지만 어디서든 금강의 흐름을 지켜보며 지킬 것이다. 봄부터 지켜온 금강을 우리가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고치는 세종보… 세금 잡아먹는 하마될 것 뻔해
세종보 현장을 둘러보는데 인부 두 명이 들어가 너트를 조이고 있다. 지난 장마에 풀리고 빠진 너트를 보수하는 작업인지, 옆에 놓인 포대자루에 여분의 너트가 잔뜩 들었다. 지난 6월, 세종보 재가동을 위해 30억을 들여 수리했고, 세종보 상류 수목제거 한다고 세종시 예산을 또 투입하기도 했다. 장마비에 너트가 풀리거나 빠지고 기계에 자갈이 끼고, 수문 접합부가 찢어지는데 앞으로 큰 비가 올 때마다 이렇게 수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닌지 답답하다.
세종보는 2177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건설했고, 당시 정부가 시공사인 대우건설에 훈·포장을 수여하면서 '최첨단 가동보'라고 자랑을 아끼지 않았었다. 하지만 완공 5개월 만에 수문과 강바닥 사이에 쌓인 토사가 유압장치에 끼면서 결함이 드러났고, 매년 고장이 나 수리하곤 했다. 2016년 7월에는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고 이후 보강공사를 거치며 1억 4000여 만 원이 소요되었다. 하자보수기간이 끝나 전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했다. 보 처리 방안에서 철거로 결정된 것도 유지보다 철거가 더 경제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세종보는 매번 수리하고 정비한 전력이 이미 화려하다. 결국 담수하겠다고 돈 들여서 열었다 닫었다 하는 동안 또 고장날 것이고 세금은 속수무책으로 들어갈 것이 뻔하다. 담수로 인해 금강이 다시 녹조와 뻘로 가득한 강이 될 것이다. 이 폭염에 너트를 조이는 인부들의 모습이 더 안쓰럽게 보인다.
댐 지역설명회 하겠다는 환경부… 댐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이 우선
환경부가 기후대응댐 후보지를 순회하며 주민설명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14개 후보지 중 경북 예천 용두천댐을 시작으로 강원 삼척 산기천댐, 충남 지천댐, 경기연천 아미천댐 4곳을 우선으로 진행한다는데 의견수렴과 함께 댐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지원예산도 늘리고, 도로와 수변공원 야영장도 만들어주겠다 설명한다는 취지다.
댐에 대한 지자체의 엇갈리는 반응은 기본이고 가까운 충남 지천댐 주민들은 반대
투쟁위를 꾸리기도 했다. 주민들은 댐을 어디다가 짓겠다는 건지, 어디가 피해지역이 되는지 모르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환경부도 해당 댐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할지, 어떤 피해가 예측되는지 용역을 맡기고 결론을 낸 바가 없으니 단순히 댐을 짓겠고 지원하겠다는 식의 설명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살아온 터전이 수몰될 위기에 처한 주민들에게, 지역의 오래된 자연유산이 수몰될 위기에 처한 지자체에게 야영장, 수변공원 지어주겠다는 설명을 한다니, 환경부는 부끄러움을 잊은 모양이다. 해야 한다는 당위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 환경부 스스로가 다시 물어야 마땅하다. 댐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딱 조선 백자 막사발 입니다."
앞서 올린 기사의 그릇 사진을 보고 장남들보전시민모임 김지훈 대표가 이렇게 메세지를 보내왔다.
"조선 백자 막사발인데 안쪽에 위에 올린 그릇 굽자국이 아래 사발에 남아있으면 딱 조선 백자 사발입니다. 세종 전의면 금사리에 관요(왕실 도자기 가마)가 있었다고 합니다. 삼국시대 군사요충지이기도 해서 30여 개 산성이 있었던지라 도편 유물이 많습니다."
강에 흘러온 그릇 조각으로 세종이라는 도시에 대해 또 알아간다. 단순한 그릇 조각이 아니라 세종시 역사의 한 조각이었다니, 금강 주변에 뭐 하나 소홀히 흘려보낼 것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들이 다 이야깃거리로 연결된다. 이러니 금강을 어떻게 막게 둘 수가 있겠는가. 세종보 담수는 금강과 연결된 세종의 다양한 역사를 수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바탕 비가 몰아치고 저녁이 되니 웃으며 천막을 찾는 이들이 있다. 이 더위에도 이 곳을 찾으며 환하게 웃는 그 웃음이 마치 햇님 같다. 오늘 만나는 우리의 발걸음도 이 지역의 이야기가, 역사가 되길 바란다. 그러니 금강은 반드시 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