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26일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에서 백양터널 통행료 무료화 결정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부산시
부산시가 내년부터 사상구와 부산진구를 잇는 백양터널의 통행료를 신백양터널 완공까지 한시적으로 무료화한다. 유료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이 사안을 검토한 박형준 부산시장의 판단은 결국 시민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기울었다.
백양터널 유료화 논란 끝에 결국, 정책 선회
박형준 시장은 26일 부산시청 기자회견장을 찾아 "2025년 1월 10일부터 백양터널 통행료를 무료화한다"라고 발표했다. 박 시장은 "시정 운영에서 합리적으로 선택한 대안이라 하더라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익을 중시해달라는 요구가 클 때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공감의 리더십"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모라동과 당감동 사이 2.44㎞ 구간을 연결하는 백양터널의 관리·운영권은 2025년 1월 부산시로 넘어온다. 시는 교통 혼잡 개선과 터널 관리 비용을 감안해 통행료를 현행 900원에서 500원으로 45%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는 하루 7만5천대가 오가는 백양터널을 무료화하면 차량 통행량이 더 급증할 수 있단 판단이 작용했다. 또한 추가 터널을 뚫는 신백양터널 개통 이후 다시 통행료를 받아야 하는데 유·무료 혼선을 줄이겠단 의도도 담겼다.
그러나 부산시의 입장이 이처럼 선회한 이유는 재검토 목소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부산참여연대·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등 여러 단체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했고, 시민들도 유료화에 동의할 수 없단 반응을 나타냈다. 전문가 토론회에선 찬반 의견이 평행선을 달렸다.
▲'신백양터널 민간투자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담긴 백양터널과 신백양터널 ⓒ 부산시
유료화를 밀어붙이기 힘든 여건이 조성되자 시는 결국 무료화로 방향을 돌렸다. 박 시장의 발표에 따라 시의회에 제출한 '유료도로 통행료 징수 등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철회하고 후속 절차를 밟는다. 시는 앞으로 건설안전시험사업소, 부산시설공단의 백양터널 관리 운영 속에 연간 20억 원 정도가 투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조처는 한시적이다. 기존 왕복 4차로에서 3차로를 더 늘리는 '신백양터널 민간투자사업'이 완료되면 통행료는 무료에서 다시 유료화로 돌아간다. 현재 이 사업은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민자적격성조사를 통과해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를 밟고 있다. 내년 중으로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을 체결한다.
이를 놓고 부산시는 "신백양터널 개통시 기존 포함 왕복 7차로 전체를 민간사업자가 관리운영하고, 통행료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시는 "(터널) 증설사업을 조속히 추진해 교통혼잡을 최소화하겠다"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의회와 기초단체는 환영 입장으로 시의 발표를 반겼다.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시민 목소리를 우선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 개진과 부산시에 결단을 촉구한 결과"라고 평가했고, 부산진구는 "대승적인 정책 결정"이라며 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논란이 끝난 게 아니란 목소리도 나온다. 도한영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신백양터널이 만들어질 때까지 한시적 무료화인데다가 도심부 접속지점 정체 상황을 해결하지 않고 터널을 더 만드는 게 근본적 해결책이냐고 반문했다. 도 사무처장은 향후 요금 인상 가능성도 우려했다.